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전어와 며느리

'며느리'가 아닌 '장모'가 돌아온 이야기

by 한병철 Mikhail Khan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속담,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이야기는 사실 한국의 이야기가 아니며, 일본 혹은 중국 송나라 시대의 고서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그 원전에는 '며느리'가 아닌 '장모'가 등장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아시는지? 이 이야기가 한국으로 전해져 어떻게 변모했는지, 그 흥미로운 문화 변용의 과정을 살펴본다.




1. 중국의 원전 : 『태평광기(太平廣記)』에 기록된 이야기


이 이야기의 원천은 중국 송나라 태종 시절 편찬된 방대한 고전 『태평광기』에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은 한나라부터 송나라 초까지의 다양한 소설, 야사, 기이한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유서(類書)이다.


『태평광기』에는 당나라 시대, 신선이 되어 집을 떠난 ‘장모’가 등장한다. 몇 년 후, 사위가 그녀가 살고 있는 깊은 산속을 찾아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전어(鮓)를 구워 올려 대접한다. 산에는 불이 없어 "어떻게 전어를 굽느냐"고 묻는 장모님에게, 사위는 직접 불을 피워 전어를 굽는다.


이때 퍼진 맛있는 전어 냄새를 맡은 장모는 "이토록 좋은 냄새가 나다니, 너희를 따라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하며 속세로 돌아왔다고 한다. 중국에서의 이 이야기는 신선도 포기할 수 없을 만큼 전어의 맛이 뛰어나다는 '미식의 극치'를 강조하는 내용에 가깝다.



2. 일본의 전설 : '고노시로'에 얽힌 기막힌 사연


한편, 일본에서는 전어를 '고노시로(コノシロ)'라고 부르는데, 여기에도 특별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옛날 일본의 한 가난한 부부가 영주에게 아름다운 딸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딸을 몰래 피신시키고 관 속에는 딸 대신 전어를 넣어 불태웠다. 이때 전어를 구우면서 나는 비릿하고 고약한 냄새가 마치 사람의 시신을 태우는 냄새와 흡사하여 영주는 딸이 죽었다고 믿게 되었다. '자식(子)을 대신(代)한(代) 물고기(魚)'라는 의미에서 '고노시로'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연유로 일본에서는 전어 굽는 냄새를 불길하게 여겼으며, '며느리에게는 전어를 먹이지 않는다'는 속담도 생겼고, 이는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즉, 전어 굽는 냄새는 시체 태우는 냄새라는 것이다.




3. 한국으로의 전래와 문화 변용 : 장모가 며느리로


이 두 이야기는 한국으로 전래되면서 흥미롭게 변형되었다. 특히 중국의 이야기가 한국 사회의 정서와 가족 문화에 맞게 재창조된 것이다.


우선, 신선이 되어 떠난 '장모'가 아닌, 가족 갈등의 상징인 '집 나간 며느리'로 바뀌었다.

'신선도 포기할 수 없는 미식의 극치'를 찬양하던 중국의 이야기와 달리, 한국에서는 '아무리 심한 가족 갈등도 맛있는 음식(전어)과 정으로 화해할 수 있다'는 훈훈한 교훈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중국과 일본의 전어 이야기가 혼합된 결과, 이 이야기가 이렇게 변형되었다.

시어머니가 보기 싫어, 며느리가 집을 나가 버렸는데, 어느날 전어굽는 냄새를 맡고는 시어머니가 사망하여 시신을 화장하는 것으로 알고, 신이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로 바뀐다. 이 스토리를 보면 중국과 일본의 이야기가 조금씩 섞이고 변용된 것을 알 수 있다. 나중에 이 스토리는 앞뒤를 거두절미하고 다시 변형되는데, ‘전어가 너무 맛있어서 집나간 며느리조차도 돌아온다’로 변형되어, 가을마다 전어 판매를 하는 사람들에게 홍보용 수단으로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전어 이야기는 전어에 대한 전혀 다른 스토리를 전어 판매 상인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맞게 비틀어서 변형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속담은 일본과 중국의 이야기가 한국의 정서에 맞게 혼합되어 변용된 결과이다. 이는 문화가 전파될 때 수용하는 사회의 필요와 상황에 따라 어떻게 새롭게 해석되고 정착하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오래전에 인도 바라나시의 갠지스 강가 화장터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시신 태우는 것을 앞에서 바라보았던 적이 있다. 시체 태우는 것을 바로 눈앞에서 오랫동안 직접 지켜본 나의 경험에 의하면, 시신 태우는 냄새는 실제로 전어 굽는 냄새와 극히 유사하다. 인체에도 기름이 많은데, 지방이 많은 전어와 소각할 때 비슷한 모양이다.

이제 전어 굽는 냄새가 사람 시신을 태우는 냄새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가을 전어구이를 먹을 때 마다 이 스토리를 생각해 보기 바란다.


인도 바라나시 갠지스 강가 화장터


얼마전에 일이 있어서 김포에 갔다가, 김포 대명포구 회센터에 들렀다. 가을전어가 나오기에 아직 이른 시기임에도 수산시장에는 전어가 가득차 있었다. 상인들 말 로는 기후 온난화의 영향인지, 올해는 8월에 이미 기름이 오를대로 오른 전어가 서해안에 넘쳐 난다는 것 이었다. 7월부터 이미 전어가 올라왔고, 기름이 꽉 차 있었다 한다. 물좋고 싱싱한 전어를 1만원에 10마리나 주는지라, 3만원 어치를 사왔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가족들과 실컷 먹고도 남을 정도였다.


앞으로 미래에는 가을전어가 아니라 여름전어의 시대가 올 지도 모르겠다. 우리 후손들은 기름이 오른 여름 전어를 먹으며, 물을 거슬러 연어가 돌아오듯이 며느리가 돌아오는 이야기를 또 어떻게 변형해서 듣게 될까?


그래도 가을 전어는 맛있는데 어쩌라고~! 전어에는 역시 소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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