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없이 투쟁하기 위해!!

by 시야

걱정없이 투쟁하기 위해!

2200명 중 한명이 되어주십시오.


척박한 땅 구미공단에 최초의 비정규노동조합은 생존해야 합니다. 노동의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노동자의 기본권리가 지켜져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이 사회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만들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요구합니다. 그 길 위에 아사히비정규지회가 서 있습니다. 생존해서 기필코 구미공단에 민주노조의 깃발을 꽂고 싶습니다.

장기 투쟁하는 노동조합이 생존하기 위한 필수요건이지만 큰 고민은 생계비마련입니다. 일인당 월 1만원의 결의로 22명의 조합원에게 월 100만원의 생계비를 만들어야 합니다. 2200명이 마음을 내어주신다면 가능합니다. 비록 생활하기 넉넉지 않지만 월100만원의 생계비가 마련된다면 걱정없이 투쟁할 수 있습니다.

박정희도시로 알려진 경북 구미공단에 일본외투자본이자 전쟁범죄기업으로 더 잘 알려진 아사히글라스가 한국에서 온갖 특혜를 받아 성장했지만 아사히글라스의 하청노동자들은 최저임금만 받고 일해야 했습니다. 점심시간도 없고, 식당도 없는 공장에서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유리가루를 다 들이마시면서 일해야 했습니다. 하청의 특징 중 하나가 상습적인 고용불안과 현장 내 비인격적인 대우로 고통 받는 것입니다. 노동조합만 만들면 다 잘 될 줄 알았습니다. 돌아온 건 문자해고였습니다.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보다 유지시키는 것이 더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구미공단에 정규직 일자리는 없습니다. 이미 하청, 파견, 단기계약직의 고용형태와 불안정노동이 만연해있고, 노동자들은 메뚜기 떼가 되어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구미공단에서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건지 의문이 들 정도로 노동은 파편화되어있고, 권리는 바닥 밑으로 꺼져가고 있습니다. 이 척박한 땅에 노동조합을 생존시키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피나는 노력과 신념이 필요하겠지만 노동조합을 둘러싸고 있는 시민 - 사회 운동진영의 연대가 절실합니다. 공동의 돌봄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만큼 생존률이 낮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1년8개월을 공장앞 아스팔트에서,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김앤장’법무법인 단체 앞에서 싸웠고 생존하기 위해서 몸부림쳤던 날들입니다.

한 공장에서 민주노조깃발을 꽂는 것이 노동자의 온전한 권리를 실현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투쟁을 시작할 때부터 전국에 뿔뿔이 흩어져있는 투쟁사업장 노동자들과 뜻을 모아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해서 공동투쟁을 했던 이유입니다. 이 사회가 노동자에게 노동조합할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것은 삶의 절반을 노동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의 행복추구권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뻔합니다.

두 번의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맞이합니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낭만을 잃지 않고 신나고 유쾌한 봄을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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