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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희 Jun 15. 2019

워킹맘 왕관으로 나를 치장하자

왕관의 무게를 견디기 위한 시험



 

 나는 헤어디자이너 이다. 나를 잘 돋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당연하게도 그렇게 살아와서 그런 걸 수도 있다.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보통 임신을 하게 되면 엄마들의 살은 급격하게 불기 시작한다. 나 또한 10kg 증가했다. 그거면 다행이지 막달 때는 10kg가 추가 되었다. 합 20kg가 붙었다. 아이를 낳고 모유수유하면 다 빠진다는 말도 안 되는 친정엄마의 말에 홀라당 넘어가버린 피해자다. 엄마가 말하던 모유수유를 열심히 해서 10kg을 빼고 나니 나머지는 굶으면 현기증 나고 운동은 못하겠고 포기를 해야 하나..라는 지점까지 갔다. 그러던 나에게 하늘도 무심하셨지 둘째를 선물해 주셨다. 그토록 피하고 싶던 연년생엄마가 되었다. 둘째 임신했을 때는 내 몸둥아리들이 살 붙이는 기술을 연마했었나보다. 10kg는 아기자기한 숫자였다. 둘째를 낳으려 했을 때 난 60kg를 가뿐히 넘겼다. 키가 150cm밖에 안 되는 내 체구에 그 정도 까지 쪘으면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엄마들은 대충 알 테다. 허벅지는 튼 살 크림 없이는 안 되는 상황 이였고 배는 터질 것 만 같았다.

 둘째를 낳고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난 복직을 해야 했으니까. 원래 몸무게 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근처까지는 진입을 해야 입었던 옷에 내 몸을 구겨 넣어 볼 수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었다. 새로 사기는 아까웠기 때문에 미친 듯이 뺏다. 온갖 다이어트 보조제는 입에 달고 살았다. 어째 어째 빼긴 뺏는데 배는 추~욱 쳐져 있고 얼굴은 생기가 없었다. 그래서 집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아침에 아이가 깨기 전 시간을 사용해서 열심히 해봤다. 그러니 뭐 조금은 봐줄만 하게 빠졌다. 지금은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과 작별을 했다. 그래도 봐줄만 하다고 스스로 위로하고 있다.

 

 아이를 어린이집을 보내는 연습을 시작했다. 집에서 엄마는 선생님 너희는 학생 어린이라며 역할놀이를 꾸준히 했다. 솔직히 우리 아이들은 아주아주 감사하게도 처음 보내는 곳도 적응력 짱으로 한 방에 해결해준 아주 고마운 사랑둥이들이다. 우리아이들 같지 않게 적응을 힘들어 하는 아이들이 있다. 엄마는 육아휴직의 끝이 다가오는데 미치고 환장 할 노릇일 것이다. 나처럼 애 봐줄 수 있는 이가 주변에 단 한명도 없을 시에는 더 초조하고 불안 하겠지. 나는 아이들을 어린이집 보내거나 베이비시터에게 맡기는 과정을 왕관차지 시험이라고 생각한다.

 워킹 맘이라는 왕관의 무게는 아무나 짊어 질 수 있는 무게가 아니다. 수차례 넘어지고 좌절해봐야 한다. 짊어지면 다행이게 잘못하다가는 질질 끌고 가야 될 수도 있다.


학창시절 역사를 배울 때 역대 왕들의 생활을 배운다. 얼마나 힘든생활을 했는지 조금만 들여다 봐도 대단하다. 내 머리위로 그 왕관을 올리기 위해서는 여느 왕들처럼 철저하게 나를 훈련시켜야 된다. 거저 되는 거면 아무나 워킹맘 하고 있겠지. 왕관차지 시험을 통과하려면 엄마는 무덤덤해야 한다.

 우리아이들은 엄격한 엄마가 있는 탓이었는지 바짓가랑이 붙잡고 늘어지는 일은 없었다. 아마 아무것도 모를 때 어린이집에 등원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뭔가 깨우칠 때 쯤 어린이집 등원을 시작하는 아이들은 확실히 다름을 주변 엄마들을 보고 알았다. 어린이집 입구에서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 용을 쓰고 엄마를 붙잡는 아이들도 있고, 입구에서 엄마는 이미 갔는데 쉼 없이 울어 대는 아이도 있다. 아이들을 본체만체 들여 보내는 엄마들은 어린이집 원장님과 선생님들께 죄송하지만 출근시간에 쫓겨서 어쩔 수 없다고 하는 워킹맘이다.

