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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Right Hands Jan 24. 2018

Community Health Worker에 대한 단상

국제개발쟁이가 국제개발영화(밴딩 디 아크) 보다가..

음… 그러니까 무슨 일을 하신다고요?

개발사업을 위해 여러 나라를 방문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많은 경우에 단순히 나 혼자, 우리 기관 혼자 일을 진행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 방문한 나라의 여러 관계자들과 함께 협력하고 회의하고 고민하며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물론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직급도 매우 다양하다. 지역 촌장님, 학교 선생님, 동네 사회복지사 선생님에서부터, 우리나라로 따지면 구청장님이나 시장님, 더 나아가 행정부 관계자들이나지역 의원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가 간혹, 영어로 소개받은 직급은 알겠는데, 이게 정확히 어떤 일을 담당하는 직급인지 잘 이해가 안가는 경우가 생길 때가 있다. 아프리카에서 만난 Community Health Workers, 줄여서흔히 CHWs들이 그 중 하나였다. 선생님은 선생님이고, 의사는 의사고, 복지사는 복지사고 장관은 장관인데, 당췌 이건 무슨 직종인가?

 

‘대체 이걸 우리나라 말로 뭐라고 부르면 좋지?’ 

Community Health Workers, 우리나라 말로 매우 단순히 직역하면… 지역보건요원? 지역보건인력? 정도 되겠다. 지역 보건소에 가면 거의 항상 만나게 되는 사람들인데 의사도, 간호사도 아니고, 산파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회복지사도 아니고. 간호조무사도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직종, 그리고 아프리카의 보건의료사업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직종이 바로 이 Community Health Workers, CHWs다.



아프리카 보건의료분야의 특수직군(?!), CHWs

모든 국가가 같은 시스템을 사용할 수는 없고, 각자 자신들의 상황과처지에 맞게 인력과 제도를 운용한다. 그러니 해외에 나갔을 때 우리나라와 다른 제도와 인력배치를 마주하게되는 것은 사실 그리 놀라울 일은 아니다. 아프리카의 보건의료 시스템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아프리카 국가를 대상으로 보건사업 관련 미팅을 하면,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한번씩은 꼭 듣게 되는 얘기가 있다. 대부분은 다음 중 하나 또는 전부. “의사가 부족하다”, “검진장비가 부족하다”, “의과대학이 없다”, “소모품이 부족하다”, “병원을 새로 지어야 한다”, “병원이 없다”, “주민들이 병원에 올 수 없다”, “약이 없다”, “주민들이 가기에 병원이 너무 멀다(진짜 멀다. 아마 걸어서 왕복 4시간? 10시간?)” 같은 이야기들이다. 

보건의료 자원이 풍부한 국가는 사실 거의 전무하다. 이런 환경이 만들어 낸(?) 직급 중 하나가 바로 CHWs다. 의사나 간호사는 아니지만, 보건의료 시스템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최소한의 끈이라도 이어놓기 위해) 지역별로 보건소(우리나라 보건소랑은 또 다른 개념이다. 환자가 찾아올 때 확인하고 상급 병원으로 전원(refer)시키는역할을 담당하는.. 아.. 이건 또 뭐라고 불러야 하지;;)나 마을단위로 CHWs들이 배정되어 있다. 


뭔가 엄청난 전문적 훈련이나 교육을 수료한 사람들은 아니다. 국가나 지역마다 다르지만 짧으면 몇 주, 길면 몇 달 정도의 CHWs 훈련을 이수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직접적인 의료적 처치를 담당하지는 않는(것이 원칙이)다. 담당하는 업무 역시 국가나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접근 가능한 병원이 진짜 없는 마을이나 지역에서는 CHWs 자체가 뭔가, 1인 보건소(아까위에서 말한 전원(refer)기능을 담당하는 그.. 음..;;)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보건사업이나 의료사업을 위해 해당 지역을 방문할 때 꼭 빠지지 않고 함께 일하게 되는 사람들이다. 


WASH사업을 하려고 해도 이 사람들이 지역 주민들한테 해당 내용을 전하러 다녀야 하고, 수술을 위한 환자 모집을 하려고 해도 이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낯선 사람들이 수술 사진을 들이밀며 ‘수술을 이렇게 이렇게 할거고 그러면 상태가 이렇게 이렇게 좋아지실 거에요’ 라고 말해봤자, 관련 내용이 낯선 지역 주민들에겐 그저 ‘칼로 당신의 눈을 째고 어딜 끊어내서 이케이케 할겁니다. 무섭겠죠 으흐흐흐’ 하고 말하는 것 같이 들려 딱 공포영화 감이지만, 맨날 보고 옆집 사는 CHWs가 ‘할멈, 이 수술 받으면 다시 앞이 보인데요. 그냥 몇 시간 자고 일어나면되요’ 하는 건 믿을 만 하기 때문이다. 약을 배포하거나의료/보건 처치 후 설문조사 같은걸 할 때도 물론 이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인력이 부족하고 병원도 부족하고 자원(돈)도 부족한 지역에서 보건의료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 찾아낸(짜낸) 일종의 대안책이랄까? CHWs에 대한 자세하고도 전문적인 설명이 필요하신 분들께서는 WHO에서 낸 CHWs에 대한 문서(첨부)를 확인하시면 되겠다.


