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4
이번 주 주제는 '노동'입니다. 노동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 없겠죠? 하지만 노동이 없는 삶이란 마치 죽은 삶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노동의 양이 많은 것도 힘이 들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또한 인간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많이 일한다고 행복한지, 성실하고 근면한 것이 인간의 의무인지, 지금 나의 노동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먹고살 걱정이 없다면 노동은 필요하지 않은 것인지, 노동을 통해 나는 성장하고 있는지 등을 한번쯤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노동’과 관련된 그림이 너무 많아서 고민이 되었던 한 주였어요. 저는 제 책에도 이야기했듯’ 노동’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티치아노의 <시지프스>입니다. 시지프스가 매일 큰 돌덩이를 이고 산 꼭대기에 올라가 돌을 굴리고 다음 날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 하는 형벌을 받잖아요. 지금의 우리도 매일 반복되는 시지프스의 형벌을 받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요. 알베르 카뮈의 에세이 <시지프스 신화>에서 나온 “무의미한 노력을 강요당하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은 없다.” 는 말이 있어요. 노동을 피할 수 없다면 그 태도가 중요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김영민의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책에서 나오는 대목입니다.
지나친 여가는 인간을 공허하고, 무료하고, 빈둥거리고 낭비하게끔 만든다. 일로부터 벗어나야 구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을 즐길 수 있어야 구원이 있다. 공부하는 삶이 괴로운가? 공부를 안 하는 게 구원이 아니라, 재미있는 공부를 하는 게 구원이다.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게 괴로운가? 사람을 안 만나는 게 구원이 아니라, 재미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구원이다. ('삶의 쳇바퀴를 사랑하기 위하여' 중)
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즐길 수 있어야 구원이 있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지루하게 반복되는 ‘무의미한 노동’을 ‘의미 있는 노동’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만약 내가 매일 하고 있는 노동이 맹목적이고 의미 없는 행동의 반복이라면 그것은 노예의 노동이지만, 내 자유 의지에 의해 만들어진 노동은 더 이상 노예의 노동이 아닙니다. 주인의 노동이자, 창조적 행위를 하는 예술가의 노동이니까요.
내 안에 숨은 창조성을 발휘해 나의 노동을 나의 의지와 연결된 노동으로 연결시켜야만이 우리는 무의미한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밀레와 고흐의 <씨 뿌리는 사람> 연작은 이러한 우리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는 씨를 뿌리는 일이다.”라는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매일의 사소한 일상들이 모여서 우리의 인생을 조금씩 채워주고 있습니다. 매일의 노동은 씨앗을 뿌리는 행위이며, 그것이 어떻게 피어나 열매를 맺을지는 알 수 없지만 “매일 씨앗을 뿌린다”는 그 창조적 행위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 우리의 노동을 의미 있게 만들어 줍니다. 어쩌면 노동은 오늘 내게 주어진 하루를 사랑하고야 말겠다는 매일의 다짐이자 나의 꽃을 피우는 숭고한 과정인 것입니다.
고흐는 정신병원에서 자신이 존경했던 선배 화가, 밀레의 씨 뿌리는 사람을 모사했습니다. 자신의 처지는 현재 화가로서 인정을 받지도,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지도 못한 채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었지만, 고흐는 선배화가들의 그림을 모사하며, 자연에 나가 끓어오르는 감정을 표현하며 매일 씨를 뿌렸습니다. 그러한 씨를 뿌리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후에 꽃을 피워낼 수 있었지 않았을까요?
씨 뿌리는 사람과 함께 밀레의 작품 중 <키질하는 사람> 연작이 있습니다. 밀레는 ‘농민 화가’라 불릴 만큼 농부들의 노동현장을 사실적으로 그린 바르비종파 화가입니다. 파리의 전염병을 피해 바리비종에 와서 그 지역 풍경을 담아낸 대표 화가예요. 그가 바르비종에서 처음으로 농부를 주제로 선보였던 작품이 바로 1848년 <키질하는 사람>입니다.
이 그림들은 오랫동안 바라보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여요. 반복된 노동으로 굽은 허리, 퀭하게 들어간 눈, 거칠고 지저분해 보이는 발, 얼굴만큼이나 크게 묘사된 손. 무릎에 덧대어져 있는 노동자의 옷차림. 별로 많지도 않은 곡식이지만, 반짝거리는 황금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노동을 통해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존재라고 합니다.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일지라도 김환기 작가님처럼 큰 캔버스에 점 하나하나 소중하게 찍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숭고한 노동입니다. 그 노동의 결과가 대단히 근사한 것이 아닐지 몰라도, 사회적으로 존경받지 못할지라도 그 과정에서 우리는 분명 성장하고 변화를 이끌어 낼 테니까요.
‘노동’하면 제일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음악가. 아버지에게 바이올린을, 사촌 큰아버지에게 오르간을 배운 후, 9살에 부모님 여의고 큰 형에게로 가 작곡을 배운 사람. 온 집안에 200여 년 동안 50명 이상의 음악가가 나온 집안 출신.
네, 바로 음악의 아버지 바흐입니다. 평생 동안 1000곡이 넘는 다양한 음악을 작곡한 일 중독자이죠. 바흐는 강도 높은 음악 노동을 하면서 행복했을까요 아님 힘들었을까요? 궁금해지네요.^^
https://youtu.be/QyZIU--9q88?si=QHKXOPFHURnmqf6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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