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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손 Mar 11. 2018

나의 친구, 나의 아빠

당신이 내 아버지라서 다행인 까닭은

요즘 아빠와 자주 통화한다. 아빠는 경제적 고충뿐만 아니라 사소한 고민까지 털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아빠를 위로하기도 하고 ‘그러면 안 된다’며 훈계(?)도 해가며 아빠와 신나게 떠든다.

아빠는 이 사회의 리트머스지다. 1인 사업을 하는 아빠는 일의 기획, 계약, 사무실관리 등을 혼자 도맡기 때문에 매일같이 각계각층의 사람을 만난다. 자연스레 정책이 바뀔 때마다 거래처 사람들과 그에 관해 대화를 나눈다. 나는 아빠를 통해 S2B 학교장터 시스템을 알게 됐고 바뀐 부동산 정책에 진땀 흘리는 법무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빠는 정책의 취지나 파급효과를 상식책이나 신문으로만 접하는 나를 진짜 세상과 매개해주는 프리즘이다.

오늘의 대화 주제는 미투 운동이었다. 아빠는 비로소 터질 게 터졌다며 속이 시원하단다. 아빠는 잔다르크 같은 역사적 사실부터 회사 다닐 적의 끔찍했던 접대 경험까지 들며 일장 연설을 했다. 하나 놀란 점은 아빠가 ‘딸, 아내’를 경유 않고 의견을 설파했다는 점. 적잖은 중장년 남성은 여성 가족을 경유해 감정이입 하는데 아빠는 개인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한테 저런 일을 저지를 수 있냐며. 나의 개인주의 성향이 유전이었음을 확신한 대목이다.  

아빠는 을의 감각도 주문했다. 갑의 눈치를 보는 을처럼 좋은 자리에 앉게 되더라도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 될 것을 당부했다. 이 사람이 나의 아버지이자 친구라 다행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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