*WHO의 CHWs 리포트 (pdf 파일)


*CHWs에 대해 귀염둥이(?) 모션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동영상 (링크)

https://youtu.be/AQc1hPkt1bk


아프리카보건사업, 개발뉴비, CHWs, 성공적(..응?)

처음에 이 직업명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을 때는, 이들이 정확히 보건의료개발 사업의 어느 부분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인지 명확히 잘 이해가 되지 않아 관련 자료를 좀 급하게 찾아봐야 했다. (일은 해야겠고, 죄송한데 당신은 누구시죠? *_*;;) 물론 보건의료개발 사업을 하시는 업계 분들은 매우 당연하고 익숙하게 아시는 내용이겠지만, 당시 나는 아프리카 보건사업에 대해서는 완전 뉴비였으니까 ㅎㅎ; 하..다시 생각해도 아찔하군; 


내가 처음 만났던 CHWs는 탄자니아 시골마을의 포스 넘치는 멋진언니였다. 한국에서 날아온 딱봐도 초보티 나는 뉴비의 질문에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며 장장 두 시간 넘게 답변을 해줬더랬지;; (약간 무시하며 ㅠㅠ). 담당하고 있는 지역의 모자보건 사업 관련 정보에도 빠삭했다. (물론 그 정보가 다 정확하진 않았지만 ㅠㅠ) 자기들이 없으면 지역보건사업은 절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거라며 현란한 어깨 제스처와 함께 강항(!) 자부심을 보여줬던 기억이 난다. 

말라위 시골 마을에서 지역 주민들을 모아 설문조사를 도와줬던 앳된 CHW들도기억난다. 파란색 유니폼을 위아래로 챙겨 입고서는 오전부터 해 떨어질 때까지 주민 설문조사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영어를 쓰지 않는 주민들에게 우리의 말을 어설프게(그리고 불안하게;) 통역해주면서. (물론 설문 진행할 때 주민들 주려고 가져온 빵과 음료수도 두 개씩 가져다 맛나게 드시고, 기념품 티셔츠 하나더 주면 안되냐고 물어볼 땐 진짜 그냥 고등학생 같이 보였지만 ㅎㅎ)


CHWs의 존재와 개념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은, 내가 아프리카라는 지역의 특성과 이 지역에서 진행되는 보건의료사업에 대해 찾아보고 이해하는 과정의 맨 처음 부분과 함께했다. 그래서일까, CHWs라는 단어는 내가 나고 자란 세계가 아닌 ‘밖의 세계’에 존재하는 완전 다른 세계의 초입 표지판 같았고, 각 지역에서 진행되는 사업의 해결책을 그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여 찾아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현판 같기도 했다. 뭐, 거창한 소리 빼고 얘기하자면, 그냥, 나에게 꽤나 특별한 단어라는 소리다.

 

사실 모든 나라의 CHWs 사용 시스템이 효과적이라고 말하기는 좀 어렵다. 훈련기간이 짧고 내용도 그닥 전문적이라고 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고, CHWs 관리가 효과적으로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지역들의 문제도 있다. CHWs 시스템에 대한 호불호의 목소리와 함께 다양한 개선 방안/제안들이 있어왔지만, 이걸 여기서 다 다룰 순 없으니 오늘은 패스. ㅎㅎ



CHWs의 시작을 찾아볼 수 있는 영화, “벤딩 디 아크(Bending theArc)”

요즘은 CHWs가 필요한 정도의 아프리카 보건의료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 동안 관련 내용을 접할 일이 없었는데, 얼마 전 영화를 보다가 급 CHWs에 대한 내용을 접하게 됐다. 월드뱅크 김용 총재를 비롯한세 명의 국제개발의료사업 종사자들의 노력과 이로 인한 변화를 다룬 다큐영화, “벤딩 디 아크”다. [스포: 김용 총재가 영화에서 막 울.. 읍읍..;;]


이 영화에 CHWs들이 나온다. 놀랍게도, 영화에 의하면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의료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CHWs들이 처음으로 등장하게 되었다는 것! 오오… 영화보며 육성 감탄할 뻔. 더 얘기하면 너무 스포가 될 테니 말 할 순 없지만, 이들이 의료낙후 지역에서 사람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CHWs들은 환자들의 생존률을 극적으로 높이는 데에 기여했다. 사실 이 케이스만 놓고 보면, 과장을 좀 보태서 CHWs들이 없었다면 아이티 결핵 환자들의 생존율은 결코 올라갈 수 없었을 거다.


국제개발협력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라면, 또는 의료보건개발 쪽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보면 좋을 것 같은 영화다. 열정과 노력에 대한 내용은 뭐.. 그런건 이제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디폴트 값으로 취급하니(ㅠㅠ;;) 차치하고, 무엇보다 국제개발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필요한지를 보여준다는 점과 사업의 지속과 영향력 부분에 대해서 생각할 내용이 많은 영화였다. 많이 배운 높은 분들의 시각은 왜 (항상) 현장의 실상과 동떨어지는가에 대한 답답함과, 이걸 넘어서서 현장의 상황을 개선시키는 데에는 결국 저 ‘열정과 노력’이라는 국제개발 디폴트 값(?!)이 또 필요한거로군, 하는 새삼스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영화인 듯.


#영화보다 #급뽐뿌 #추억소환 #CHWs #그래서이건무슨내용의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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