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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Right Hands Mar 29. 2017

스와질랜드 초등학교에 생리대 보내기

'지속가능성' 고민- 작은 프로젝트가 정식 사업(?)이 되기 까지


스와질랜드 초등학교 여학생 교육 이탈 사유

작년 가을, 스와질랜드 학교 보건에 대한 자료를 보다가, 초등학교 학생들의 학교 중도이탈에 관한 스와질랜드 정부의 자료를 읽게 되었다. 초등학교 여학생의 중도 교육 이탈 문제가 꽤 심각해 보였다 . 이탈 사유 중 가장 많은 이유는 주로 '가정사'라고 표시되는 '경제문제', 두 번째 이유는 '질병과 사망', 그리고 그 다음으로 '임신사유' 였다. 초등학교 여학생 교육 이탈 주요 사유에 임신 사유가 있다니... ;;


조금 더 알아보니, (당연한 말이지만)개별사유 같아 보이는 '경제문제', '질병', '사망', '임신' 등의 문제들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스와질랜드는 인간개발지수(HDI) 전 세계 187개국 중 150위의 국가로, 이 나라의 에이즈 유병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민 전체 평균 수명은 50세도 되지 않는다. 국민 평균 연령 20.5세, 국민의 37.4%가 14세 이하, 취약상태(부모의 사망 등으로 인해 부모와 함께 거주하지 못하거나 이에 준하는 취약상태)의 19세 이하 인구는 전체 인구의 31%, 5세 이하 사망률 1000명당 120명. 지표가 보여주는 상황은 정말 심각하다. 


가난과 질병으로 인해 성인들의 사망이 빨라지고, 부모의 이른 사망 뒤에 아이들이 가정의 보호 없이 남겨지게 된다. 취약 상태의 아동 수가 계속 증가하게 되는거다. 취약상태의 여학생들이 생리를 시작하게 되면 상황은 더 어려워진다. 생리대를 구입할 비용이 부족하고, 학교나 정부 차원에서도 따로 생리대를 지원해주지 못한다. 


생리대를 사용해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쓰는지 모르는 아이들도 많다. 성교육, 생리교육, 성 인식 교육 등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학교도 많아서 여러모로 열악한 상태의 여학생들이 많다. 가정과 학교에서 제대로 성교육을 제공해주거나 생리대 사용법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배란일 개념, 월경과 피임 개념, 생리기간 위생에 관한 내용 역시 잘 모른다. 


학교에는 여학생 화장실이 따로 없는 경우도 많다. '깨끗한 물'이 나오는 화장실 자체가 없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우선 '물' 자체가 안나오는 화장실도 많다. 형편이 어려운 가정은 집에 화장실이 따로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정 경제상황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보면, 옆집 화장실을 쓴다거나, 세 집이 한 화장실을 쓴다거나, 그냥 화장실 없이 밖에서 해결한다거나 하는 응답도 왕왕 있다. 

 

많은 여학생들은 생리 기간이 되면 그냥 학교를 결석한다. 수업에 오는 경우 치마에 생리혈이 묻어서 얼룩이 진 상태인 아이들도 많다. 여성의 인권, 여아의 인원 같은 개념이 아직 잡혀있지 못한 곳이라 초등학생 밖에 안된 아이들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일을 당하고 나서 누가봐도 맞은 것 같은 얼굴로 학교에 등교하기도 한다. 열악한 경제상황, 높은 HIV/AIDS 유병률, 보호자 부재, 위생시설 부족, 관련 교육 부족, 지원 정책 부족.. 스와질랜드 초등학교 여학생들의 교육 중도 이탈은 이렇게 다양한 문제들이 얽혀 만들어낸 결과다.



소녀의 날 시작한 생리대 비용 모금, 목표달성!

대부분의 개발 이슈들이 그렇듯이, 이런 현상들은 단순히 하나의 접근법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당연히, 생리대를 지원한다고 이 문제를 둘러싼 모든 복잡한 원인들을 해결할 수도 없다. 

그래도, '완벽한 해결'이 어렵다고 시도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스와질랜드 전국에 있는 소녀들을 도울 순 없겠지만, 우선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도록 도우면서 다른 환경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동시에 찾아 볼 생각이다. 대부분의 개발 문제는 항상 복합적이고, 개선을 위해 통합적인 시각과 접근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보다 많은 여학생들이 생리기간에도 학교에 가고, 친구를 만나고, 수업을 듣는 일상을 지속할 수 있길 바라며 우리는 생리대 비용 마련을 위해 모금을 시작했다.  '소녀의 날'을 맞아 시작한 모금은 예상보다 매우 일찍 목표금액을 초과달성하며 마감됐다. 그 결과 스와질랜드 루봄보 지역, 마자(Maja) 초등학교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몇 달치의 생리대를 지원할 수 있었다.


같이가치 with Kakao를 통해 진행했던 생리대 지원 모금 캠페인(2016.10-12)



마자 초등학교는 스와질랜드 루봄보 지역의 작은 초등학교로 여학생들 중, 생리를 시작한 고학년(4-7학년) 여학생들을 우선으로 위생백을 전달했다. 위생백은 3달치 생리대, 칫솔과 치약, 비누, 손수건 등으로 구성했다. 