 아이가 울어대도 단호하게 나가는 엄마들에게 나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

아이들을 그럼에도 사랑으로 돌보아줄 분들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하다. 선생님도 엄마도 아이도 함께 겪어야 할 필수 관문이기에 힘들어도 견디고 있는 모두가 멋지다.

 우리 애들은 안 그랬으니 모를 거란 생각은 금물이다. 아이들에게도 사춘기가 오는 건지 한번은 나에게서 안 떨어지려고 막내가 난리 부르스를 추었던 적이 있다. 나도 마음이 아팠다. 억지로 들여보낸 후 마음이 자꾸만 아이에게로 가있었다. 어린이집 문 앞에서 가만히 서 있었다. 이 때 나는 제대로 배웠다. 아이도 엄마에게 사기를 칠 줄 알았다는 것을. 가만히 서 있었던 시간이 5분이라도 넘어야 될 텐데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우리아이는 선생님과 자기 반으로 들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단호하게 돌아설 줄 아는 당신 멋지다. 베이비시터에게 아이를 맡긴 엄마도 단호하게 집에서 나와 출근함에 박수를 쳐드리고 싶다.

 이제 왕관자격 첫 단계에 합격을 했으면 다시 내가 아이를 갖기 전으로 돌아가는 것에 매진을 해야 된다. 애기 엄마라고 해서 세상은 봐주지 않는다. 오히려 애기 엄마는 갖추어야 할게 태산이다. ‘역시 애 낳더니’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나를 가꿔야된다.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외모지상주의 삶에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살 뺄 필요는 없다. 내가 해보니 안 되더라. 끝까지 빼도 꼭 마지막 6kg이 남아있다. 애 낳기 전에 입었던 옷을 입으려는 꿈을 당장 접고 당장 백화점 가서 나를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 인터넷 쇼핑도 좋다. 매계절 한 가득씩 옷을 사는 덕분에 나는 엄마에게 잔소리 한바가지를 하사 받는다. 그래도 신경쓰지 않고 앞으로도 나는 계속 옷도 사고 화장품 사고 나를 위한 투자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지나친 낭비를 하지 않는다.

 나를 꾸며야 하는 이유는 또 있지만 그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뤄두고, 당신이 당당해 지는 모습을 가지려면 어느 정도는 나를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 그렇다고 흥청망청 명품으로 치장하고 비싼 화장품으로 치장하라는 뜻은 아니다. 부럽지만 돈이 많다면 그래도 된다. 나는 돈이 절실했던 엄마여서 그런 치장은 나에겐 사치였다. 형편에 맞게 나를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 그리고 준비된 내 모습을 거울로 봐라. 애 낳기 전의 서툰 모습보단 성숙이란 물을 한 사발 들이 킨 내가 보인다. 난 아이낳기 전 모습보다 지금의 내 모습이 훨씬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음..이정도면 봐줄만하군 이란 생각이 들면 OK!!! 왕관자격 두 번째 단계에 합격이다. 이미 워킹맘왕관을 획득했다면 그 무게를 가볍게 하는 것도 미션이라면 미션이다. 조금 더 나아진 내 모습을 만들기 위해 나를 위한 투자는 지나치지 않는 선에선 환영이다.

 베이비시터나 도우미아줌마 아니면 아이를 맡아줄 부모님이 계신다면 조금은 빨리 패스 할 수 있는 왕관자격은 집안일과 일을 해내는 연습이다. 일을 시작하고보니 집이 아주 개판오분전이 된다. 나는 청소를 아주 못하는 축에 든다. 일주일에 한번 하면 모든 것을 다 끄집어내서 하고 며칠 그냥 산다. 집안일 젬병인 내입에서도 분명히 “집안 일하랴 일 하랴 식구 신경 쓰랴 밥하랴 내가 얼마나 힘든 줄 아냐” 라는 소리가 쉴 세 없이 나온다. 육아맘 이었던 때에 “애 보랴 밥하랴 빨래하랴 청소하랴 내가 얼마나 힘든 줄 알아?” 라고 하던 나의 업그레이드 모습이라고 보면 된다. 왕관자격을 획득해도 사람인지라 분명히 엄청난 히스테리여왕으로 등극 할 수밖에 없다. 워킹맘이란 이유로 히스테리여왕이 되기 싫었다.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집안일 3가지를 딱 한다. 설거지, 밥하기, 빨래하기 나머지는 동등 위치의 아빠가 한다. 둘 다 일하고 둘 다 집안 일 하는 게 당연해야 된다는 이야기다. 그렇지 못한 집은 엄마가 워킹맘으로 살아가기 너무 힘들다.

