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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도연 Feb 01. 2023

예수님의 탄생

그림으로 성경읽기 2


성경: 루카 2,1-7 예수님의 탄생

그 무렵 아우구스투스 황제에게서 칙령이 내려, 온 세상이 호적 등록을 하게 되었다. 이 첫 번째 호적 등록은 퀴리니우스가 시리아 총독으로 있을 때에 실시되었다. 그래서 모두 호적 등록을 하러 저마다 자기 본향으로 갔다. 요셉도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 고을을 떠나 유다 지방, 베들레헴이라고 불리는 다윗 고을로 올라갔다. 그가 다윗 집안의 자손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와 약혼한 마리아와 함께 호적 등록을 하러 갔는데, 마리아는 임신 중이었다. 그들이 거기에 머무르는 동안 마리아는 해산 날이 되어, 첫아들을 낳았다. 그들은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뉘었다. 여관에는 그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로마의 속국이었던 예루살렘은 아우구스트스 황제의 명령으로 모두 호적등록을 해야 했어요. 이는 식민지 백성의 이름을 공식적으로 문서화해서 세금징수가 잘 이행되도록 하기 위함이에요. 호적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날짜에 자신의 가문이 있는 고향에 있어야 했기에, 요셉은 마리아와 함께 고향 예루살렘으로 가게 됩니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많은 백성들이 한꺼번에 예루살렘에 몰려, 마리아와 요셉은 제대로 된 방 하나를 얻지 못하고 마구간에 임시로 숙소로 정하게 돼요.


<그림 1> The Census at Bethlehem, Pieter Bruegel the Elder, 1566, Royal Museums of Fine Arts of Belgium

<베들레헴에서의 인구조사> 피터르 브뤼헐
세부그림




그런데 왜 하필 마구간이었을까요? 특급 호텔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대로 된 방이었더라면 어땠을까요? 마구간이라는 장소는 우리가 현세에서 욕망하는 욕망들 속에서 깨어 있어야만 아기 예수님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화려한 욕망 속에 빠져 있다면 죄에서 인간을 구원하러 오는 예수님을 알아볼 수 없으며, 예수님께서 가장 낮은 곳으로 임하신다는 이야기예요. 


사실, 성서에서는 아기 예수를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뉘었다고만 매우 간결하게 탄생 장면을 설명하고 있어요. 하지만 화가들은 이 장면에 천사, 나귀, 소 등을 등장시켜서 우리에게 성경의 내용을 생동감 있게 전달해주고 있어요.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는 일 년 중 가장 기쁜 날이기도 한데, 아기예수의 탄생 그림 속에서는 마리아나 요셉의 표정이 그다지 기뻐 보이지 않아요. 자식이 태어나는 최고의 기쁜 날이어야 할 텐데 왜 이렇게 표현이 되었을까요? 화가들은 예수님이 앞으로 겪어야 할 고통과 희생의 운명을 그림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한 거예요. 그러다 보니 천사로부터 아기예수의 탄생 소식을 전달받았던 마리아와 요셉 또한 마냥 즐거워할 수 없는 것이죠. 오히려 슬퍼 보이기까지 해요. 


<그림 2> Nativity, Giotto, 1303, Scrovegni Chapel

<그림 3> Nativity with St. Francis and St. Lawrence, Caravaggio, 1600



신생아가 태어나면 포대기로 꽁꽁 예쁘게 쌓아 놓는 이유가 자신이 휘두른 팔에 놀라서 울어버리는 아기를 위해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예요. 그림 속 예수님은 마구간 바닥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표현된 경우도 있고, 아주 정성스럽게 하얀 포대기에 꽁꽁 싸매여져 있는 경우가 있어요. 아무리 그래도 땅바닥은 너무 심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화가는 그것으로 낮은 곳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겠죠? 그런데 포대기인 줄로만 알았던 하얀 천이 사실은 죽은 자를 염할 때 입히는 수의를 상징하는 거예요. 다가올 죽음의 운명을 아기예수님을 수의로 꽁꽁 감싸서 그렇게 표현한 거예요. 


<그림 4> The Adoration of Jesus, MASTER of the Trebon Altarpiece, 1380-1400, Alsová Jihoceská Galeria

<그림 5> The Adoration of the Shepherds Georges de la Tour, 1644, Louvre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빛과 어둠의 대비로 이루어진 그림들에서 예수님은 어둠 속에서도 밝게 빛을 내고 있어요. 그 빛은 희망을 상징하며 이는 곧 예수님이 오심으로써, 구약시대의 혼란을 이제 마감하고 새로운 신약의 시대가 열리는 순간을 표현한 것이죠. 


<그림 6> The Adoration of the Shepherds, Bartolomé Esteban Murillo 1650 Prado



감사와 기쁜 마음으로 예수님 탄생을 지켜보는 우리이지만, 마리아와 요셉의 부모입장에서는 가장 거룩하고 소중한 존재인 예수님을 고작 마구간 구유에 뉘었다는 것에 미안한 마음이 크지 않았을까요. 부모의 마음이라면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으로 기쁘게 자식을 맞이하고 싶었을 텐데, '이게 최선인 것인가?' 고민하고 질문했을 것 같아요. 그림 속에서 따뜻하고 깨끗한 방을 구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과 예수님의 다가올 운명으로 마음이 무거웠던 부모의 심정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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