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배웅하지 못한 친구에게

by 독립사회복지사

연이은 무더위가 이어지던 어느 여름날, 더위에 지쳐갈 무렵 한 통의 연락을 받았다. 고향 시골마을에서 함께 자란 초등학교 친구가 무지개 너머로 여행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이미 며칠이 지난 이야기였고, 소식은 또 다른 동네 친구를 통해 들려왔다. 친구는 한동안 암으로 투병하며 긴 싸움을 이어왔다고 했다.


초등학교 졸업 이후 서로 연락이 끊겼다가, 몇 해 전 동창회 모임에서 다시 만난 것이 마지막이었다. 작고 마른 체구였지만, 밝고 소탈한 성격 덕분에 언제나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했던 친구였다.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의 성격은 전혀 변하지 않았고, 오랜만의 만남이 낯설기보단 오히려 익숙하고 반가웠다. 그날 우리는 옛 추억을 안주 삼아 한참을 이야기꽃 피웠고,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 뒤로 친구가 운영하던 식당 근처를 지날 때면 몇 번 안부 전화를 주고받았다. 코로나19 시기, 그는 자영업자로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 시절은 누구에게나 버거웠지만, 특히나 소상공인들에게는 삶의 기반이 흔들리는 절박한 시간이기도 했다. 나 역시 일과 가정, 모두 버거운 시기를 지나고 있었기에 어느새 연락이 뜸해졌고,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그래서였을까. 친구의 부고 소식은 내게 너무나도 갑작스럽고 황망했다. 짧지 않은 침묵 끝에 전해진 그 한마디에 많은 감정이 뒤섞였다. 미안함과 부끄러움, 그리고 돌이킬 수 없음에 대한 안타까움이 가슴 깊이 내려앉았다. 이미 저 먼 곳으로 떠난 친구에게, 나는 어떻게 위로와 미안함을 전할 수 있을까.

동네 친구와 통화하면서 우린 결심했다. 이제라도 고향 친구들의 안부를 묻고, 부모님께 인사드리며 연락처를 챙기자고. 더는 소중한 인연을 놓치지 말자고.

생각해 보니, 우리는 어느덧 반백 년의 시간을 살아왔다. 몇 년 전부터는 친구 부모님의 부고 소식도 하나둘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죽음'은 어른들의 이야기쯤으로만 여겼는데, 이젠 그 그림자가 우리 곁에도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돌아보면,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시절은 초등학교 때였다. 그 작은 시골 마을에서 해가 저물 때까지 뛰어놀던 그 시절,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개울가에서 놀던 그 친구가 나의 마음 한편에 여전히 웃고 있다.

친구의 삶도 우리 모두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때론 웃고, 때론 울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텨냈을 것이다. 이젠 모든 고단함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편안하길 바란다. "얼마나 힘들고 고됐을까"라고 묻고 싶지도 않다. 다만, 그곳에서는 행복했던 기억만 품고, 이곳에 힘든 기억들은 모두 내려놓고 가길 바랄 뿐이다.

시간이 흘러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마음에 담아두고 전하지 못한 말 꼭 전하고 싶다.

“친구야, 그때 배웅하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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