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비아 리가 여행기
탈린 생활 세 번째 주말은 라트비아 리가로 가기로 했다. 탈린 한 달 살기: 두 번째 주말에서 소개한 대로 리가는 탈린에서 4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다. 서울에서 부산과 비슷한 셈. 사실은 라트비아의 작은 마을 Ludza라는 곳에 가보고 싶었으나 교통편이 제한적이었고, 주말여행으로 다녀오기가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어서 리가를 택하게 되었다.
리가에서 근교로 가볼만한 곳은 서쪽으로 해안 도시 유르말라(Jurmala)가 있고, 북동쪽에는 시굴다(Sigulda)라는 마을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저기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여러 곳을 가기보다는 리가를 여유롭게 느껴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AirBnb에서 괜찮은 숙소를 구했다. 올드 리가에서 다우바가강 사이드 쪽에 위치해 있고, 번화한 쪽과는 살짝 떨어져 있다. 그래서 비교적 시끄럽지 않았고 구경 다니기 좋았다. 체크인 시간이 4시 이후였지만 당겨 달라고 요청했더니 호스트가 흔쾌히 수락해줬다. 집은 복층형으로 되어 있어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침실이 있고, 집 상태도 깔끔하고 좋았다. 직접 찍은 사진이 별로여서 사진 출처는 AirBnb.
요즘은 트립어드바이저의 의존도가 높다. 미리 알아보고 온 게 별로 없어서 후기를 이것저것 읽어보고 괜찮은 몇 군데 골라 가봤다.
리가에는 터미널에 점심때쯤 도착했다. 호스트에게 체크인을 당겨달라고 요청하긴 했는데, 청소가 끝난 뒤에 연락 준다고 해서 그 사이에 허기진 배를 채우기로 했다. 올드 리가를 살짝 돌아보다가 이 곳을 택했다. 돼지 1Kg과 전통 미트볼 같은 것을 주문했다. 사이드로 나온 양배추 절임 같은 게 김치 비슷한 맛이 나서 한국인 입맛에 딱이었다. 고기도 맛있고, 유럽 물가에 비해 저렴했다. 탈린에 올데 한자가 어둑어둑한 중세 느낌의 식당으로 유명한데 그곳과 비슷한 느낌을 느껴보고 싶다면 가보기 좋은 곳인 듯했다. 식사 도중에 옆 테이블에 손님이 왔는데, 카우치서핑으로 온 게스트를 데리고 식당에 온 것 같았다. 가까이 있어서 어쩌다 보니 대화를 살짝 엿듣게 되었는데 현지인도 여기를 강추한다고 했다.
식사하는 사이에 숙소는 체크인 준비가 되었는데, 천천히 먹고 나왔더니 결국 원래 체크인 시간과 크게 다르지가 않았다.
체크인하고 잠시 쉬었다가 동네 구경하러 나왔다.
올드리가 골목길이 지나 센트럴 마켓으로 향했다. 골목에는 중세 느낌이 물씬 풍기는 분위기여서 신비한 느낌이 들었다. 강풍이 몰아치는 대로변을 지나서 도착한 센트럴 마켓. 우리는 이런 시장을 좋아라 해서 신나게 구경을 다녔다. 과일, 채소, 빵 이런 식재료들이 어찌나 저렴하던지. 발트 동네는 장보는 즐거움이 쏠쏠한 것 같다.
한참을 걸어서 이 동네에 카푸치노가 맛있다는 카페에 왔다. 일단 분위기까지는 오케이! 바깥바람이 살짝 쌀쌀해서 그런지 따뜻한 커피 마시기 딱이었다. 하지만 커피를 마시는 순간 우리는 웃음이 터졌다. 기대를 많이 해서 그랬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쏘쏘한 느낌이었다. 역시나 이 동네는 라떼나 카푸치노가 맛있는 데가 없는 듯하다는 생각을 했다. 근처에 아르누보 건축물들이 있는 거리가 있어서 구경 겸 왔다면 들러서 한잔 하며 쉬었다 가기는 좋겠다 싶었다.
해가 넘어가는 저녁 즈음. 이지만 이미 밤 9시가 훌쩍 넘은 시각. 다시 올드 리가로 돌아와 산책을 즐기다 숙소로 돌아왔다. 이 동네도 골목골목이 아기자기하고 느낌이 좋았다.
이튿날 아침. 우린 아침식사로 먹을 빵과 과일들을 사러 곧장 센트럴 마켓으로 향했다. 만약에 이 동네에 살게 된다면 살게 될 가장 큰 이유로 여기 센트럴 마켓을 꼽을 정도로 우린 이 시장을 좋아라 했다. 시장 바깥쪽에는 싱싱한 과일과 채소를 파는 사람들로 북적였는데 우린 거기에서 딸기과 체리를 샀다. 낯선 이방인이 이 동네에서 무얼 하는 걸까 하는 표정도 보이고, 열심히 과일을 고르는 우리의 모습이 신기해하는 시선들이 느껴졌다.
식사를 마치고 이 동네에 360도 탁 트인 뷰를 즐기며 차 한잔 할 수 있다는 카페로 향했다. 공원 안 쪽 숲 속에 정자처럼 세워진 건물이다. 도착했을 땐, 점심시간 즈음이라 그런지 손님이 아무도 없고 한적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둘씩 자리가 채워졌다. 창 밖에 흐르는 내천,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 구경하고 우리끼리 이런저런 잡담을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주말에 산책 겸 오거나, 퇴근 후 와서 차 한잔 즐기기에 딱 좋은 곳 같았다.
Restorāns Restaurant Domini Canes
탈린으로 돌아가기 전 늦은 점심으로 이 곳을 갔다. 베드로 성당 바로 뒤쪽에 위치한 이 곳은 유명해서 그런지 늘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나마 우리가 갔던 시각이 식사하기 애매한 시간대라서 그나마 한적했는데, 식사가 끝나갈 무렵에는 거의 만석이 되었다. 디너는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는 게 좋다고 한다. 전 날에도 우리가 점심 식사로 이 곳을 먼저 왔었는데 그땐 만석에 웨이팅까지 있어서 발길을 돌리기도 했었다. 분위기 있는 식사를 하고 싶다면 가볼 만한 것 같다. 메인 식사 두 가지에 26유로 정도 나왔는데 한국 물가와 비교해본다면, 이런 분위기에서 비슷한 메뉴로 식사한다면 한국이 더 비싸다.
식사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버스 시간 전까지 올드 리가 안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했는데, 이 곳이 그나마 마셔봤던 커피 중에 가장 괜찮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곳은 프랜차이즈 카페였다....
버스 타고 다시 탈린으로 돌아가면서 주말여행의 아쉬움이 남았다. 센트럴 마켓에서도 더 먹어보고 것들도 있고, 분위기 있는 올드 리가를 좀 더 산책해보고 싶고 그랬다. 다음에 다시 발트를 가본다면 탈린에서 한 달을 살아봤으니, 그다음은 리가에서 한 달을 지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