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다 Jul 27. 2015

그리움의 시간

#1.

 훈련소에 들어간 남자친구를 그리워한 이후에 누군가를 그리워한 적이 있기나 했을까? 연고도 없는 이 섬에 와서 살기 시작했을 때 아무도 그립지 않았다. 만날 사람도 만나야 하는 사람도 없고, 아무도 나를 모른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자유로움이었다. 밤이 되면 쿠션들을 쌓아놓고 기대 앉아 좋아하는 책을 읽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다. 낮에는 혼자 드라이브도 하고, 산책도 하고, 영화도 보러 간다. 혼자 하는 사소한 일상이 이토록 좋을 줄이야. 늘 사람 사이에 있으면서 쌓였던 피로감이 회복되어 갔다.


#2.

  혼자 하는 일상의 아름다움은 금방 끝났다. 나는 무척이나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친구들이 그리웠다. 서울에서 친구들을 불렀다. 나를 보러 온 친구들과 낮에는 여행을 하고, 밤에는 작은 우리 집에서 맥주 한잔, 와인 한잔에 날이 새도록 이야기를 한다. 제주 덕분에 서로에 대해 더 알게 되었고, 더 아끼게 되었다. 시간과 공간에 제약이 있어 이 시간들이 더 귀했다.

 친구들과 가족들이 다녀가는 시즌이 지나면 제주의 외로움이 시작된다. '섬'이기 때문에 하루의 반은 육지와 오갈 수 없는 시간이다. '섬'이라는 것이 이토록 사람을 외롭게 할 수 있구나 싶다.

 그래도 이 외로움 끝에 오는 그리움을 통한 만남이 소중하기에 이 외로움을 밀어낼 수 없다.


그대가 아끼는 것을 조금만 멀리 두고 보라
그리움은 간격이 필요한 것이다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변종모


카페 그곶의 카푸치노가 그립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작한다, 제주살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