보이지 않는 곳에서 평화를 지켜내는 사람들

by 시야

15개의 별고을 촛불이야기

이글은 성주의 글쓰기 모임인 ‘다정(多情)’ 회원들이 성주의 사드배치 반대투쟁을 직접 체험하며 느낀 소감을 쓴 것입니다. 11월 21일 현재 성주의 촛불은 132일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뜨거운 여름에 시작된 촛불의 광장에는 이제 난로가 등장했습니다. 난로 주위에는 할매들의 삼삼오오 모여, 시린 발들을 녹이며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글쓰기 실력은 부족하지만 마음을 담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평화를 지켜내는 사람들

김현선 (2016. 10. 20. 이후)


성주의 사드 반대 투쟁은 한여름의 찜통더위를 지나 겨울 채비를 하고 있다. 촛불 100여일을 넘기면서 100일 넘게 만나는 사람들. 무더운 여름밤에 촛불을 켠 후, 계절의 변화를 느낄 새도 없이 겨울의 문턱까지 와버렸다.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촛불을 깨려는 정부의 야비한 공격은 계속되었다. 외부세력이니 종북 좌파니 하는 프레임으로 촛불의 힘을 약화시키려했다. 언론은 편파적인 보도를 계속했다. 방송은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성주 고립화를 꾀했으나 성주는 묵묵히 평화적으로 촛불을 지켜왔다.

성주 촛불에는 이 땅의 평화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있다. 사람들로 인해 감동받고, 사람들 때문에 흘리는 뜨거운 눈물이 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랫말처럼 성주 촛불에 있는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을 소개하고자한다.

평생을 1번만 찍으며 정부나 여당에 저항 한번 해보지 않았던 할매, 할배들이 투쟁 띠를 머리에 두르고 늘 앞자리에 앉아 계신다. 작은 시골이라 해서 사드를 배치하고 평화를 위협할 수 없다며 “박근혜가 우릴 이리 배신할 수 있나. 촛불에 안 오고 집에 있으마 가심이 답답해가 매일 나온다”는 할매, 할배들이 성주 촛불 투쟁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평화나비광장에는 ‘평화지킴이 꼬마놀이터’가 있다. 그곳에는 아이들이 시끄럽게 재잘댄다. 치고 박고 싸움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들 나름의 규칙과 질서를 지키며 공동체를 만들어낸다. 나비 종이 접기를 하던 아홉 살 꼬맹이가 “나 나중에 내 아이들에게 나비 접는 거 가르쳐 줄 거예요. 사드 물리치고 평화를 지켰다고 알려 줄 거예요”하며 맑은 눈빛으로 말한다. 가슴이 아리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보이지 않는 요정들도 있다. 투쟁의 사안이 생길 때마다, 밤잠 설쳐대며 현수막 천을 미싱으로 박아 나르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현수막 글씨를 쓰는 사람들, 투쟁 현장을 아름답게 꾸미는 동네 미술팀의 보이지 않는 손길들이 있다. 페트병을 재활용해서 꽃을 만드는 부스에는 조막손의 아이들도 있고 거칠고 두터운 손의 아저씨들도 있다.

“무대를 만들자”하면 아저씨들이 모여들어 뚝딱뚝딱 하루 이틀 만에 무대를 만들고 “바람 막을 비닐을 치자”하면 어느새 비닐이 쳐져있고, 말만 하면 신기하게도 바로 이루어내는 신비한 능력의 사람들이 있다.

어느 집 한 쪽에선 삼삼오오 아지매들이 모여서 평화 리본을 만들고 평화광장에는 남은 꽁초를 녹여 컵초를 만든다. 촛불집회를 마치면 바닥에 붙은 초를 떼어내는 사람들. 집회의 흥을 돋우는 몸짓패 ‘평사단’과 노래하는 ‘예그린’ 그리고 부스 지킴이들, 매일 예불하는 원불교 교도님들, 먼 곳에서 희망버스를 타고 오는 연대의 사람들, 희망의 노래를 하는 가수들, 하루도 빠짐없이 촛불집회 현장을 생생히 찍어 주는 진보 언론사들, 수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지켜나가는 수호자들이다.

사람이 존중받고 사람이 희망이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작은 마을 성주의 촛불에는 많은 사람들이 힘을 보탠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의해 촛불은 희망의 들불이 되어 지금도 타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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