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장佛跳墻을 찾아서

폭군의 셰프에 등장하는 절대 요리

by 한병철 Mikhail Khan

불도장佛跳墻, 담장을 뛰어넘은 부처의 맛


전 세계의 다양한 음식 문화 속에서, 유독 동양의 탕 요리는 깊이와 정수를 담아내는 예술의 경지에 올라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봉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불도장(佛跳墻)이다. 불도장이라는 이름은 '부처가 담장을 뛰어넘는다'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그 맛과 향이 너무나 뛰어나 평소 육식을 금하는 불가의 승려조차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담장을 넘어와 맛보려 했다는 전설에서 유래하고 있다.



불도장


불도장佛跳墻의 유래와 역사


불도장은 중국 복건성 푸저우(福州) 지역의 전통 요리로, 그 기원은 청나라 도광 연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록마다 차이가 있어서 도광 연간이라는 주장도 있고, 훨씬 후대인 동치제 시절이라는 기록도 있지만, 어쨌거나 청나라 중후반기라는 것 만은 분명하다.


당시 푸저우의 관전국의 관원들이 복건 포정사 저우롄(周聯)을 초대한 연회에서 내놓은 요리가 그 시초로 알려져 있다. 저우롄(周聯)은 집에 돌아와서 요리사 정춘발에게 이 요리를 모방하여 만들도록 지시하고, 육류 사용량을 줄이고 다양한 해산물을 추가하여 더욱 풍부한 맛의 탕 요리를 만들었다. 여러 귀한 식재료를 한데 모아 끓인 이 요리는 '복수전(福壽全)'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이 요리는 이후 여러 식당에 퍼지면서 다양한 변주가 이루어졌다. 그 후, 포정사 관아를 떠난 정춘발은 푸저우 동쪽 거리에 ‘삼우재’라는 식당을 열었는데, 이것이 취춘원의 전신이 되었다. 후일 정춘발이 어느 문인 모임의 연회에서 이 음식을 올렸는데, 문인들이 맛을 본 후에 환호하였고, 어떤 사람이 즉석에서 시를 지어 ‘壜啟葷香飄四鄰, 佛聞棄禪跳牆來’(항아리를 열면 특별한 향기가 근처에 떠돌아서, 불가의 승려도 선禪을 버리고 담을 넘어온다)라고 읊었고, 여기서 불도장 이라는 음식명이 유래하였다.

그 후, 푸저우의 유명 식당 취춘원(聚春園)의 주방장이 된 정춘발(鄭春發)이 이 요리를 개량하여 불도장이라는 이름으로 정착시켰다. 취춘원을 오픈한 것은 1877년이다. 그런데 2011년 취춘원 방문시에 보면, 취춘원 정문에는 1865년으로 적혀 있었고, 아마도 삼우재 식당의 오픈한 연도를 취춘원의 역사로 소급하여 기록한 것으로 추측된다.


2011년 취춘원


2019년 취춘원

하지만 20세기 중국의 유명 인류학자였던 페이샤오퉁(费孝通)은 이 요리를 처음 발명한 사람은 거지떼였다고 서술하고 있다.

복건성의 어떤 거지들이 깨진 질항아리를 들고 매일 여기저기서 밥을 구걸하며, 밥집의 각종 남은 음식을 모두 모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식당 주인이 집을 나섰는데, 우연히 거리에서 진기한 향기가 풍겨오는 것을 맡고 흠향하다가, 깨진 질그릇에 남은 술과 각종 남은 음식이 함께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 식당 사장은 이로 인해 깨달음을 얻어 가게로 돌아와 다양한 원료와 잡채와 술을 곁들여 불도장을 창조했다는 것이다.


불도장은 만드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다. 전복, 해삼, 어순(鱼唇), 상어 지느러미, 말린 가리비, 금화 햄, 화동버섯, 오리고기, 청오리의 위장, 물푸레 버섯, 큼직한 깐양, 새송이 버섯, 표고버섯, 관자, 족발, 암탉 수프, 차돌박이, 바지락, 겨울 죽순, 삼겹살, 홍합, 우족 힘줄, 오골계, 오리, 비둘기알, 야크소아교(牦牛皮胶) 등 수십 가지의 진귀한 식재료를 사용하며, 각 재료의 특성을 살려 따로 익힌 후 최종적으로 한데 모아 육수와 복건성 지역의 술을 넣고 5시간 이상 약한 불에 푹 끓여 고아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불도장은 모든 재료의 맛이 서로 조화롭게 어우러져 깊고 풍부한 맛을 낸다. 진하고 맑은 국물은 입안을 감싸며 깊은 여운을 남기고, 씹히는 재료 하나하나의 식감과 향은 미식의 극치를 선사한다.

