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에게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일
꼬따오에서의 마지막 날.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이 곳 뷰포인트 중 한 곳을 다녀오기로 했다. 비포장 도로를 달려서 올라가 도착한 Love at Koh tao.
이 곳은 입장료를 내거나 음료를 마시면 된다. 우리는 음료를 구매하고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경치를 즐기고 있던 찰나... 급한 업무가 생겨버렸다. 거북이 등딱지처럼 언제나 지니고 다니는 맥북을 황급히 꺼내서 업무를 처리했다. 그리 복잡한 문제는 아니어서 10분 만에 처리가 되었다.
이렇게 사진만 보면 누군가는 일은 안 하고 놀러 다닌다 생각할 것 같다. 디지털 노마드 키워드로 검색하면 이런 류의 사진들이 가장 많이 노출되는 것 같다. 그러면서 환상을 심어주곤 하는데, 그런 환상은 없다. 짧은 시간 급한 업무를 처리하는 상황이니 가능했던 것이고, 이런 상태로 1시간 이상 일은 못할 것 같았다.
중요한 건 이 상황에서도 태국 통신사 중 하나인 True 3G가 잘 터졌다는 것이고, 때 마침 맥북도 가지고 있어서 문제를 질질 끌지 않고 금방 처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게 가능하기 때문에 개발자는 어디서든 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슈는 잘 마무리 짓고, 경치를 좀 더 즐기고 하산했다.
같은 날 저녁 이번 업데이트 일정이 앞당겨지게 되어서, 테스트 서버 세팅을 준비하게 되었다. 기차 시간과 맞물리게 되어서 인터넷 상황이 어찌 될지 모르니, 다른 동료가 주도적으로 준비하고 내가 백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래서 기차 안에서 테더링을 열고 업무를 진행하게 되었다. 달리는 기차 안은 아까와의 상황과는 다르게 인터넷이 꽤 불안정하였다. 속도가 어느 정도 잘 나오는가 싶다가도, 어느 구간에서는 속도가 굉장히 느려지기도 했다. 다른 것보다 외부 환경에 의해 ssh 접속이 연결되었다가 끊겼다 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 painful 했다. 나중에 페친의 댓글로 mosh를 추천받았는데, mosh를 쓴다면, 이런 환경에서 끊김 없이 백엔드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의도치 않게 두가지의 상황을 하루에 다 겪게 되었는데, 괜찮은 경험이 된 것 같다. 어쩌다보니 일할 수 있는 한계점을 측정하게 된 셈이다.
1Mbps 미만인 지역에서는 일을 할 수 없다.
3~4Mbps 정도가 일을 무리없이 진행하는데 필요조건이다.
Nomadlist에 나온 인터넷 속도를 기준으로 생각해본다면, 나는..
1Mbps인 쿠바 아바나에서는 일을 할 수 없다.
2Mbps인 나미비아 빈트후크에서도 일을 할 수 없다.
3Mbps인 케냐 나이로비, 볼리비아 라파즈, 이집트 카이로에서는 어느정도 일할 수 있다.
4Mbps인 파키스탄 라호르, 미얀마 양곤에서도 어느정도 일할 수 있다.
5Mbps인 페루 아리키파, 에콰도르 키토, 몰디브 말레에서도 일할 수 있다.
10Mbps인 멕시코 칸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이탈리아 베니스는 충분히 일할 수 있다.
극단적인 예들이 나왔지만, 이 보다 속도가 더 안정적인 곳들은 정말 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