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별 생각을 다 해본다. 구미에서 최초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노동조합을 만들자 문자한통으로 해고를 당했다. 억울해서 짐싸들고 떠날 수는 없었다. 해고당한 날로부터 싸움은 시작되고 공장앞 길거리에 몸을 의지할 천막농성장을 치고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 6개월은 실업급여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고, 금속노조에서 가입을 받아주지 않아 몇개월동안 속상한 일도 많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민주노총의 금속노조에 가입을 하게 되었다. 또 6개월은 금속노조의 장기투쟁사업장 기금으로 생계비를 받을 수 있게 되어 투쟁을 이어갈 수 있었다.
아사히비정규지회 노동자들이 바라는 것은 부당해고을 철회하고 현장으로 복직시키라는 것이고, 민주노조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아주 대단한 요구도 아닌 것을 아사히글라스 일본외투기업은 절대로 안 들어줄 듯이 노조파괴전문집단이 "김앤장"을 앞장세워서 노조탄압에만 전념하고 있다.
처음 시작할때는 아사히글라스 하청업체에서 일했던 동료노동자 전원이 노조에 가입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회사측의 탄압과 회유에 흔들리고, 돈에 흔들리며 떠나가는 사람이 생겨났다. 가슴 아프지만 떠나보내야 했던 사람들이다. 원망같은 건 없다. 지금 떠나도 어디선가 노동자로 살아갈 그들은 또 만나게 될테니까 말이다.
금속노조에서 지원하던 생계비도 6개월이라는 기간이 끝났다. 그러고 나면 이 싸움은 접어야 할 것인가를 수많은 날 밤을 지새면서 고민했을거다. 그러나 돈때문에 쓰러질거라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결기가 살아있다. 돈을 벌만한 일들을 해야 했다. 후원호프를 하고, 명절앞두고 김도 팔고, 또 뭘해서 돈을 벌어야 하나 별의별 생각을 다했을거다.
어느날 "책을 팔아서라도 생계비를 만들수 있다면" 하는 바람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책을 만들어서 팔면 돈을 벌수 있을까?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까? 온갖 생각들로 머리가 무겁기만 한 날에, 돈을 벌 목적으로 책을 만드는건 옳지 못하다는 결론을 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책을 만드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투쟁이 끝나고 나서 평가서를 만드는 것보다는 지금 조합원들이 모여있을 때, 모두 투쟁의의지가 한층 올라가 있을때 조합원들과 함께 하는 것이 의미있겠다고 했다.
2017년 메이데이 즈음엔 아사히비정규지회가 투쟁 2년을 맞이할 때쯤이 된다. 공장앞 천막농성장에서, 천막철거에 맞섰고, 두번째는 공간은 집을 능가하는 건축공사를 했고, 매번 재정문제로 후원사업을 했어야 했던 시간들, 서울로 상경하면서, 100만촛불을 직접 겪으면서, 공단에서 매일같이 행했던 신규노조가입을 독려하는 선전홍보활동을 하면서 새노조로 새끼치는 과정을 눈으로 보면서, 그간에 각자가 보고듣고 느끼고 하고싶은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을까? 책을 만드는 과정에 조합원들은 자신의 투쟁을 거울삼아 돌아보고 글을 쓰고 엮어가는 과정이 또 앞으로의 투쟁을 만들어가는 데 의미있을거 같았다.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할 권리 있음을 이야기 하고 싶다. 권리를 쟁취하는 길이 비록 험난하고 힘겨울지라도, 이 책이 그들에게 안내서가 되어주고, 자기계발서가 되어주어도 좋겠다.
내가 노동자라고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이가 술술 읽어내려갈 수 있으면 좋겠다.
투쟁에 연대했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작은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발치 떨어져있는 이들에게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아픔이, 고통이 고스란히 전달되고 그들이 어떤 희망으로 지금을 살고 있는 지 깨우쳐질 수 있으면 좋겠다.
2년을 맞이하는 싸움이 끝이 아니라 더 길어질지라도 그들만의 외로운 싸움이 아니라 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그들 곁에서 탄탄한 근육으로 버텨주는 이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책이 그들의 이야기를 다 담아내지 못할지라도 그들의 진솔하고 소박한 삶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전달할 수 있는 매체가 될수만 있다면 더없이 바랄 게 없을거 같다.
이런 별의 별 생각을 하면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생계비를 걱정하며 던졌던 무수한 이야기와 상상은 별별책을 만드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아사히비정규지회 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지지모임이 기획을 시작했다. 첫단추로는 아사히비정규지회 조합원들이 직접 글을 쓰시겠다는 의지가 높아서 글작업을 시작했다. 아마도 초고가 나오면 좀더 진척이 될듯하다.
지금부터는 별별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우리는 어떤 고민과 어떤모습으로..
사진출처 : http://www.newsmin.co.kr/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