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다희 Jun 17. 2019

워킹맘을 위한 준비물

배낭여행을 떠나는 당신의 짐은?


 

워킹맘이 가는 길을 배낭여행이라고 하고 싶다. 여행 중에서도 워킹홀리데이라고 하는 게 맞을 듯하다.

 워킹홀리데이란, 해외여행 중 부족한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젊은이들이 일을 할 수 있는 제도이다.

 워킹맘은 아이를 낳아 양육하면서 부족한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엄마들이 일을 할 수 있는 제도인 배낭여행을 하는 중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더 신나게 시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워킹홀리데이는 해외에서 일을 하면서 다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며 조금 더 자기 발전을 위해 떠나는 경우를 말한다. 워킹맘 인생의 워킹홀리데이를 진행 중 인 것이다. 워킹맘이 꼭 아니더라도 주부 또한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경험을 하는 것일 테다. 잠깐의 휴식을 위한 여행이 아닌 나의 발전을 위해 떠나는 여행인 점은 분명하다. 단순하게 떠날 수 있는 여행보다 워킹맘의 배낭여행은 조금은 긴 여정이 될 것이다. 장점은 돈이 따박따박 잘 나온다는 점이다. 내 엄마처럼 키울 준비와 워킹맘 왕관으로 치장을 한껏 했다면 이제는 여행을 떠나면 된다.

 단기여행 또는 휴가철 휴가를 가봤다면 알 것이다. 그 짧은 몇 박 며칠 가는데 짐이 아주 한 가득이다. 옷을 몇 벌씩이나 챙기고 먹을 것은 또 왜 그렇게 많이 챙기는지, 다 먹고 다 입지도 못할 짐들을 바리바리 챙긴다. 하지만 배낭여행 때는 이와 많이 다르다. 말 그대로 ‘배낭’ 여행이다. 배낭에 여권 그리고 여벌 옷 살아가는데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것으로만 챙긴다. 단기여행처럼 바리바리 챙겨간다면 출국하는 공항에서는 들뜬 마음으로 신나게 들고 다니겠지. 하루 지나고 이틀 지나 봐라 그 짐은 말 그대로 짐이다. 결국 불필요한 것들은 버리게 된다. 왜 쓸데없이 바리바리 싸들고 가서 버리나? 그냥 처음부터 과감하게 두고 가면 된다.

 워킹맘의 배낭여행 준비물 또한 간단하면 된다. 사소한 잡념들은 고이고이 접어둬라 일에 집중하기도 바쁘다. 멀티플레이가 가능하다면 잡념 주머니를 차고 가도 된다. 나는 멀티플레이 젬병이기 때문에 고이 접어뒀다. 지금은 내 인생에서도 잡념이라는 존재가 스멀스멀 생기려고 하는데 별 필요 없다고 느껴진다. 조만간 버릴 예정이다. 정말 필요한 것만 챙겨서 설레는 마음으로 가면 된다. 집에서 애 만보고 집안일에 치여 있을 때는 그렇게도 바라고 바라던 출근 아닌가?


아무것도 모르는 오지로 배낭여행을 간다면 처음부터 좌절이라는 것과 마주친다. 똑같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워킹맘의 길은 당연히 좌절을 퍼부어 줄 요소들이 가득할 것이다. 오지 속에서 좌절을 견뎌 내냐 포기하느냐에 따라 나의 배낭여행의 끝은 좌지우지된다. 견뎌 낸 후 끝까지 버티고 버텨서 돌아온다. 이 또한 똑같다. 견뎌내야만 한다. 쉽게 포기하기엔 우리의 가슴 뛰던 설렘에게 너무 미안하지 않은가.

 일을 한다는 기쁨에 들뜨고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우리 아이에게 맞는 어린이집을 찾아다니던 열정. 더 좋은 베이비시터를 찾던 열정. 새로운 출근 준비로 옷가게며 화장품 가게며 들락거리던 기쁨이 있었다. 드디어 육아에서 벗어난다는 쾌감도 있었다. 그런 열정과 기쁨을 다시 마음의 비타민으로 마음속에 가득 채워주자.

