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Week 5

by 한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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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주제는 ‘희망’입니다. 단테의 <신곡>에서 그는 스승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를 받아 지옥문 앞에 섰을 때, 문에 새겨진 어두운 글씨를 보게 됩니다. “이곳에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Lasciate ogni speranza, voi ch'entrate)" 희망이 없는 곳은 지옥과도 같은 곳이겠죠. 힘들고 바쁜 일상이지만 우리에게는 분명 작은 희망들이 존재합니다. 어떤 희망을 품고 하루를, 한주를 그리고 올해를 보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image.png Vincent van Gogh, Almond Blossom, 1890

'희망'하면 떠오르는 그림입니다. 고흐가 죽던 해, 정신병동에서 퇴원하기 전 생레미(Saint-Rémy)에서 그린 작품이에요. 동생 테오와 그의 아내 요한나에게 아들이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그 아이(훗날 ‘빈센트’라 불림)를 축복하기 위해 그렸어요. 그래서 이 그림은 탄생, 새 생명, 축복, ‘희망’의 그림입니다. 아몬드 꽃은 겨울 끝자락에 가장 먼저 피는 꽃나무 중 하나예요. 그래서 절망 뒤에 오는 ‘희망’ 또는 ‘새로운 시작’의 상징입니다.

image.png George Frederic Watts, Hope, 1885

<희망>이라는 제목으로 그려진 그림인데, 제목과 달리 그림은 매우 고독하고 어둡습니다. 눈을 가린 여인이 지구 위에 홀로 앉아 줄이 한 개만 남은 리라(수금)를 연주하고 있어요. 앞을 못 보는 여인의 악기 연주가 들리지는 않지만 처절하고 외로운 연주였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까스로 내는 소리에 집중하며 귀를 기울이는 모습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강인한 의지도 동시에 느껴집니다.

이 작품은 마틴루터킹 목사가 1959년 자유의 행진에서 언급하며 주제연설을 했고, 26년간 옥살이를 했던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의 감옥에 걸려있었던 그림입니다. 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저서『담대한 희망(The Audacity of Hope)』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어요.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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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stav Klimt, HopeII, 1907-08, 뉴욕현대미술관

태어나면서 죽음을 향해가는 필멸의 존재인 인간이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다면 그건 모성이 아닐까요. 클림트의 그림 속 여인의 임신한 배 위에 올려진 해골(죽음) 앞에서도 우리가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새로운 생명에 대한 엄마의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랑을 대물림하여 이어갈 수 있다면, 그건 분명 희망이죠. 저의 책에 "유산"이라는 가치를 이야기하며 <희망> 작품을 언급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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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으로 숨은 엄마_한도연>



뮤직텔러 빠삐짱님의 음악 추천


아무리 힘들어도 작은 희망을 찾아보자는 도연님 말씀에 바로 떠오르는 곡이 있네요. 모리스 라벨의 「Le Tombeau de Couperin(쿠프랭의 무덤)」은 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친구들, 그리고 먼저 떠난 이들을 위해 쓰인 추모의 모음곡이에요. 제목은 ‘무덤’이지만, 음악은 놀랄 만큼 밝고 우아하게 흐르죠. 라벨은 슬픔 속에서 친구들의 생전 모습을 떠올리듯, 춤추는 듯한 리듬과 섬세한 선율로 그들을 다시 우리 곁에 불러냅니다.

그래서 이 곡은 죽음의 끝이 아니라, 사랑했던 사람들을 계속 기억하고 살아가려는 조용한 희망의 음악처럼 들립니다. 여러분에게는 어떤 희망이 떠오르실지 궁금하네요~

https://youtu.be/lDqQBQu2DEI?si=gp-D34iRewHBHSn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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