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불청객처럼 다가온 친구, 이명(1)

by 독립사회복지사

이명이란

외부의 소리 자극이 없음에도 귓속이나 머릿속에서 들리는 이상 음감을 말한다. 즉, 외부 청각 자극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소리가 난다고 느끼는 상태다. 완전히 방음된 조용한 방에서는 약 95%의 사람들이 20dB 이하의 이명을 경험하지만, 이는 임상적으로 이명이라 하지 않는다. 스스로 괴로움을 느낄 정도의 잡음이 들릴 때 비로소 ‘이명’이라고 한다.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


나에게는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오래된 친구가 있다. 이름은 ‘이명’. 이 친구와의 첫 만남은 대학원 1학기를 마친 뜨거운 한여름날이었다.


당시 나는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어렵게 시작한 대학원 생활, 직장, 아이 돌봄, 집안일까지 한꺼번에 떠안고 있었다. 지쳐가던 어느 날, 반갑지 않은 손님이자 불청객 같은 ‘이명’이 내 삶에 불쑥 들어왔다. 그리고는 24시간 365일 내 곁에 달라붙은 찰거머리처럼 떨어질 줄 몰랐다.


처음엔 너무 일방적이고 막무가내라 마음이 상하고 짜증이 치밀었다. 어떻게든 멀리하고 싶어 안간힘을 썼지만, 발버둥 칠수록 이명은 마치 땅따먹기 하듯 내 마음의 공간을 조금씩 차지해 갔다. 결국 유명하다는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도 받아보고, 이명 관련 책을 낸 한의사도 찾아가 보았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무기력한 시간뿐이었다. 내겐 잃어버린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의 한 한의원 선생님과 상담을 하면서 전환점이 찾아왔다.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명은 좋은 친구는 아닙니다. 하지만 친구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평생 함께할 수도 있으니까요. 인정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힘들어질 겁니다.”


처음엔 차갑게만 느껴지는 말이었다. ‘어떻게 아픈 환자에게 저런 말씀을 하실 수 있을까’ 서운하기도 했다. 그런데 집으로 내려오는 기차 안에서 창밖 풍경을 보며 그 말을 곱씹다 보니 문득 깨달았다. 인터넷 검색과 카페 경험담을 통해 이미 ‘완치’는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는 이명을 친구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억지로 끊어내려는 게 아니라, 서로 불편한 동거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었다.


이명은 남들에게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 이 세상에서 오직 나만 그 소리를 듣고 대화한다. 가족도, 주변 사람도 모른다. 다친 상처처럼 눈에 보이는 외상이 아니라서 아무도 위로해 주지 않는다. 내가 힘겹게 소개하지 않는 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머무르지도 못한다.


우리는 종종 인간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와 마주한다. 애써 극복하려 발버둥 치다가 결국 무기력과 걱정 속에 쓰러지기도 한다. 하지만 내려놓아야 할 순간이 온다. 내려놓는 순간, 짐처럼 무겁던 걱정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걱정해서 걱정이 사라진다면 세상에 걱정이 없겠지.”


삶은 늘 만나고 헤어짐의 연속이다. 다르다고 해서 모두를 멀리할 수는 없다. 때로는 불편한 존재와 함께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명도 그렇다. 포기하거나 떼어내려 애쓰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 내가 선택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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