 어떤 가장들과 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남자들은 당연히 집안일을 안 하거나 못 한다. 애교 장착하고 당장 시켜라. 설거지했는데 깨끗이 안했네 뭐했네 하지 말고 어이구 잘 한다 추임새 넣어주면 된다. 청소했는데 먼지가 한 가득 그 자리에 있어도 집이 깨끗해졌다고 우와~한번해주면 된다. 열심히 나름대로 했지만 잔소리를 하면 남편입장에서는 의욕이 없어 질 수밖에 없다. 기껏 밥해 놨더니 맛칼럼니스트로 직업 전향한 사람마냥 이 트집 저 트집 잡는 남편에게 밥 해주기 싫은 마음과 똑같다. 그냥 무조건 잘했다고 하면 결국 남편은 바뀐다. 진짜 잘하면 금상첨화 인 것이다. 잘 할 것이라는 기대는 솔직히 내려놓자. 평생을 안 하다가 하려니 그들도 죽을 맛 일 것이다.

 이렇게 가사 분담이 어느 정도 되고 서서히 내가 없어도 될 영역을 넓혀 가면 된다. 워킹맘인 내가 다하려고 끌어안고 가면 중간에 지치기 마련이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워킹맘은 더더욱 완벽할 수 없이 바쁘다. 완벽을 바란다면 그냥 집에서 애만 바라보고 있는 게 더 낫다. 내가 놓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 쿨 하게 놓자. 그게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아이를 위해 더 좋은 길이란 것쯤은 기본으로 마음에 새겨 놓고 있어야 한다.

 

 모든 게 완벽 해야만 했던 지인이 있다. 그녀를 A라고 칭하겠다. A는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완벽해야만 했다. 같이 일하던 동료이자 좋은 언니였던 A는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집에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같이 일하는 동료로써 내가 바라본 그녀는 정말 완벽했고 어쩜 애 엄마가 집안일에 육아에 직장에서 까지 흐트러짐 없었는지 지금생각 해도 신기했다. 하지만 그녀도 사람이었다. 집안 일이 왕창 쌓여 있으니 스트레스지수가 올라갔다. 항상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참으며 집안일을 했다. 잠을 자려니 이번에는 아이들이 놀아 달라 난리였고 피곤함에 지쳐버린 A는 그렇게 깜박 잠이 들고 말았다. 완벽을 추구하던 그녀도 너무나도 지쳤던 것이다.

 퇴근하고 집에 온 남편은 항상 그녀를 깨워 몰아세웠다. 그 둘은 그렇게 매일이 싸움의 연속이었다. A는 더 이상 멋진 엄마도 멋진 동료도 아닌 체로 우울증에 걸렸다. 우울증에 걸린 그녀를 보니 더 이상 그 완벽함이 멋져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워킹맘이라는 왕관을 내려놓고 지금은 전업주부로 살고 있다. 가끔 만나는 그녀는 완전히 회복 됐고 자기 자신을 조금씩 내려놓고 있다. 회복이 된 그녀는 “그때는 왜 내려놓지 못했을까? 다시 한 번 기회가 온다면 난 완벽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라고 말했고 다른 직업을 준비 하고 있다. 훨씬 더 좋아진 모습으로. 덤으로 남편과의 사이 또한 전보다 괜찮아 졌다고 한다.

 모든지 혼자 짊어지고 완벽하게 보이려는 모습은 금방 지치게 하는 지름길이다. 앞으로 길게 내다봐야 워킹맘의 길은 현명하게 조금씩은 내려놓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 완벽하려고 하지 말자. 조금 천천히 부족한 부분은 서로가 채워주면서 해나가야 된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서두르지 말자.

 아이와 작별하는 게 당연하게 되고 나의 가치를 높이는 관리를 했고 가사 분담을 명확히 했다면 이제 왕관으로 나를 치장하자. 한껏 반짝이는 왕관으로 나를 치장하자. 나는 워킹맘왕으로 임명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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