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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희 Jun 19. 2019

2%부족할 때? 부족해도 된다

 어릴 때 2%음료수가 폭풍 히트를 쳤다. 광고의 참신한 아이디어였을까? 시장 점유율 90%정도였다고 한다. 나도 어릴 때 “2프로 부족할 때” 이러면서 다녔던 기억이 있다. 정확히는 몰라도, 뭔가 부족하긴 부족하다는 것일 텐데 어린 나에게 너무 어려운 광고였다. 어쨌든 하도 유명해서 먹어본 복숭아 맛 2프로는 내 입맛에 별로였다. 정말 2%부족한 맛 이었다. 후에 나왔던 레몬 맛은 좀 먹을 만 했다.

 2%는 우리가 목마름을 느끼는 시점이라고 한다. 굳이 목마름을 느끼는 시점에 바로 물을 찾아 먹지는 않는다. 느끼는 시점일 뿐이지 목이 타들어 갈 것 같은 갈증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 정말 마셔야 되겠다고 하면 알아서 찾아 먹는다. 물이든 음료수든 목이 타들어갈 것 같은 갈증에는 적극적으로 찾아 마신다. 그 전까지 2%정도는 부족해도 된다. 마찬가지로 엄마도 워킹맘도 완벽할 수 없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그러니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된다. 유명인 들도 다 부족 했던 때가 있고 위인들도 부족 했던 때는 항상 가지고 있다. 그 분들은 부족함을 정말 잘 극복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몸소 보여준다.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도 정말 많은 부족함을 이겨내고 성공한 분들이 많다. 사람은 부족하면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무언가를 더 배우려는 자세가 생긴다. 완벽하면 할 필요가 없으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2% 부족하다는 것은 나에게 무언가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주어질 큰 강점이다.

   


 지금은 할리우드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한 아버지의 이야기는 내 생각을 더 확고하게 한다. 그는 공립학교를 다녔고 옷도 물려 입는 사람이었다. 여러 계층 여러 인종이 섞여서 사는 저소득층 주거지역에서 살았었다. 그는 지독히도 가난이 싫었고 그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높은 자리를 향해 갔다. 결국 그는 진입로가 마치 유럽의 성에서 공수해온 것 같은 긴 저택을 비벌리힐스에 가지고 있다. 비행기 격납고 만하다고 한다. 개인 제트기에 페라리 자동차까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반면 그의 자녀들은 어떨 것 같은가? 그는 부유한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저소득층에서 그의 아버지가 자신을 성공적으로 길러낸 것보다 자신이 자녀들을 성공적으로 키우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다윗과 골리앗/말콤글래드웰 지음) 



 워킹맘인 우리는 더 부족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은 전업주부인 엄마보다 두 배 이상 적다. 나 같은 경우는 직업 특성상 공휴일과 대체공휴일도 전부 근무를 한다. 대체공휴일이 정말 너무나도 싫은 사람 중 한명이다. 겨우 쉬는 날도 솔직히 놀아주기 힘들어서 그냥 집에서 텔레비전이나 유튜브를 틀어주고 마는 경우가 허다했었다. 일주일에 한번 유일하게 쉬는 날 아이들과 씨름하기 싫었다. 미안했다.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짜증났다. 짜증나고 또 짜증났다. 복이아빠는 “엄마 좀 쉬게 둬”라는 말을 쉬는 날 아침마다 했다. 솔직히 아침이 아니라 점심 가까운 시간까지 했다. 애들은 그날 하루가 나와 놀 수 있는 딱 하루였을 텐데 나는 그날 하루가 내가 쉴 수 있는 딱 하루였다. 푹 쉰다고 말만했지 정신은 푹 쉬지 못한 상태로 출근을 한다. 출근한 후 미안함이 또 밀려온다. 이번 주에는 놀아주기로 다짐했는데...라면서 자책한다.


 주말마다 거의 외식을 하는 편이기도 하고 주변 지인 가족과도 자주만나기도 했다. 그건 나를 위한 힐링 이였다. 아이들은 음식점 안에서 가만히 유튜브만 보길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또 그런상황만 되풀이 됬다.

