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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다 Sep 26. 2015

고향방문이 들뜨는 제주살이

민족 대이동에 합류하다

명절에 방문하는 곳은 나의 고향이 아닌 아버지의 고향이었다.

첫째 손주를 살갑게 맞아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셨지만 여전히 그곳은 나의 고향은 아니었다. 그나마도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그래서 남들이 겪는 교통체증이나 표를 구하지 못해 동동거리는 일은 경험하지 못했다.

대학교에 들어가자 고향방문은 조금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친구들이 추석 때 고향을 가기 위해 미리 기차표와 버스표를 알아보고, 총학생회에서는 각 지방으로 가는 별도의 전세버스를 운영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고향에 방문할 필요가 없는 서울 아이였다.

서울에서 명절을 지내면 꽤 많은 부분이 즐겁다. 매년 역귀성이 늘어나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서울 시내 한복판에 나가도 사람이 적고 교통체증도 없다. 영화관도 한산하다. 아파트 주차장이 텅텅 비어 주차 자리를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된다.

고향에 간다며 설렘을 가득 담아 출발하는 친구들의 마음이 가끔씩 궁금하기도 이해가 가지 않기도 했다.

'명절이라 차도 많이 막히고 표도 구하기 힘든데 왜 꼭 가야 할까?'


그러던 나에게 고향이 생겼다.

없던 고향이 생긴 것은 아니지만 내가 제주로 이주했기 때문에 명절에 가야 할 곳이 생긴 것이다.

고속도로를 통해 민족 대이동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달리 비행기를 타고 가는 귀향길이다. 남들은 명절 지내러 돌아오고, 명절 연휴를 이용해 놀러 오는 제주에서 고향에 가겠다고 선물을 양손에 들고 거꾸로 김포행 비행기를 타는 느낌이 묘하다.

엄마는 나에게 전화해서 '뭐 먹고 싶니? 뭐해놓을까?'라고 물으시고, 나는 집에 가져갈 제주 특산품 쇼핑을 하기 시작한다.

아! 설렌다. 평소에 집에 갈 때와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완전체가 된 가족이 모여서 온전히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니! 이것이었다! 사람들이 기를 쓰고 고향에 가려고 하는 이유. '가족'

비행기 창문 너머로 보이기 시작하는 서울풍경이 유난히 반갑다.

올해 추석엔 한손엔 제주산 갈치세트를 다른 한손엔 제주돼지로 만든다는 소시지세트를 들 예정이다.

완전체 가족을 위한 마지막 피스가 날아간다!!



즐겁고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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