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다희 Jul 23. 2019

박씨 물어다 줘라


 건물이 시끌시끌 하다. 참새 한 마리가 옥상 문이 잠깐 열린 틈을 타서 더위를 식히려 들어온건지 먹이를 쫒아 온건지 옥상 계단에서 시끄럽게 울어 댄다. 나는 옥상 문을 열어 주러 올라가는 길인데 내가 꼭 자기를 해치는 것 처럼 느껴졌나보다. 그 좁은 옥상 계단을 탈출해 보겠다는 건지 날개짓을 멈추질 않는다. 결국 옥상 벽에 쿵쿵 부딪힌다. 애가탄다. 얼마나 아플까. 쉴새없이 짹짹거리며 사방의 벽에 자기몸을 내던진다. 옥상문이 닫히지 않게 잡고 그 모습을 숨죽여 지켜보는 내내 가슴에 뭐가 꽉 막힌듯이 조여온다. 거기가 아니라고, 잠깐만 앉아서 둘러보라고, 바깥 공기 냄새좀 알아차리라고 외치고 싶지만 혹여 또 놀래서 격한 날개짓으로 몸을 혹사 시킬까봐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꼭 어린 날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나만의 세상에 나를 가두어 두고는 그 벽에서 쿵쿵거리며 나갈 길을 찾고 있었다. 부모님이 조금 멈추어 보라고 다독이며 날 위해 눈물 흘릴 때 나는 그 것을 보지 못했다. 그저 내가 옳다며 내 방식으로 살아내겠다며 되도 않는 오기를 부렸다. 그때 조금 멈춰서 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면 상처하나 없는 인생을 살았을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매도 맞아본 놈이 덜 아프게 맞는 방법을 생각해 낸다. 나만의 세상에서 작은 테두리를 넘고 부딪혀 보니 사회에서도 살아갈 방법을 조금은 쉽게 터득했다. 물론 사회라는 벽 앞에서도 나는 여러번 부딪혔다.


 참새가 여기저기 너무 많이 부딪혔나보다. 옥상 계단 난간에 앉아서 쉰다. 나는 옥상 뒷 문에 숨어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계단으로 올라와 달라고 했더니 새를 무서워 한다던 직원이 발소리를 내며 올라왔다. 새가 또 놀란듯 온 몸을 벽으로 던졌다. 그러다 몸 상하겠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나는 이쪽이라며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바람을 만들었고 직원은 이쪽이 아니라 저쪽이라며 손 짓을 멈추지 않았다. 여러번 창문과 벽에 몸을 부딪히던 새가 포기를 한듯 난간에 내려 앉는다. 옥상문을 잡고 있던 나와 눈을 마주친듯 한 때에 새는 내 쪽을 향해 날라왔다. 드디어 출구를 찾았다. 영영 오지 않을 것 인지 뒤도 안돌아 보고 날라간다.


"박씨 하나만 물어다 줘라."


 나는 큰 소리로 박씨를 외쳤고 직원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래, 산이 보이고 하늘이 보이는 그곳이 바로 새가 있어야 될 곳이다. 내  속이 다 후련하다.




 살다 보니 이곳 저곳 틀에 갖혀 참 많이도 부딪혔다. 부딪히는 모습을 보기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럼에도 더 큰 상처를 받을까봐 아무 말 못 하고 숨죽였을 부모님생각에 가슴한켠이 시큰거린다. 혹여 큰 소리에 놀라 여기저기 부딪힐까봐 말한마디 못하고 손 짓만 해야 했을 때는 마음이 얼마나 무너졌을까. 과연 내 아버지도, 내 엄마도 내가 드디어 잘 살아내려는 날개짓을 힘차게 하며 나아갈 때 속이 후련하셨을까? 아무리 고민해도 정답이 보이지 않는다. 아직 내가 잘 살아보려는 과정 중에 있어서 그런가보다.


 내 딸들도 수 많은 난관에 부딪히겠지?엄마는 벌써부터 겁먹지 않을게. 엄마가 해보니 드럽게 아프고 힘들고 눈물나더라. 그런데 내 뒤에는 항상 그자리에서 날 보며 그곳이 아니라고 손짓해주던 부모님이 계시더라. 힘들어서 잠깐 앉아 쉬려니 지금우 쉴 때가 아니라며 다른 곳으로 향하는 길 앞에서 바람을 만들어 준 부모님이 기다리더라. 엄마도 너희들이 힘들고 지칠때 기댈 난간이 되주고 나아가야 될 때는 바람이 되줄게. 길을 잃었다면 손짓 해주며  기다릴게. 너희들이 가야 할 곳이 어디든.



엄마. 내가 박씨 꼭 드릴게. 오래오래 사셔.

딸!내가 죽기 전에 박씨 꼭 줘라.


 




매거진의 이전글 지독한 성장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