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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Right Hands Feb 20. 2018

다시 돌아온 베트남 출장기록

나중에 베트남 가이드하는 건 아닐까, 왠지 모르게 드는 생각

다시 베트남으로! 

 1월 22일 월요일 새벽 5시, 베트남 출장을 위해 집을 나섰다. 진짜 피곤했다. 출장 준비에,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공부에, 기타 등등 바쁜 연초를 보내다가 A형 독감에 걸려서 몸도 안 좋았다. 한국 날씨가 한파 절정에 이르기 시작했을 때여서 새벽 공기가 엄청 추웠다. 


 따뜻한 공항버스에서 한 시간 남짓 잠들었을까, 인천공항 제 2 터미널에 도착했다. 지난 2달 간의 힘들었던 출장준비가 떠올랐다. 공항에 도착하니 속 시원한 느낌.. 이제 다녀오면 되는구나! (다녀와서 3주는 밀린 업무에 쌓여있었던 건 함정)


 이번 출장은 3박 4일 동안 진행되는 청소년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위한 사전답사와 프로그램 진행이었다. 현지 담당자와 일정을 맞추고, 행사를 준비하는데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았다. (지나고 보니 항공권 관련 이메일 주고받은 것이 33개, 호텔과 주고받은 이메일이 35개, 현지 담당자와 행사 관련 이메일을 주고받은 것이 자그마치 55개나 됐다..... 현지 파트너에게 정말 감사를..)


 잠시 공항을 구경했다. 우와아아아 엄청 깨끗하고 스마크 체크인도 재밌고, 짐 택도 내가 붙이다니! 출국 수속을 마치고 여행객들을 부러워하다가 비행기에 탑승했다. 비행기가 건조하다 보니 기침을 많이 했다. 옆자리 분에게 죄송하고.. 독감약을 먹으면서 입맛이 사라져서 비빔밥도 남겼다.. 비빔밥은 최애 기내식인데.. '킬러의 보디가드'를 보면서 현실 웃음을 참으며, 어깨를 들썩거리다가 드디어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택시 안에서 잠깐 여행 온 기분을 내며 여유를 즐겼다. 그 여유가 좋았는데..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현지 NGO를 방문해서 일정 리뷰를 해보고, 함께 식사할 장소를 정하고, 팀원들이 묵을 호텔 방을 확인하고,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하고.. 정신없었다.

혼자 먹는 분짜, 진짜 맛있다. 예쁜 노란색 건물이 많은 하노이, 골목을 걸을 때 기분이 좋아진다.


베트남 사람들의 새로운 모습

 23일 화요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호텔로 돌아와 잠깐 침대에서 잠들었는데 창문 밖으로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깼다. 쿵쿵- 소리 지르는 사람들 모습에 시위를 하나..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베트남이 AFC(아시아 축구연맹) U-23 결승전에 출전하게 돼서 전국이 들썩 거렸다. 늦은 저녁을 먹으려고 호안끼엠 호수로 나갔다가 수 백대의 오토바이, 사람들 사이에서 고생만 하고 다시 호텔로 들어왔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베트남 사람들이 이렇게 열정적이었나.. 이런 모습이 있었나..! 새로웠다.

1월 23일 화요일, 호안끼엠 호수 모습 


우리와 함께 해주는 고마운 분들

 드디어 기다리던 문화교류팀이 하노이에 도착했다. 여아 보호시설을 방문하여 함께 식사하고 사업지역 학교와 결연가정, 식수지원을 받은 가정을 방문하며 바쁜 일정을 보냈다.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고 현지 식사가 입에 맞지 않을 수도 있는데 한 번도 불평하지 않고, 늘 기쁘게 하루를 보내고 현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맛있게 식사해준 팀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베트남에 오기 위해 공연을 준비하고 물질적으로 헌신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됐다. 나 말고도, 우리 단체 말고도 베트남 작은 마을을 아껴주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 위로가 됐다.

문화교류팀이 준비한 부채춤
갈 때마다 반겨주는 아이들


출장이 내게 던져주는 고민거리

 출장은 늘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현지 담당자와 앞으로 어떤 사업을 할지 이야기하면서 '관점'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사업지역의 초등학교에는 1-2평 정도의 작은 양호실이 있다. 책상 하나, 간이 침대 하나, 의약품 보관함 하나.. 그 의약품 보관함은 텅텅 비어있었다. 한국의 초등학교 양호실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라서 현지 담당자에게 '양호실 환경을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비상용 생리대라도 필요하지 않을까?'하고 물으니, 베트남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아프면 집으로 귀가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생리대도 아직은 필요하지 않다는 답변을 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사업, 내가 필요하다고 하는 사업이 아니라 현지 주민들의 삶에 유익한 사업, 필요한 사업을 해야겠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현지 담당자와 더 친해지고 꾸준히 연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관계성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사업지역에는 유독 신장결석, 간질 등의 질병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신장결석은 정말 빈번히 발생하는데 현지 담당자로부터 듣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물'이었다. 정부의 예산 부족으로 상수도, 정화시설이 설치되지 않아 대부분의 주민들은 공동우물이나 빗물을 받아 생활한다. 정화되지 않은 물을 식수로 사용하다 보니 건강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물탱크와 펌프를 설치해서 200-300m 떨어진 공동우물에서 물을 길러오는 수고를 덜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터를 설치하는 식수 정화사업도 함께 해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 가지 문제만 해결할 수 없다는 것, 넓은 시야를 가지고 사업의 효과성과 관계성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사실 두 가지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들이다. 대상자 중심의 사업, 사업의 효과 및 효율성.. 하지만 막상 일을 하다 보면 놓칠 때가 많다. 이 고민거리를 잊어버리지 말고 늘 마음 한구석에 놓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식수지원사업으로 설치된 물탱크


안녕! 베트남, 다시 올 때까지 잘 있어-

 짧은 3박 4일의 출장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공항에 앉아 다이어리를 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이번 출장에서 느낀 점, 부족했던 점, 앞으로 해보고 싶은 사업.. 일주일의 출장을 위해 두 달을 준비하고 때로는 짜증도 났지만, 이번에도 참 여러 가지를 느끼고 배웠다. 애증의 출장.. 출장이란, 피곤하지만 재밌고 힘들지만 보람 있는 그런 것! 다시 베트남에 왔을 때는 또 어떤 모습을 보게 될지, 얼마만큼 내가 성장할지 기대된다.

하노이의 어느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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