늦은 봄에 따는 화동버섯, 야크소의 가죽으로 만든 피교(皮胶)는 한국에서 구할 수도 없는 식재료이니, 불도장을 한국에서 그대로 재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드라마 속 불도장, 그 역사적 고증의 오류


최근 방영된 한국 드라마 '폭군의 셰프' 에서는 조선시대 연산군 시절을 배경으로 불도장이 등장하였다. 드라마에서 명나라 요리사들은 조선과 명나라의 요리 대결을 위해 불도장을 직접 만들어 바친다. 이 장면은 드라마틱 했지만, 역사적 사실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드라마 폭군의 셰프에 등장한 불도장


앞서 언급했듯이, 불도장은 청나라 도광 연간에 처음 등장하여, 광서제 시기에 정착된 요리이다. 이는 16세기 초반까지 살았던 연산군 시대보다 약 300여년가량 후대이다. 따라서 드라마 '폭군의 셰프'에 등장하는 불도장은 역사적 연대가 맞지 않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물론 드라마는 창작의 영역이므로 이러한 설정은 극의 재미를 위한 허용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요리의 역사에 깊은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는 다소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이기도 하다.


푸저우에서 만난 진정한 불도장佛跳墻


개인적으로 불도장에 대한 깊은 관심은 나를 중국 복건성 푸저우로 이끌었고, 불도장의 발원지로 알려진 그곳에서 나는 전설적인 맛을 직접 경험하고자 했다. 2011년 6월에 처음 방문하였고, 최근에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직전인 2019년 11월에 나는 푸저우의 유서 깊은 식당인 취춘원(聚春園)을 다시 방문했다. 이 식당은 불도장의 창시자로 알려진 정춘발(鄭春發)이 창업하여 직접 수석요리사로 일했던 곳으로, 지금까지도 진정한 불도장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성지로 여겨지고 있다.


취춘원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호화스럽고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나를 압도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담고 있는 공간에서 나는 드디어 불도장을 마주하게 되었다. 작은 종지에 담겨 나온 불도장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 같았다. 뚜껑을 열자, 따뜻한 김과 함께 풍겨 나오는 깊고 복합적인 향이 코를 찔렀다. 전복, 해삼, 표고버섯, 죽순 등 다양한 재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맑고 진한 황금빛 국물은 그 모든 것을 감싸고 있었다.


한 숟가락 떠서 맛을 보았을 때, 나는 진정한 미식의 경지를 경험했다. 국물은 깊고 진했지만, 전혀 느끼하지 않고 맑고 깨끗한 맛을 냈다. 수십 가지 재료들이 낸 맛이 서로 튀지 않고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으며, 혀끝을 감도는 감칠맛은 이전에 맛보았던 어떤 요리와도 비교할 수 없었다. 전복은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했고, 해삼은 쫀득한 식감을 자랑했다. 모든 재료들이 각자의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하나의 완전한 맛을 이루고 있었다. 이는 단순한 요리를 넘어, 재료와 맛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장인 정신이 만들어낸 걸작이었다.


폭군의 쉐프에서 연산군과 명나라 사신은 불도장을 한입 먹고는 하늘을 날고 있는 환상적인 장면을 은유로 보여주는데, 이런 이미지는 실제로 사실이었다. 나도 역시 불도장을 입에 넣고는 잠시동안 정신이 우주를 헤메고, 머릿속에서 선녀들이 춤추는 듯한 이미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푸저우 취춘원에서 먹은 불도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중국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장인들의 땀과 노력이 한데 어우러진 결정체였다. 그 맛은 전설이 아닌 현실이었고, 그 경험은 미식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 불도장은 왜 이 요리가 '담장을 뛰어넘은 부처의 맛'이라 불리는지, 그 이름을 온몸으로 증명해 보였다.


최근에는 취춘원에서도 로봇이 손님을 환영한다


지구상 탕 요리의 정점, 불도장佛跳墻


인간 세상에는 어디에나 국물있는 탕요리가 있기 마련이다.

프랑스의 부야베스(Bouillabaisse), 태국의 똠얌꿍(Tom Yum Goong), 베트남의 국물국수요리 퍼(Phở), 일본의 스키야끼, 러시아의 보르쉬(Borscht), 멕시코의 뽀솔레(Pozole), 헝가리의 굴라시(Goulash), 한국에는 신선로가 있다.


