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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희 Jun 18. 2019

죽을 것 같던 진통을 이겨낸 사람은 바로 나다

 한 아이를 출산하는 데는 38주에서 40주 정도가 걸린다. 나는 현기증과 가벼운 감기몸살 인 줄 알았다가 알게 된 케이스다. 그것도 일하던 동료선생님과 동시에. 일단 임신은 했는데 이놈의 입덧은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목이 다 쉴 때 까지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렸다. 머리는 어지럽고 속은 울렁거리고 청심환이라도 마구 마구 먹고 싶었다. 그럼 살이 빠질 줄 알았지. 천만의 말씀. 앞서 말했듯 나는 20kg가 쪄버린 임산부였다. 누가 굴리면 뎅구르르르르 굴러갈 정도의 몸집을 만들었다. 난 지금도 우긴다. 나와 아기가 함께 만든 것이라고, 어쨌든 태동을 느끼고 배가 남산 만해짐을 몸소 느끼면 아이가 내 품에 올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이다. 가진통이 시작되면 병원에 가서 아이를 맞이하면 된다.

 나는 42주가 되도록 소식이 없어서 유도분만을 하기로 했다. 병원에서 12시간 금식을 하고 오라기에 저녁에 마지막 만찬을 먹었다. 친정엄마가 아기 낳기 전에는 고기를 먹어서 힘을 내야 된다고 사줬다. 다음날 유도분만 약을 투여 할 때 까지만 해도 그저 아이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슬슬 고통이 시작 되었다.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리면서 토악질을 해댔다. 피를 토하고 나서야 조금 진정이 되는가 싶었다. 그것도 잠시, 본격적인 진통이 시작됐다. 정말 온갖 짜증이 나는 고통이였다. 더 화가 났던 건 물론 이런 저런 산모를 많이 봐왔겠지만 내진해주신 간호사님이 “아직멀었는데~지금 이렇게 아파할 정도 아니야~”라고 하시는데 인생 살면서 열 받았던 기억 베트스 3에 속한다. 친구였으면 욕이란 욕은 다 해줬을 정도였다. 간호사님이 두 번째 내진할 때 너무 아파서 간호사님을 발로 밀어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죄송하다. 맨정신이 아니였으니 이해해주셨으리라 믿는다. 그 정도로 사람 돌아가시겠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아픔이었다. 드디어 7cm가 열렸다. 이제 의사선생님이 무통주사느님을 나에게 하사해 주시겠지 라는 생각에 조금은 기뻐하고 있었다. 갑자기 간호사님께서 의사선생님을 긴급호출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아기심장이 뛰지 않네요.”라고 말씀하시고는 급하게 수술준비를 하셨다. 첫아이는 무조건 자연분만을 하라던 친정엄마도 얼른 수술하라고 했다. 그렇게 죽네 사네를 외치던 나는 거짓말처럼 진통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심장만 불규칙적으로 요동치고 있었다. 조용히 링거와 함께 수술실로 들어갔다. 부분마취 할 틈도 없이 전신마취를 했고 눈을 감으면서 나는 참 많이도 울었던 것 같다. 눈을 떠보니 참 예쁜 선물이 나에게 와있었다. 조심히 안아보고 울컥함에 눈물이 계속 나왔다. 친정엄마의“우리딸도 엄마긴 엄마네” 라는 말이 나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진통 후 수술회복 후유증은 대박이었다. 억지로 걸어야 된다고는 하는데 지금 생각하면 끔찍하다. 다만, 아이를 보러가는 길은 그 아픔조차 참을 수 있었다. 

 아이를 낳은 엄마들 이라면 진통 한번쯤은 겪었을 테다. 제왕절개 한 엄마들 또한 그 후 회복단계에서 얼마나 아픈지는 겪어보지 못한 사람을 모를 것이다. 하늘이 노래지면 나온다는 아기? 흥! 노란게 아니라 번쩍번쩍 우르르쾅쾅 해야 나온다. 임신부터 출산까지는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쉬운 게 하나도 없다. 우리는 이 정도의 고통을 이겨낸 엄마다. 정말 대단한 엄마다.

 요즘 남자들이 임산부 체험을 많이 한다고 한다. 심지어 진통체험까지 있다고 한다. 체험을 하고 난 남자들은 하나 같이 여자들 대단하다고 말한다. 이쯤이야 참을 수 있어요 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대단한 여자들이다. 엄마이기에 대단하다.    

 이렇게 대단한 엄마들이였는데 일을 하다보면 대단한 엄마는 어디가고 나약한 엄마만 남는다. 그럴 수밖에, 막상 출근했는데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뭘 하고 있을지 생각이나 하고 있고 신경이 온통 그쪽에 가있다. 거기다가 아이가 조금이라도 아파봐라 나는 나쁜 엄마네 어쩌네 하면서 자책하기 바쁘다. 어떤 엄마든지 아이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내가 일하는 동안 나보다 더 우리아이를 잘 봐주는 분들이 우리 아이들을 케어해주고 있다. 그런 걱정은 잠시 접어두는 게 좋다. 노심초사하며 CCTV만 들여다보거나 알림장만 주구장창 보고 있다면 일의 능률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요즘시대가 어느 때 인지 나도 잘 안다. 날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사건사고가 터진다. 잘 아는 엄마라서 더 믿는 수밖에 없다. 그저 믿고 있을 뿐이다.