 출근을 하고 보니 내 맘과 같지 않은 일들이 넘쳐나기 마련이다. 당연하다. 아이 엄마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출근을 했으니 더더욱 당연하다. 아이 엄마라는 이름은 여권이다. 나를 대변해주고 나를 증명해주는 것이기에 절대 어버리면 안 된다. 여행지에서 여권을 어버리면 골치 아프다. 지갑은 잊어버려도 여권만은 꼭 지켜야 된다. 아이엄마라는 여권을 꼭 쥐고 한발 한발 나아가 보자. 이 여권은 나만이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더 정신 무장하고 꼭 지켜야 한다. 하나밖에 없는 여권이기에 더 철저하게 나를 단련시켜서 지켜야 된다. 내 의지를 훔치려는 수많은 소매치기들을 지나게 될 것이다.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면서 일을 시작하게 된 본질을 잊어버릴 위험도 있다. 여권을 지키기 위해 다른 것들을 버려야 할 상황도 올 것이다. 안전하게 편안한 여행을 끝내기 위해 중간 고비들을 현명하게 대처해보자. 힘들었던 여행이 행복했던 여행보다 기억 속에 더 오래 간직된다. 지금 우리의 여행은 평생 간직할 수 있는 추억이 되어가고 있다.

 시작이 쉬운 게 어디 있을까?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분명하게 알고 있어야 되는 것은 덜컥 시작했으니 반 왔다고 생각했으면 오산이다. 시작이란 건 준비된 자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의 어린이집 보내기를 생각해보자. 어린이집을 보내기 위해 좋은 어린이집을 찾고 엄마들의 평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맘에 드는 어린이집에 대기를 시킨다. 연락이 오면 상담을 간다. 우리 아이를 정말 믿고 맡겨도 되는 곳인지 원장 선생님과 열심히 원을 둘러본다. 맘에 안 들면 다른 곳 상담을 또 간다.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해서 찾는다. 원하는 어린이집에 갈 수 있게 되면 그 어린이집에서 요구하는 준비물을 준비한다. 물티슈, 칫솔, 치약, 낮잠이불, 식기구 세트, 필기구 등등 그리고 원에서 입는 단체복을 구매한다. 입학비도 준비한다. 모든 준비를 다 마친 후 빠진 것이 없는지 한 번 더 점검을 한다. 그리고 드디어 아이를 등원시킨다.

 이 정도는 해야 어린이집 보내기 시작했다고 주변이 들에게 말할 수 있다. 준비물도 많고 알아볼 것도 많다. 시작하기 전에 이렇게나 많은 준비를 해야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준비를 철저히 하고 시작이 반이다는 말을 한다면 인정한다. 생각만 해두고 시작하고 있다는 말은 하면 안 된다. 나중에 분명히 시작이라는 단어 앞에 사죄할 날이 온다. 나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는 일을 시작하면서 참 많은 착각 속에 살았다. 준비되지 않은 워킹맘의 길은 너무너무 고단했다. 여권만 가지고 다니면 뭐하나. 내가 어디를 어떻게 가야 돼서 무얼 해야 될지 모르는데. 맨몸으로 부딪혀라 라는 말도 나는 믿지 않는다. 맨몸으로 부딪힐 정도의 멘탈이면 엄청난 내공이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다음 챙겨야 할 것이 사전 지식이다. 그냥 무작정 떠난다면 앞서 말했듯이 낭비할 시간이 어마어마하다. 워킹맘으로 아이를 양육하려면 어찌해야 되는지 책이라도 잡고 읽어보자. 책 속에 답은 꼭 있기 마련이다. 요즘 많은 엄마들이 잘 이용하는 맘 카페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인터넷에 검색해봐도 수 천, 수 만 가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온다. 마치 배낭여행을 떠나기 전 내가 가려는 나라의 기본 정보 정도는 공부해야 되는 것처럼. 워킹맘 배낭여행 또한 사전 지식이 분명히 있어야 된다. 그 나라의 문화, 예절, 식습관 등 쥐뿔도 모르면서 무슨 자기 계발을 할 것인가. 워킹맘 배낭여행도 똑같다. 워킹맘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한번 정도는 공부를 해야 된다. 아이가 아플 땐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 식사를 챙겨 줄 수 없을 땐 어떻게 해야 될지. 상사와는 어떻게 해야 될지. 어느 정도는 파악을 하고 가야 된다. 무작정 맨몸으로 부딪혔다간 멘탈이 너덜너덜 나가떨어질 것이다.

