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week2

by 한도연

Week2 주제는 "사랑"입니다.

한 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숭고하고 깊은 주제이죠. '사랑'을 주제로 한 그림 하면 떠오르는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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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크 베렌시올, 햇살(Ray of Sunlight), 1891 / 로렌스 알마 타데마, 더 이상 묻지 말아요, 1906


사랑을 고백할 때에는 꽃이 빠질 수가 없는가 봅니다. 빨간 드레스의 어린 소녀가 들고 있는 보라색 꽃은 초롱꽃(캄파눌라) 같아요. 한 줄기에 여러 개의 꽃이 달려 있는데, 꽃말은 '변함없는 사랑'이라고 해요. 뾰로통해 보이는 소년이 저 꽃을 받았을까요? 다음 장면이 기다려집니다.

지중해 바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남녀. 사랑고백을 하고 있는 남자에게, 더 이상 묻지 말라고 하는 여인.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고전적 아름다움을 그렸던 알마 타데마는 고대 그리스, 로마의 일상을 많이 그렸습니다. 고대 시대의 남녀를 주인공으로 했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인간의 기본 감정 특히 사랑의 감정은 시대를 뛰어넘는가 봅니다. 사랑하고 설레는 이 고귀한 감정은 아주 오래된 역사이자 인간에게는 본능적인 감정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네요.



이번 한 주는 “사랑”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보았어요. 청춘남녀의 사랑, 친구와의 사랑, 부모와 자식에 대한 사랑. 정말 다양한 관계 속에서 우리는 사랑을 받고, 사랑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다 에릭 와이너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서 간디의 비폭력 저항정신에 대해 이야기했던 부분이 생각이 났어요. "모든 폭력은 상상력의 실패를 나타낸다. 비폭력은 창조성을 요구한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수많은 폭력을 가하게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특히나 가족들과의 관계에서 언어폭력, 정서적 폭력은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기도 하고요. '상상력의 실패'라는 말이 오랫동안 가슴에 남았습니다. 내가 행하는 폭력이 나의 상상력의 부족함에서 나온다면 의식적으로 어떻게 사랑을 표현할 것인지 노력해 봐야 하겠죠. 가족들과 갈등이 있을 때, 상상력을 총 동원하여 '창조적으로' 사랑해보려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노력인 것이죠. 그러면서 내 안의 숨겨진 창조성을 끌어낼 수 있다면 그 또한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것일 테니 그 노력은 분명 값진 것입니다.


”비폭력은 창조성을 요구한다.”의 말을 “사랑은 창조성을 요구한다.”로 바꾸어서 되뇝니다. 나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도 나의 진심이 사랑의 감정으로 느껴질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그러다 성경의 내용 중에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어요. ‘중풍 병자를 고치신 기적’(마르코 2,1-12)입니다. 예수님의 기적이 소문이 나자 예수님 주변에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몰려들었어요. 중풍 병자를 고치고자 네 사람이 그를 들것에 들고 예수님께 가려고 했으나 사방이 막혀 갈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그들이 생각한 것은 지붕에 구멍을 내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이 계신 곳의 지붕을 벗기고 구멍을 내어 중풍병자를 예수님께 내려보냈던 것이죠. 이거야말로 사랑의 마음에서 나온 “창조성”이라고 여겨집니다. 아무도 생각지 못한 일이잖아요. 중풍병자에 대한 네 사람의 사랑이 합쳐져,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것이죠. 이것이 바로 기적인 거죠.


그래서 저에게 사랑이란, 적극적인 창조적 행위입니다. 어떻게 그 사람을 더 이해하고 깊이 사랑할 수 있을까? 그건 구체적 행위에서 나온다고 생각됩니다. 제 다이어리 앞장에 “나는 오늘 사랑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라고 써놓은 문장을 자주 보며, 오늘 하루 사랑하지 않고 무미건조하게 지나가는 날이라 생각되면 숙제하듯 아이들을 안아줍니다. (물론 엄마 왜 이래 하는 얼굴로 싫어하지만요) 내일은 좀 더 창조적으로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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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풍 병자를 고치시다

그림 1: Christ healing the paralytic at Capernaum, Bernhard Rode, 1780

그림 2: The Palsied Man Let Down through the Roof, James Tissot, 1886-89



1. '사랑'하면 떠오르는 그림

image.png 마르크 샤갈, 생일, 1915

이 작품은 샤갈이 벨라와의 약혼시기에 생일을 맞았는데, 창문 너머로 벨라가 꽃을 들고 오는 장면을 보고 느낀 감정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중력을 거스를 만큼 설레면서 강렬했던 순간이었나 봐요. 사랑하면 소박한 일상도 평범한 하루도 꿈같이 느껴지는 기분을 잘 표현한 것 같아요. 생일날 이런 그림을 남편한테 내밀며 사랑고백 하는 것도 괜찮겠죠?


2. '사랑'하면 떠오르는 음악: 뮤지텔러 빠삐짱님의 음악추천


<베사메무쵸>란 멕시코 노래 아시죠? 그 곡의 원 멜로디라 할 수 있는, 스페인 작곡가 그라나도스의 <고예스카스> 모음곡 중 4번째 곡, '마하와 밤꾀꼬리'입니다. https://youtu.be/tKRB9_rZu9I?si=GQqd5qgFE6GLrrOx

백발이 성성한 백건우 선생님의 연주가 한옥 정자라는 공간과 중간중간 들려오는 새소리까지 잘 어울려 정말 기가 막힙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라나도스가 화가 고야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고 작곡한 곡입니다. 사랑에 빠진 여인의 감정이 투영된 곡이죠. 고야의 '옷을 입은 마야' 보시며 나에게 사랑이란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보시는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image.png 프란시스코 고야, 옷 입은 마야, 1800


3. '사랑'하면 떠오르는 시: 김춘수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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