 못 믿겠다면 처음부터 맡겨서 사서고민 할 필요 없다. 집에서 내 아이를 보란듯이 훌륭하게 양육하면 된다. 어떤 이유가 있는지는 몰라도 일을 해야 되는 워킹맘이라면 내 아이를 돌봐주고 있는 분들을 전적으로 믿어야 된다. 나는 주변에 상사던 가족이던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면 아무리 가까운 사이여도 화가 어디까지 차오른다. 선생님들이라고 사람인데 자꾸 지적만 한다면 화가 안 나겠는가? (선생님은 베이비시터 분들도 포함된다) 아이가 고열에 시달려 정말 어린이집에 못 가게 되는 상황이라면 엄청난 눈치를 감수하고 월차든 연차든 낸다. 전염병이어도 그렇다. 그게 아니라면 아이는 당연히 아프면서 큰다. 아이가 조금 힘들어 하면 그냥 누워서 쉬게 부탁드린다는 정중한 말 한마디면 선생님들께서도 알아서 다 조치해 주신다.

 이런 저런 걱정에 일을 제대로 못한다면 직장에선 당연히 눈치를 준다. 일 할 때는 무조건 일에 집중해야 된다. 죽을동 살동 해가며 모든 감정을 얼굴로 들어내면 일하는 동료들은 저절로 짜증이 난다. 아이가 잠깐 아프다고, 다른 아이들과 불협화음이 있다고 해서 일을 그만두네 마네 하는 걱정은 너무 철없는 걱정이다. 아이들도 한번쯤 겪어야 될 과정이 있고 나 또한 덤덤히 넘길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

 진통이며 회복이며 견뎌낸 대단한 엄마들이기에 우리는 이 또한 덤덤히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 때문에 눈치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눈치 보이는 만큼 내가 더 열심히 하면 된다. 기를 쓰고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뭐라 할 사람은 없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뭐라고 하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다. 이런 저런 걱정하면서 안절부절 하는 것 보다 그 시간에 더 열심히 내 일에 집중 한다면 분명히 상사나 동료들은 알아준다. 나약한 엄마에게서 벗어나자.    

 우리 딸은 눈이 조금 아픈 아이다.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불안함이 아무 것도 못하게끔 온갖 걱정이 나를 막았다. 온 병원을 이곳저곳 뛰어 다녔다. 서울대학병원에서는 5시간에 걸쳐 검사를 받았다. 수술을 하네 마네 하다가 마지막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마지막 검사를 받았다. 이 병원 저 병원 다녔던 탓에 당연히 눈치는 보였지만 직장에 못나갔다. 내 아이가 아픈 것도 모자라 직장 눈치까지 보려니 참 사람 할 짓이 아니었다. 다 이해해준 모든 직원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잘 버티던 나도 그때만큼은 다 때려치우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우리 아이가 아플 때 그나마 위로가 되었던 건 서울대학병원의 안과 검사실에서 느낀 안도감이다. 내 아이 말고도 많은 아이들이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해 치료를 받고 있었다. 부모님들 중에 정말 우울감 넘치는 얼굴이 있었다. 그와 반대로 아이와 장난을 치며 정말 해맑은 엄마 아빠들이 많았다. 울며 불며 쓰린 맘을 가지고 이 병원 저 병원 뛰어다닌 나로선 이해하기 힘든 광경 이였다. 이미 지쳐있었기 때문이다. 지칠 대로 지친 나에게 정말 제대로 정신 차리게 해준 딸의 한마디가 있다.

 “엄마 행복이 병원 검사 기다리는 시간 많이 힘들죠? 미안해요” 5살 아이가 하기 에는 너무나도 묵직한 말 이였다. 검사 받는 시간이 정말 힘들다. 어린아이가 받기에는 너무도 힘든 검사를 견뎌내며 엄마에게 위로의 말을 건데는 딸을 볼 면목이 없었다. 아이 잘못이 아닌데 마치 아이 잘못인 것 마냥, 내 잘못인 것 마냥 행동하고 있었다. 정말 엄마 자격이 없어도 한참 없는 엄마였다.


 앞으로 무슨 일이 내 인생에 들이닥칠지도 모르는 한치 앞도 모르는 세상에 살면서 이 작은 바람에 나는 흔들리고 있었다. 당장 생각을 바꿔먹고 “엄마는 행복이랑 이렇게 둘이 데이트해서 너무 좋은데?” 라고 해주니 아이가 그제야 5살 아이로 돌아와 꺄르르 넘어갔다. 고액의 데이트비용으로 병원비를 내고 인생과외를 해냈다. 


 워킹맘은 당연히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인다. 이때마다 힘들어하지 말자. 아이가 전부 바라보고 있다. 아이 눈에는 필터가 없다. 그 사람의 표정 말투로 웬만한 것은 다 파악 할 수 있다. 신이 주신 순수한 눈이다. 아이가 자신 때문에 엄마가 힘들어 한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아이들은 바보가 아니다.


 워킹맘의 고비 중 하나 아이가 아픈 것이다. 수족구, 수두, 홍역 등등 어쩔 수 없이 휴가를 몽땅 끌어다 써야 되는 것은 물론이고 눈치도 보인다. 아이가 아프면 그때만 큼은 어느때 보다도 가장 많이 흔들 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절대 흔들려서는 안 된다. 갑작스런 아이와의 데이트 일정이 잡힌 것이고, 당당하게 쓸 수 있는 휴가를 낸 것이다. 눈치는 휴가 다 끝나고 보면 된다. 나가서 열심히 더 열심히 일하자. 어차피 이런 상황에선 눈치 백단인 사회인들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열심히 하게 되어있다. 사람들은 자기 과거는 오래 기억하지만 남의 과거 남의 일은 오늘내일이면 다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굳이 작은 바람에 흔들리지 말자. 최악의 고통을 이겨내고 이 자리에 있는 게 엄마다. 당신은 아이를 멋지게 출산해낸 워킹맘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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