 정말 미안함에 나는 아이들 장난감만 계속 사주었다. 아이들이 원한다면 웬만한 건 다 사주는 무식한 엄마였다. 억만장자도 아니면서 부자 행세를 했다. 덕분에 아이들은 마트가면 장난감 한 개 정도는 가지는 게 당연시 되었다. 나는 참 부족한 엄마였다. 돈을 그렇게 무식하게 써놓고 돈이 없다며 자책하는 부족한 엄마였다.

 부족한 엄마도 해봐야 안 부족한 엄마가 된다. 내가 처음부터 매 주말 아이들과 뽈뽈거리면서 돌아다녔다면 나는 지금쯤 벌써 지쳐서 나가 떨어졌을 것이다.


 지금은 그때의 부족함으로 주말에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열심히 돌아다닌다. 무식하게 장난감만 안겨주면 된다고 생각했던 대가로 지금은 집에 장난감이 가득차서 장난감은 사주지 않아도 된다. 일을 시작한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미안함에 무언가를 더 해주려고 하다가는 분명히 중도포기 하게 된다. 부족해도 된다. 아이들도 갑자기 완벽해지려는 엄마는 부담스러워 한다. 천천히 그리고 서서히 하면 된다. 부족함을 깨달았다면 부족함을 채우려는 실행에 옮기면 된다. 마음을 다 잡고 실행에 옮기려는 사람에게는 늦은 때가 없다.    

 아침마다 풀메이크업을 한다. 풀메이크업이라 하기 민망하지만 내 기준에서 굉장한 풀메이크업이다. 워킹맘이 뭐 그렇지 않은가? 대충 비비 척척 바르고 눈썹 그리고 아이라인정도 하고 립스틱 끝. 그마저도 눈썹문신 아이라인문신한 사람은 더 간단하다. 미혼인 여성분들 중에도 이렇게 간단하게 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나같은 경우엔 20대 초반은 정말 어마어마한 메이크업 솜씨를 뽑내며 얼굴에 그림을 그렸다. 연애를 할 때는 더했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나마 한다는 게 비비, 눈썹, 립스틱 이 정도다. 결혼 전 그리고 신혼 때의 나와 비교하면 정말 부족하지 않은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화장을 하다가 조금 신경 써서 아이라인꼬리를 한껏 빼주고 눈에 힘을 좀 줘봤다. 마스카라도 하고, 그날따라 시간이 남아돌았나보다. 펄도 조금씩 뿌려주고 볼터치도 했다. 오~진짜 풀메이크업! 나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운 모습 이였다. 아침밥 먹는 딸들 앞에 짠하고 보여줬다. 기대와 달리 행복이는 “엄마 여우 따라했어요?” 축복이는 “엄마 도깨비야? 눈이 이상해요”

 뼈저리게 느꼇다. 역시 2%정도는 부족해야 엄마구나. 갑자기 안하던 짓을 해대니 우리 아이들이 너무 당황함을 느꼈나보다. 아이들이 눈치 챌 수 없게 조금씩 조금씩 추가를 해야 됬었나?


 쉽게말해서 내가 서서히 살이 찌면 항상 같이 사는 가족들이나 항상 보는 동료들은 내가 살이 쪘는지 모른다. 하지만 2개월 3개월 정도 만에 만나는 지인들은 하나 같이 말할 것이다. “너 왜 이렇게 살쪘어?”

 아이들에게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서 너무 한 번에 마음을 고쳐먹으려 하지 않아도 된다. 서서히 천천히 그러나 조금씩 꾸준히 바꿔야 한다.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면 분명 크게 달라진 내 모습이 보인다. 부족한 부분은 끈기를 가지고 변화시키자. 부족해야 엄마다. 교과서에 나오는 부모상처럼 완벽하면 발전이 없다. 아이를 향한 미안함이 사랑으로 채워 질 수 있게끔 노력하면 된다.