아이들에게 전달된 위생백 구성품


구구(Gugu), 자마(Zama), 음발리(Mbali), 만디스와(Mandiswa), 밀리스와(Milliswa), 텔루실레(Telusile) 등 모두 67명의 소녀들이 위생백을 받았다. 생리대를 어떻게 쓰는지 모르는 아이들이 많았고, 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은 학생들이 대부분이라 위생백을 나눠주기 전에 아이들을 모아두고 간단하게라도 생리대 사용 교육을 진행했다. 



일회용 생리대 지원, 지속성에 대한 고민

사실, 이번 생리대 지원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 일회용 생리대보다는 면생리대를 지원해 주는 것이 더 좋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들었다. 아무래도, 일회용 생리대는 소모품이고 계속 지원해주지 않으면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생리대를 구할 수 없어 지속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회용 생리대보다는 면생리대를 지원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했습니다만, 현지 특성상 학생들이 면생리대를 빨아서 사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많이 어려웠고(화장실도 없고, 물도 안나오는데 어디서 빨래를 하라는 말인가?), 스와질랜드 학교보건국에서도 학생들이 면생리대를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며 일회용생리대와 기본 위생용품 지원을 요청하여 결국 일회용 생리대를 포함한 위생백을 지원하게 되었다. 


위생백을 나눠주고 계시는 마자초등학교 선생님



위생백을 받은 마야초등학교 고학년 학생


하지만... 3개월이 지난 뒤 보내준 생리대가 다 떨어지고 난 후에 아이들은 어디서 또 생리대를 얻을 수 있을까? 여기저기 방법을 알아보았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스와질랜드 소녀들에게 일회용 생리대를 계속 지원해야 하는데, 이 지원을 계속 지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 정말 많다. 부족한 화장실 문제, 열악한 수도시설, 학생 신체검사 진행, 학생 성인식 교육, 여성 역량강화, 차별과 권리에 대한 교육 등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통합적 시각을 가지고 함께 접근해야 한다다. 하지만 이 모든 내용들을 한꺼번에 다룰 수는 없고... 현실적으로 경제적인 역량도 부족하고 관련 분야에 대한 네트워크도 더 필요하다.


고민 끝에, 우선 할 수 있는 것 부터 시작하자는 아주 당연한 결론에 도달했다. 단체에서 직접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우선, 생리 기간에 학교에 결석하게 되는 상태부터 개선시키면서, 추가적인 지원 방법들을 찾아 보기로 했다. 소녀들이 꾸준히 학교에 등교하고 최소한 초등학교는 무사히 졸업할 수 있도록, '소녀위생후원'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면생리대를 사용할 수 없고, 일회용생리대를 보내줘야 하는 아이들이 생리기간에도 꾸준히 학교에 가고, 초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정기후원 프로그램이다. 


다행히 마야 초등학교에 대한 생리대 지원처가 생겨서, 단체의 자체 사업의 지원 대상지역은 호호 디스트릭트에 있는 뉴헤브론 초등학교로 다시 선정했다. 이 학교는 전교생 300명이 단 하나의 수도꼭지를 사용하고 있다. 그마저도 물이 잘 안나오는 날에는 양동이에 물을 떠다가 전교생이 사용한다. 화장실은 남녀 합해서 단 8칸 뿐. 작년에 폭우가 심하게 내려 여자 화장실 바닥에는 2m는 족히 되어 보이는 지반 침하가 발생한 상태다. 매우 위험하지만, 그래도 화장실은 그거 하나니 계속 사용하고 있다. 생리대 지원도 필요하고, 성인식 교육이나 보건위생 교육도 피요하다.  


사업이 실제로 잘 진행되기 위해서 앞으로 '시행' 과정에서 더 고민하고, 더 조심하고, 더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할것이다.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단순한 물품지원으로 끝나고 말겠지.. 사업 지역의 사람들은 지원물품과 금액에 의지하게되고, 사업이 종료되는 순간 사업 지역의 조건도 원래데로 돌아간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사업 진행 과정에서 다른 문제들에 대한 장기적이고 통합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이 스와질랜드 소녀위생후원 사업이 사업지역에 긍정적인 변화를 지속가능하게 만들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얽혀 있는 다른 문제들에 대한 통합적 접근도 성공할 수 있길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매번 모여 회의를 하고, 자료를 찾고, 심지어 실제로 아프리카에 날아가 현장을 보고 오기도 한다. 그래도 매번 '지속가능한' 개발사업은 어렵고 조심스럽습다. 


결론은 그냥 어렵다는건다...-_-;; 

효과성과 함께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것이 개발사업의 특성이자 어려움인 것 같다.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다보면, 단순 프로젝트도 이렇게 하나의 정식(?) 사업이 되기도 한다. 앞으로 이 '정식 사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기대반 불안반.. 종종 이곳에 소식을 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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