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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야 Feb 19. 2017

겨울을 이기고 봄3

겨울을 이기고 봄3

  

성주촛불 222일차 되는 날에 시인들이 찾아왔다. 

시인은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주둥이를 빨갛게 발랐다.

성주촛불님들 앞에서 재롱동이가 되었다. 

‘성주가 평화다’라고 시를 썼던 시인들이

성주촛불님들 앞에서 재롱잔치를 열었다.     

재롱잔치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떡이다. 

내 손에 꼭 쥐어준 떡은 따끈따끈했다. 

‘성주사람들 힘내라! 떡먹고 힘내라’ 고 돌리는 떡은 김이 모락모락 났다. 

떡 한입 물고 시인들의 재롱을 구경했다. 

떡 한입 물고 눈물이 주르르르 흘렀다. 

떡 한입 물고 빗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떡 한입 물고 비옷을 주섬주섬 챙겨입었다.      

봄을 기다리는 겨울의 밤바람은 차갑다.

뺨을 스치는 겨울 밤바람은 시원했다. 

봄을 알리는 비일까

봄을 재촉하는 비일까

봄이 데려온 비일까     

촛불을 밝히는 평화나비광장에

바람과 비가 내 피부와 부딪혔다.

내 피부가 차갑다고 하지 않았고, 춥지 않았다. 

혹독한 추위가 다 끝나버린 듯 

내리는 비는 피하지 않았다.

우리는 시인들의 재롱잔치를 끝까지 응원했다. 

사드만 못 오게 막아달라는 

소성리 할매들이 두 손바닥 지문이 지워지도록 싹싹 빌었다.

시인들의 노래에 박수를 치고 

시인들의 춤과 율동에 환호했다. 

사드만 못 오게 막아달라는 

소성리할매들의 소원을 천지신명께 정성을 다해 싹싹 빌듯이

그렇게 봄을 맞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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