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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손 Sep 25. 2017

유행과 불안 사이

20대 후반의 발버둥

https://youtu.be/OczRpuGKTfY


“요즘 애들은 뭘 들을까?”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물음표는 공교롭게도 멜론 플레이 리스트가 ‘코린 베일리 래, 제이슨 므라즈, 존 레전드’ 버뮤다 삼각지대에 갇혔을 때 불쑥 튀어나왔다. 대학생 때 징하게 많이 들었던 3인방, 지금 들으면 조금 올드해서 남들에게 재생 중인 거 들킬까 조심스러운 3인방. 심지어 자주 듣지도 않는다. 근데 왜 이들의 노래가 내 플레이 리스트에 떡하니 있냐고. 이성적으로 설명할 방도가 없다.

어린 친구들이 즐겨 듣는 노랠 들으려 시도한 적이 있다. 허나 이거 쉽지 않다. 멜론 차트 상위권을 점한 노래들을 차례로 틀어보지만 한번 듣고 재생 목록에서 삭제하기 일쑤다. 묵은 지 마냥 푹 삭아버린 취향이 쉬이 꺾이겠는가. 소방차 노래에 흥겨워하던 삼촌을 뒤에서 은밀히 흘기던 유년기의 내가 못내 죄스러울 뿐이다.

예전에 그런 글을 쓴 적이 있다. 연말이었는데, 앞으로 볼 영화와 즐길 음악이 많아지니 나이듦이 좋다는 골자의 글이었다.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없지만 굳어가는 취향에 새로운 것을 불어 넣는 건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며, 알은 세계고,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던 데미안의 글귀처럼 말이다.  

뭐 겨우 취미 생활에 거창한 의미 부여를 하냐 싶겠지만 내게는 구세계와 신세계를 연결 짓는 방법을 두고 첨예하게 고민하는 인식의 문제다. 30대를 목전에 둔 20대의 발버둥이기도 하고. 나의 고뇌를 비웃듯 카페에서 Kings of Convenience의 곡 ‘I'd Rather Dance With You’의 유쾌한 전주가 통통 흘러나온다. 아 왕년에 싸이월드 비지엠에 신경 좀 썼다면 모를 리 없는 이 노래. 어깨가 자동으로 들썩인다. 당장 한 치 앞이 어둑어둑하고 미래가 불안할 때면 의존하고 싶은 이 향수. 세포가 기억하는 감각이란 게 이렇게 무서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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