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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희 Jun 27. 2019

행복한 공간






 나는 2012년 영화 ‘광해’를 마지막으로 영화관에 단 한 번도 가지 않았다. 갈 수 없었다는 말이 맞는 것 갔다. 휴무는 불규칙했고 한 달에 한번 쓰는 월차도 평일에 해결 할 수 만 있는 볼일들을 보러 다녀야 했기에 영화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것 이였다. 데이트는 꿈도 못 꾸는? 그게 어느 나라 문화인지 까마득하게 잊은 지 오래다. 문화생활과는 거리가 먼 엄마다. 어딜 가나 아이들은 나와 한 몸이 되어서 움직여야 했다. 주변에 우리아이들을 잠시라도 봐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나마 주말에 둘 다 일을 해야 되는 상황이면 친정엄마에게 부탁하는 정도이다. 친정엄마도 직장에 다니는 지라 그 부탁마저도 엄청난 눈치가 보인다.



 아이들을 데리고 영화관을 가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아이들이 아직 영화나 공연에 집중하는 것에 한계가 있기에 꿈도 못 꾼다. 꾸준히 데리고 다니면 다르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 아이들의 집중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영화나 공연을 보면서 지루할 때가 올 것은 분명함을 안다. 그때에 다른 친구들이나 다른 부모님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 너무나 FM적인 마인드 일 수 도 있다. 하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은 애초에 만들고 싶지 않은 게 내 원칙이라면 원칙이다. 어른인 나도 재미없는 부분이 나오면 몰입도가 떨어져서 몸을 이리 꼬고 저리 꼬고 할 텐데 아이들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는다. 대신 집에서 보는 것을 선택했다. 요즘 시대가 정말 좋아서 텔레비전+인터넷 가입만 해도 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엄청나다. 영화는 더 많다. 특히 디즈니에 빠져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최상의 영화들은 다 공짜로 시청할 수 있다. 주말에 쉬는 날 딱 하루는 아침부터 영화를 틀어준다. 겨울왕국을 거짓말 하나도 보태지 않고 500번 정도는 봤다. 라푼젤은 100번 정도 본 것 같다. 디즈니 프린세스 시리즈는 30번 이하로 본 것들은 없을 정도로 디즈니시리즈는 한번 보면 푹 빠진다. 물론 시작함과 동시에 막내는 뛰어 다닌다. 블록도 꺼냈다가 자동차 장난감을 꺼냈다가 분주하다. 그러다가 좋아하는 OST가 나오면 순간 집중을 하고 노래가 끝나자마자 또 뛰어 다닌다. 행복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를 틀어주면 굉장한 집중력을 보인다. 끝까지 보는 경우가 대다수 이다. 요즘에는 맘마미아에 빠져서 허구 언 날 그것만 틀어 달라고 한다. 형님반이 된 지금 이제는 원하는 영화 정도는 스스로 찾아서 본다.



 여러 곳을 경험하고 아이들과 함께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변수가 많다. 나갈 수 없이 아픈 경우, 전염병에 걸린 경우 등 굉장하다. 날씨도 어떤 날은 비가 너무 많이 오고 어떤 날은 나가면 안 되는 긴급재난 문자가 연달아 3개가 올 정도로 덥다. 또 어떤 날은 정말 운전을 할 수 없을 만큼 눈이 쌓여 있다. 어쩔 수 없이 집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생기기 마련이다. 내가 귀찮아서가 아닌 외부적 요인이라면 집을 행복한 공간 즐거운 공간으로 만들어 보자. 누누이 말했지만 아이들은 누구와 함께 어떤 것을 하느냐가 중요하기에 꼭 나가서 노는 게 능사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집에 있어야 된다면, 집에서 활동해야 한다면 무엇을 즐겁게 할지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우리아이들은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 색종이 접기도 참 좋아한다. 색종이 사주는 게 일이라면 일이다. 한번은 하트 접는 것을 알려주었더니 서로 경쟁이 붙었다. 가만히 앉아서 30개를 접어놓고 누가 이겼내 누가 졌내를 외치면서 더 하려던 것을 다른 접기로 관심을 돌린 적이 있다. 그냥 하트를 질리게 접어 볼 수 있게 내비 둘 걸 그랬다. 다른 접기를 알려주었더니 거실바닥에 그 동물만 한가득 이었다. 어떤 날은 어린이집에서 매미 접기를 배워왔다. 역시나 끝을 모르고 접어대는 탓에 어마어마한 매미 숲이 생겨났다. 아이클레이 놀이는 평일에 하원하고 늘 하는 놀이여서 되도록 주말에는 안 꺼내 주려고 하는데 질리지도 않는지 아이클레이는 항상 하는 놀이로 신나서 한다. 조금 더 놀아 주고 싶을 때는 물감놀이를 한다. 굉장히 깔끔 떠는 아이들이여서 몇 번 하다가 손 씻으러 들어간다. 물감놀이정도는 하게 해준다. 솔직히 물감놀이하면 아이들이 덤으로 목욕놀이하면서 씻고 나올 수 있어서 좋다. 어떤 주말을 조금 더 오버해서 아이들과 요리놀이를 한다. 만두를 만든다던지 김밥을 만든다던지 아이스크림을 만든다던지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요리는 생각 외로 엄청 많이 있다. 아이들은 평소에 먹지 않던 채소도 자기 손을 거치게 되면 잘 먹는 기적을 보여준다. 생소하게 생각하던 식재료도 친근감 있게 받아들인다. 아이와 함께 놀 수 있고, 아이가 먹지 않던 것도 잘 먹고, 소근육 대근육 자극을 주고, 끼니도 해결할 수 있고 등등 일석다(多)조인 셈이다. 이것저것 하다보면 주말이 후딱 지나가 있다.