그러나 복건성의 불도장은 다른 국가의 탕 요리의 수준을 넘어선다. 탕 요리의 명품이 있다면 바로 불도장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일단 들어가는 식재료의 종류와 수준에서 지구상 어떤 요리도 감히 따라갈 수 없다.


혹자는 불도장 이전에도 불도장의 원류가 되는 음식은 있었다고 하며, 승려나 일반인들이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식재료를 넣고 푹 익혀 먹는데서 유래했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불도장이 아니다.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넣고 익혔다고 해서 불도장이 된다면, 마르세이유의 브야베스도 불도장이 되고, 한국의 신선로, 중국 훠궈, 일본 스키야끼도 불도장이 되어버리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봉착하게 된다.


불도장은 정춘발이 이 음식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정의한 기준과 레시피에서 탄생하였다. 그래서 불도장의 기원은 청나라 시절인 1877년 취춘원으로 보는 것이 옳은 견해이다.


동양의 탕 요리는 단순히 재료를 끓여낸 음식을 넘어, 삶의 지혜와 철학을 담고 있다. 오랜 시간 푹 끓여낸 국물은 재료의 영양과 맛을 온전히 담아내며, 쇠약해진 몸과 마음을 달래는 약과도 같다. 불도장은 이러한 동양 탕 요리의 정점을 보여주고 있다. 진귀한 재료들이 모여 만들어낸 깊은 맛과 향은 단순히 혀끝을 즐겁게 하는 것을 넘어, 영혼을 울리는 감동을 선사한다. 불도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중국 요리 문화의 깊이와 장인 정신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이다. 불도장을 맛본다는 것은, 곧 그 역사의 깊은 맛을 음미하는 것과 같다.



불도장을 제대로 맛 보려면?


불도장을 요리하는 곳은 이제 흔하다. 한국에서도 가끔 호텔 특식에서 나오기도 하고, 유명 중식요리집에서 내놓기도 한다. 중국 복건성에서도 푸저우 시내와 샤먼 시내의 4-5성급 호텔에서 불도장을 내놓고 있으며, 불도장 전문 식당임을 표방한 곳 들이 더러 있다.


푸저우와 샤먼에서 불도장을 좀 한다고 알려진 식당들을 방문하여 맛을 보았지만, 어느 한군데도 취춘원과 같은 불도장을 내놓고 있지 않았다.


샤먼 5성호텔 厦门天元酒店의 불도장
샤먼 5성호텔 厦门天元酒店
샤먼 시내 불도장 전문점의 불도장


한마디로 불도장의 제 맛을 보려면 푸저우 취춘원에 가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다. 취춘원 2층은 일반 대중들을 위한 합리적인 가격의 식당을 운영하는데, 이곳에서 먹은 불도장은 최고라고 보기 어려우며, 반드시 취춘원 3층의 고급 식당으로 가야만 한다. 2층에서 불도장을 맛보면, 다른 음식점의 흔하디 흔한 불도장과 별로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3층 식당은 불도장 작은 종지 하나에 798위안이니, 한국돈으로 15만원이 훌쩍 넘는다. 혼자서 1개도 부족할 지경이어서, 4명이 갔다면 최소한 4개를 주문해야 한다. 제대로 된 오리지널 불도장 맛을 보는데에 드는 경비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요새 서울시내 오마카세 맛집에서 지불하는 식비도 이것보다는 훨씬 크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취춘원의 불도장은 결코 비싼 것이 아니다.


푸저우 취춘원 로비
푸저우 취춘원 3층 연회장
푸저우 취춘원의 불도장


푸저우 취춘원 불도장 메뉴판


음식은 경험이자 추억이다. 우리가 큰 돈을 들여 유럽여행을 가는 이유도 인생의 추억과 경험을 만들기 위함이듯이, 미식에 투자하는 것도 경험을 위한 비용이다. 푸저우에 갈 일이 있다면, 시간을 내어 취춘원 3층에 방문해 보시기를 권한다. 참선하는 사찰의 스님도 담을 넘을 맛 이라는 불도장을 맛보지 못하고 죽는다면 한번뿐인 인생이 아쉽지 않겠는가.


절간에서 도 닦는 스님이 참선을 포기하고 담을 넘었다는 것은, 커다란 일탈이자 탈출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가 불도장을 맛 본다는 것은 ‘일상에서의 일탈’이다. 가끔씩은 힘든 삶에서의 탈출이 필요한 것이 인생 아닐까.



푸저우 취춘원 불도장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가을 전어와 며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