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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손 Sep 25. 2017

화창한 날씨의 유혹

나 같은 사랑 못 만날걸

https://youtu.be/ylHaSigub2w



발화 시점에 따라 같은 말도 다른 의미를 품을 수 있다.

예컨대
"나 같은 사랑 못 만날걸"
의 경우 관계가 불확실할 때 '결정적 한 방'이 된다. 나와 함께 새 사랑의 지평을 열어보자는 도발적 선언 같은 것 말이다. 허나 관계가 수명을 다했을 땐 흑역사 유발 멘트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차마 떠나지 마라 할 자신은 없는데 쫀심은 지키고픈 처연한 가오. 훗날 이불킥 하고 싶어질걸.

오늘 소개하는 마이애미 호러스의 'Love like mine'도 그런 노래다. 마이애미 사람인 척하는 이 호주 밴드는 노래가 지속되는 4분 내내 자기 같은 사람 못 만날거라 외친다. (you won't find a love like mine, You can't find a love like mine) 노래 속 화자는 님이 좋긴 하다만 님도 나 놓치면 후회할 거라 끊임없이 설파하며 협상을 시도한다.

구애하되 구걸하지 않는다. 감정의 물리 체계에서 인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언 명령이다. 사람의 매력이란 게 갑자기 피어났다가도 한순간에 점멸되고 마는 불꽃같은 것이더라고. 당연히 보편적인 대인관계에도 해당되는 부분이다.

편한 관계들은 이런 필요 이상의 고민을 수반하지 않으니 그저 감사하지만 조금이라도 낯설고 조심스러운 사이에선 한번 더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고냐 스톱이냐. 방금 떠오른 나의 한 마디가 우리 사이의 인력을 축소시키진 않을까. 그럴 땐 증폭되는 궁금증과 쓰린 속을 뒤로한 채 입에 지퍼를 채우고 휴대폰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

첨부한 유튜브 영상은 리믹스 버전이다. 원곡을 뛰어넘는 리믹스는 몇 없는데 이 곡은 거기 해당되는 몇 없는 경우다. 요즘같이 날 좋을 때 감정에 휩쓸리기 좋으니 이 노래 들으며 소중한 가오들 잘 붙잡아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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