 요즘은 육아 선배들이 넘쳐난다. 그렇다고 그 정보들을 너무 맹신하진 말고 내 것으로 만들어서 나만의 지식창고를 만드는 게 좋다. 이 여행은 힘든 여행이 아니라 나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켜주는 여행이라 생각하고 시작하면 된다. 일터로 나가기 전까지 시간은 무궁무진하다. 그 안에 철저히 준비된 자가 “저 일 시작해요~”라고 말할 수 있다. 혹여 일 나가기 전까지 정말 시간이 없다 한다면 너무 서두르려 하지 말고 내가 쉴 수 있는 날 하나씩 차근차근해나가면 된다.

 

 여행 달인들을 보면 꼭 약을 구비해서 움직인다. 어느 나라나 약은 다 있겠지만 미리 나에게 맞는 약을 챙겨서 간다. 그것도 어느 순간에 어떻게 아플지 모르니 종류별로 가지고 가는 편이다. 워킹맘 배낭여행 또한 약을 종류별로 챙길 필요가 있다. 정신승리의 달인이 아니라면 꼭 챙겨야 된다. 수도 없이 아플 일이 넘쳐 난다. 여기저기 쥐어 터져서 상처가 아물 일이 없다. 나 또한 여기저기 쥐어 터져 보고 아픈 날이 안 아픈 날보다 많았다. 지금은 마음의 상비약이 한가득이지만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정말 힘들었다. 아무 약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기에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몰랐다. 부디 미리 마음의 상비약을 준비하고 워킹맘 여정을 떠나길 바란다. 내 엄마가 우리 더 좋은 길 가라며 다그칠 때처럼, 넘어지면 자기가 넘어진 것 마냥 더 화내고 우리를 혼냈던 것처럼. 나 또한 그런 마음인 것 같다. 정말 아무 준비 없이 덤볐다가 하마터면 불운의 워킹맘 표본이 될 뻔한 나로서는 같은 워킹맘의 길을 가는 엄마들이 조금은 덜 아팠으면 좋겠다. 다만 그러기 위해선 정말 피나는 준비과정이 필요하고 끝없는 단련이 필요하다는 것쯤은 꼭 마음이 세기 길 바란다. 이런저런 준비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그냥 정말 맨땅에 헤딩 한번 해보시면 된다. 얼마나 힘든 길로 돌아와야 될지는 본인만 알 테니.

 워킹맘 배낭여행에 필요한 것들은 꼭 꼭 챙기길 바란다. 나는 지금도 이 여행을 하면서 필요한 것들이 있으면 즉흥적으로 충전하고 필요 없어지면 버리기도 한다. 그 정도 융통성은 있어야 이 여행이 좀 순조롭게 풀릴 테니까. 당신의 배낭에는 어떠한 것들이 필수품인지 꼭 체크 잘해서 이 길고 긴 여행을 무사히 마치길 바란다. 훗날 이 여행의 일들이 때로는 힘들고 지쳤었지만 정말 행복했음을 느끼길 바라고 바란다. 당신의 배낭은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워킹맘 왕관으로 나를 치장하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