 토요일에 내가 일이 끝나면 우리가족은 외식을 하는 편이다. 지인가족들과의 식사도 자주 하는 편이고 친정엄마와도 가끔씩 하는 편이다. 하루는 밥을 먹고2차 3차 까지 이어지는 바람에 집에 귀가 하는 시간이 많이 늦게 되었다. 아이들은 차에게 잠이 깊게 들었고 한명씩 안아서 집으로 안고 들어가야 되는 상황 이였다. 행복이를 안고 들어가는데 내려놓으려니 아이가 꼼지락 꼼지락 거리더니 잠에서 깨어버렸다. 깨워서 미안하다며 토닥거려주면서 다시자 라고 하니 아이는 많이 힘들었는지 “엄마 내일은 엄마 쉬는 날인데 집에서 같이 쉬면 안되요?” 라고 했다. 아이도 쉬는 시간이 필요 했던 것일까? 그러겠노라 이야기 하고 얼른자라며 등을 쓸어주었다. 아이는 옅은 미소를 띠면서 잠에 들었다. 낮에 아빠랑 키즈카페에서 놀았다더니 에너지 소모가 많이 됐나보다. 그래도 잠결에 한 소리겠지 하고 다음날 어디 놀러갈지 인터넷 조회를 해보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아이들이 하나 둘 일어나는 소리에 나도 일어나서 아침밥을 준비하며 “오늘은 엄마 쉬는 날인데 어디로 놀러 가볼까?”라고 물어봤다. 행복이는 엄청 서운하다는 투로“오늘은 집에서 놀기로 했잖아요!”라면서 나를 흘겨봤다. 아차..이 아이는 잠결에 이야기 말 했던 게 아니라 이번 주는 정말 쉬고 싶었던 거구나. 엄마가 잠깐 까먹었다며 미안하다고 사과하니 또 기분이 좋아져서 축복이와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나가서 노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는 내 생각을 완전하게 무너뜨린 상황이였다.  언제나 나가서 노는 게 신나는 것만은 아니었나보다. 집에서 놀아 주는 게 벅차서 나가는 방법을 택했던 내방식의 문제점을 여실히 들추어낸 상황이다. 나가지 않겠다고 해서 영상물만 보게끔 방치하지 않으면서 나가서 노는 것 보다 더 재미있게 놀 수 있도록 조금 더 신경써주면 그 또한 행복한 기억으로 남겨 두기 마련이다. 집에서 노는 게 심심하고 따분한 것만이 아닌 행복한 공간에서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보내는 것으로 기억되게 해주면 우리집은 행복한 집이다. 다행이도 우리 아이들은 집에서 노는 것도 재밌고 힘든 날은 굳이 나가지 않고도 재밌게 놀 수 있는 방법을 알 고 있나 보다. 나보다 낫다.



 엄마도 사람인지라 사고가 자꾸 간사하게 움직인다. 밖에 나가서 시간을 보내면 집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면 어디라도 나갈걸 그랬어 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집이던 바깥이던 함께하면 어디든 행복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그곳을 행복하게 나와 아이들이 함께 만들어 가면된다. 행복을 한껏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행복한 공간을 만들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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