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체험으로 가족이 달라졌어요.

by 시야

15개의 별고을 촛불이야기

이글은 성주의 글쓰기 모임인 ‘다정(多情)’ 회원들이 성주의 사드배치 반대투쟁을 직접 체험하며 느낀 소감을 쓴 것입니다. 11월 21일 현재 성주의 촛불은 132일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뜨거운 여름에 시작된 촛불의 광장에는 이제 난로가 등장했습니다. 난로 주위에는 할매들의 삼삼오오 모여, 시린 발들을 녹이며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글쓰기 실력은 부족하지만 마음을 담았습니다.


촛불체험으로 가족이 달라졌어요

오수일


나는 2015년 5월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해고되어 1년 반 동안 복직을 위해 싸우고 있는 노동자다. 7월 초부터 살인적인 폭염이 우리 투쟁을 방해라도 하듯이 괴롭혔다. 언론에서는 성주 사드 배치 문제로 시끄러웠다. 성주에 촛불집회가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성주는 구미와 멀지 않아서 조합원들과 함께 조심스럽게 성주 사드 반대 촛불집회에 처음으로 참석했다. 성주 촛불집회에 외부 세력, 반정부 세력, 빨갱이 집단 등으로 언론이 여론몰이를 하고 있었기에 정말 그런지 궁금하기도 했다.

군청 광장에 군민들이 촛불을 켜고 모여 있었다. 슬며시 뒤편에 자리를 잡았다. 집회가 시작되었다. 분위기는 그동안 노동자 집회와 달리 성주 촛불집회는 밝으면서 분노가 느껴졌다. 활력이 넘쳤다. 인상 깊었던 것은 자유 발언과 언론 브리핑이었다. 노동자들의 집회는 대부분 각 단위의 대표자들의 발언이 많다. 지루하고 무거운 내용들이 대부분이라서 별 재미가 없다. 성주 촛불집회는 놀랍게도 자유 발언으로 진행되었다. 군민들 개개인의 생각과 집 안 일이나 주민들 이야기들로 사람 사는 냄새가 났다. 자유로웠고 편안한 느낌이 들면서도 힘이 있었다. 한마디로 신선했다. 언론 브리핑은 하루 언론에 나온 사드 관련 정보들을 공유하며 잘못된 기사나 정보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군민들과 소통하는 방식이었다. 처음 방문한 촛불집회에서 새로운 집회 방식을 보고 놀랐다. 참석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다시 가족과 함께 성주를 찾았다. 그 날도 여전히 촛불이 광장을 가득 매우고 있었다. 군민 모두가 한 마음 한 목소리로 사드 반대를 외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순간 분위기가 어수선하더니 금방 집회 분위기가 살아났다. ‘평사단’은 강한 빗줄기를 맞으며 신발도 벗고 멋진 율동까지 선보였다. 집회는 끝까지 활기차게 이어졌다. 놀라웠다. 비닐 우의를 걸쳐도 우의 사이사이로 빗물이 다 들어와서 옷이 흥건하게 다 젖고 신발과 양말이 흠뻑 젖었다. 그래도 자리를 뜨는 사람이 없었다. 솔직히 살짝 걱정을 했었다. 평상시 노조 활동을, 우리 두 아들은 부정적이지는 않았었지만, 가족이 함께 집회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었고 비까지 쏟아져서 괜히 가족과 함께 왔나 후회를 했다. 다행히 가족들은 또 촛불집회에 오고 싶다고 했다. 어떤 것에 끌렸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내와 아들은 비를 흠뻑 맞고도 서로를 보며 웃었다.

이번엔 아내와 단둘이 성주를 찾았다. 촛불집회에서 들고 있는 촛불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종이컵 바닥에 구멍을 뚫고 긴 초를 넣어 사용했다. 이젠 촛불을 하나하나 녹여서 종이컵에 심지를 넣고 초를 굳혀서 종이컵에 담긴 아담한 촛불을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었다. 놀라웠다. 그 많은 수의 초를 이렇게 만들어내는 노력과 변화가 나도 모르게 성주를 다시 찾게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성주에 가면 또 어떤 새로움이 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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