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 빌뉴스 여행기
첫 번째 주말은 탈린 구경했으니 두 번째 주말부터는 근교로 여행을 나가기로 했다. 구글 지도를 펼쳤다.
탈린에서 10시간 이내로 이동 가능한 도시는,
핀란드, 헬싱키 - 페리 2시간 30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 버스 7시간
라트비아, 리가 - 버스 4시간 30분
리투아니아, 빌뉴스 - 버스 9시간
20시간 이내로 갈 수 있는 도시는,
스웨덴, 스톡홀름 - 페리 16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 버스 16시간
벨로루시, 민스크 - 버스 14시간 30분
폴란드, 바르샤바 - 버스 17시간
수도 혹은 대도시 기준으로 보면 이 정도 선에서 고를 수 있다. 그리고 만약에 항공 이동을 하게 된다면, 왕복 $100 미만, 직항 기준으로는 1시간 30분 걸리는 노르웨이 오슬로를 택할 수 있다. 유럽의 저가항공을 잘 이용하면 저렴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데, 탈린은 조금 외진 곳(?)이라 그런지(혹은 검색력이 부족해 못 찾았거나) 저렴한 항공 이동 루트는 없었다.
발트 3국에 왔으니, 발트 3국만 잘 구경하고 가자해서 두 번째 주말은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로 정했다.
금요일 야간 버스를 타고 토요일 아침에 도착해서 주말을 꽉 채워 구경하고 일요일 저녁에 다시 야간 버스를 타고 탈린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다. 라트비아 리가를 먼저 갈까 에스토니아의 다른 도시를 갈까 갈팡질팡하다가 목요일 밤에 급히 정하게 된 일정이었다.
이쪽 동네에서 버스 이동을 할 때 선택할 수 있는 회사가 몇 군데가 있는데, 검색해보면 두 군데가 가장 많이 노출되는 것 같다.
미리 예약을 잘 하면 5유로에도 표를 구할 수 있는데, 우리는 출발 전날 결정했기에 그러진 못했다.
우리는 최근에는 여행을 하면 숙소는 우선 에어비엔비에서 찾보고 마땅한 것이 없으면 아고다, 호스텔 월드, 부킹스닷컴 등 호스텔, 게스트하우스를 찾아본다. 에어비앤비에서는 적당한 가격선에서 찾기 어려워서 찾아보던 중 부킹스 닷컴에서 괜찮은 숙소를 찾았다.
이름은 호스텔 자메이카. 와이프와 연애를 한 이후부터는 도미토리를 간 적이 없었는데 정말 오래간만에 도미토리에서 묵게 되었다. 부킹닷컴에서 리뷰가 나름 괜찮아서 택하게 되었는데 꼭대기층 천정 유리창문이 마음에 들었다. 날씨가 안 좋아 좋은 하늘을 볼 수 없었지만 날씨가 괜찮았어 면 누워서 별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단, 샤워실의 거울이 생각보다 높아서 키가 작으면 얼굴이 안 보일 수 있다는 웃픈 단점이 있다.
뭐가 있는지 미리 알아보고 온건 거의 없었다. 한국에서 선물 받은 발트 3국 책 한 권 달랑 들고 트립어드바이저에 의존해서 돌아다녔다.
올드타운을 살짝 구경하고 들어갔다가 비가 오는 바람에 카페에 살짝 죽치고 않아있었다. 독특한 건 우리가 있던 중에 NELL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낯선 장소에서 익숙한 음악을 듣는 건 이 곳의 기억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비가 그치질 않아서 결국엔 비를 맞으며 우산을 사러 먼길을 나섰다. 카페 직원에게 우산 파는 곳이 있냐고 물으니 가까운 곳은 없고, 한 2km 거리에 있는 Tiger(북유럽의 다이소 같은 곳)를 안내해주었다. 그리하여 겨우 우산을 샀지만, 돌아오는 길에 그쳤고 이후 비가 오질 않았다;;
도미토리 방에 또 다른 한국 사람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우리끼리 말을 걸어볼까 말까 고민하다가 혼자서 쉬고 있는듯해서 저녁 겸 맥주 한잔 하러 가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저녁에는 셋이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로컬 펍에 갔다. 현지인들에게 인기 많은 곳인지 앉을자리가 없어 서서 기다렸다. 이곳은 돼지 귀로 만든 음식들을 많이 먹는다고 하고 이곳에서 직접 만드는 수제 맥주가 맛 좋다고 해서 도전해보았다.
다른 여행자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일주를 시작했다고 했다. 러시아에서 시작해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유럽으로 건너와 발트 3국을 여행하고 있다고 했다. 각자의 여행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떠들다 늦은 밤이 되어서요 일어났다. 예전에 가난하게 세계일주하던기 생각나서 우리가 계산을 했다. 그래 봐야 우리나라 돈으로 인당 6-7천 원 꼴이라 생색낼 것도 없었다. 나도 돌아다닐 때 종종 얻어먹곤 해서 그것에 대한 보답 중 일부로 생각해달라고 했다.
이곳은 다음 날에도 버스 타러 가기 직전에 한번 더 들러서 꿀 맥주 한잔 마시고 갔다. 완전 내 스타일 :)
다음날 아침. 브런치를 먹을 겸해서 우주피스 지역에 있는 베이커리 카페에 갔다. 크로와상이 맛있는 곳이라고 해서 갔는데, 아침인데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현지인들도 많이 오는 것 보면 꽤나 유명한 곳인 듯하다.
빵이 정말 맛있었다. 인생 크로와상에 근접한 크로와상이었다.
든든하게 배를 채웠는데, 시간이 넉넉지 않아서 우주피스는 더 구경하지 못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가방을 챙겨서 체크아웃 한 뒤에 짐을 맡기고 트라카이 성을 보러 가기 위해 버스 터미널로 갔다.
트라카이 성
트라카이 성에 오니 중세시대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수도 빌뉴스에서 불과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게 신기했고, 우리는 걷다가 우스갯소리로 이 동네에 펜션을 사서 수시로 놀러 오고 싶다는 얘기도 했다.
성을 구경한 뒤늦은 점심을 먹으러 근처 식당으로 왔다. 이곳도 트립어드바이저 기준으로 순위가 높고, 리뷰도 좋은 편이었다. 주변에 다른 사람들 먹는 것들을 쭉 살펴보고 따라서 주문했다. 여기에서 처음으로 빵을 발효해 만든 음료 깔리(KALI)를 맛보게 된다.
다시 빌뉴스 시내로 돌아와서 올드타운을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Mint Vinetu 북카페로 갔다.
이 곳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젊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토론을 하고 있던 모습이었다. 무슨 주제로 이야기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들은 무언가 열심히 서로의 주장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주말여행으로 다른 지역으로 놀러 가듯이 빌뉴스를 둘러보고 왔다. 주말 이틀은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주어진 시간 내에서는 잘 즐겼던 것 같다. 심지어 우리는 비 오는 날 가만히 있는데 여기선 돌아다녔다. 이틀 동안 두 번이나 갔던 펍의 꿀 맥주는 언젠가 또 맛보고 싶고, 다시 또 간다면 우주피스의 빵집에 가서 크로와상을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