 살다보면 우리는 본인의지랑 상관없이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준다. 누구나 타인에게 상처를 줬다면 미안함으로 그 사람에게 더 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상처받은 사람은 한번 잘해준다고 그때의 상처를 잊지 않는다. 10번 잘했지만 한 번의 실수로 다 무너뜨린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10번 100번 더 잘해줘도 못해주었던 기억은 또렷이 남아있다. 그러나 나도 모르는사이 아이에게 상처를 줬다고 해서 너무 미안한 감정으로만 아이를 대하지 말자. 10번 100번 노력하고 잘해주는 게 부족하다면 1000번 10000번 노력해보자. 아이들의 상처가 치유 될 수 있다면 그 이상 몇 배로 해 줄 수 있지 않은가?    


 지금 난 친정엄마에게 그때는 서운했었다며 솔직하게 터놓는 이야기들이 있다. 물론 우리엄마는 내가 언제 그랬냐며 발끈 하긴하더라. 아이엄마가 된 나는 지난날의 친정엄마도 그때는 나같이 부족했음을 이해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과 나는 지금의 나처럼 언젠가는 상처를 웃으면서 이야기 할 날이 꼭 오리라 믿는다. 어차피 내가 완벽하게 아이들을 위해 모든 것을 해준다고 해서 아이들은 100% 만족하지 않는다. 남편이나 우리 아이들을 봐주는 선생님 혹은 부모님이 아무리 내 상황에 맞게 잘하려고 해도 내 마음에 100% 만족을 주지 못하는 것과 똑같다. 누구나 부족하다. 자책할 시간에 어떻게 하면 아이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우리아이들은 엄마의 부족함도 이해해줄 수 있고 나를 엄마로 세워주는 대단한 존재들이다. 생각보다 속 좁지 않다. 다만, 아이들이 지치지 않게 꼭! 서서히 채워주자.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요소들은 세상천지 널렸다. 찾아내는 것은 엄마의 숙제다. 어린 시절 소풍가서 했던 보물찾기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하나씩 찾아가면 된다. 보물을 찾기 위해 모든 신경을 집중해서 평소에 보지도 않던 나뭇가지 구석구석, 돌 밑까지 찾지 않았던가? 찾고 나면 온 사방 뛰어다니며 그 쾌감을 온몸으로 느끼던 때를 기억해보자. 사랑 찾기 게임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찾아보자. 못 찾아도 된다. 못 찾은 친구들에겐 꼭 많이 찾은 친구들이 한 개씩은 의기양양 대며 나눠준다. 어떻게 우리아이에게 채워줘야 할지 모르겠다면 주변에 잘 채워 주고 있는 엄마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어떻게 하면 되는지. 단, 열심히 정말 열심히 내 방법을 찾지 않고 물어보지는 말자. 의미 없다. 선물만 받아버리는 보물찾기와 우리들이 찾는 것은 더 고차원 적인 것이다. 그저 남이 찾아놓은 답만 바라면 내 것이 되기는 쉽지 않다.



 문제집을 풀 때 머리를 쥐어짜도 모르겠어서 별표 친 경우와 꼼수부리면서 해답해설을 보고 받아쓴 경우를 보자. 해답해설을 보고 받아쓴 경우 100점을 맞을 것이다. 하지만 고대로 베껴 쓰고 나서 내 머리에 남는 것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고민한번 해보지 않고 쉬운 길로 가려다 나중에 시험지에는 빨간 작대기 비가 주륵주륵 내리겠지. 반면, 고민하고 또 고민해도 답이 안 나와서 문제집에서 빨간 작대기 받은 경우는 특별 한 해답해설을 받는다. ‘이건이래서 이랬던 거구나. 저건 저래서 그랬던 거구나.’라면서 내 것으로 만들고 나만의 방법을 찾게 된다. 공식도 외우게 되는 좋은 케이스다. 결국 시험지에는 동그라미가 가득 할 것이다.

 틀리면 좀 어때? 이미 내 머릿속에 그 문제들을 푸는 방법들은 나열 되어있고 다시 연습해보면 결국 잘하게 되있다. 아이들에게 2%부족하면 어때 우리는 진통이란 과제를 술술 후 회복이라는 과제를 잘해낸 대단한 엄마다. 2% 부족해도 나는 참 괜찮은 워킹맘이다. 우리 아이들은 분명 행복하다.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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