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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Right Hands Apr 17. 2017

Swaziland_출장의 두서없는 기록

워킹맘의 해외출장이란.

스와질란드로 출장이 잡혔고 비행기 티켓 결제와 동시에 급하게 진행된 양쪽 어머님과의 깨똑. 신랑의 휴가 일정과 친정엄마의 시간대와 시엄마의 일정을 조합하여 완벽한 육아 삼각편대를 구성하는 것이었다. 역시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마을이 필요한 것이 맞다. 한 ‘부락’정도는 기본적으로 세팅이 되야 한다..라고 해야하나.. 엄마가 세돌이 안된자녀를 떼놓고 해외출장을 간다는 것은 한 부락이 모두 매달려야 가능한 일이였던 것이다. 아니면 고가의 베이비시터 이모님 급구에 성공하던지…(너무나 어려운일이다) 

특히“남자직원의 가정사로 인한 휴가를 고개를 절레절레 하며 요즘 젊은 사람들은…쯧쯧 하는 나이 지긋한 결제권자들을 상사로 두고 있는 남편”들과 함께사는 워킹맘 이라면 무게감과 압박감은 2배가 아닌 4배 정도 되지않을까. 

어머님 두 분께서 엄마가 애를 떼어놓고 이렇게 긴 시간 출장을 가도 되는거냐며 걱정과 타박이 뒤섞인 말씀들을 하셨으나 귓등은 이럴 때 쓰는거라고, ‘저는 일을 하러 가야하니 저희 아이를 잘 부탁 드립니다.’ 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쿨하게 떠났으나 귀국한 날 이산가족 상봉한 것 마냥 공항에서 애를 부둥켜 안고 눈물을 쏟은 나였다.)

8박10일. 열흘의 출장은 원래 주 목적인 “타당성 조사” 였지만 이 외에도 할 일들이 상당했다. 기관이 지원하고 있던 학교방문도 계획 되어 있었고 실질적으로 같이 사업을 할 수 있을만한 파트너를 알아보기 위해 여러 정부부처 사람들을 만나는 미팅도 기본적으로 하루에 2~3개이상은 잡혀 있던 상황. 그래도 신이 난다. 의자+책상+컴퓨터모니터 앞에서의 해방감,육아에서의 해방감, 현장, 아프리카, 그리고 그 동안 못 봤던 기내 영화 몰빵 시간!!! 밥 제공, 간식 제공, 게임, 영화도 보고 잠도 자고. 비행시간 왕복 30시간 가까이를 꽤나 고퀄리티 있게 보내며... 영화는 총 8편 정도는 본듯. 비행기값 중 8만~10만원은 영화비로 낸걸로….


스와질랜드가 어떤나란지는 초록창에서 찾으면 알려준다. 그리고 이 국가가 가지고 있는 지표와 기록 또한 얼마나 참담한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와보면 참담함? 우울? 슬픔? 느껴지지 않는다. 다들 영어도 잘하고 흥도 있고 무슨 말만 하면 웃음 빵빵터지고. 한국 관료들 만나면 폼잡고 큼흠 거리느라 분위기 쌔- 한 것에 적응을 못했는데 이곳 시의원, 보건부 차관, 교육부 차관…다들 재치만점이다. 사업얘기와 개인의 입담이 뒤섞여 이런저런 질문들을 하게되고 그러면 이들은 더 많은 것을 대답해준다. 왜 이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지, 어떻게 해결했으면 좋겠는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린 결론적으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이들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걸 알고 있고 우리도 많은 것을 해 줄 수 없음을 서로가 안다. 하지만 최소한의 비용과 최대한의 협력으로 가장 좋은 방법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 그래서 결국엔 그들의 삶이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하는 것. 본질을 공감하기에 ‘협력파트너’ 가 될 수 있는게 아닐까. 항상 현장에 오면 국적, 정치, 문화, 종교, 성별, 언어, 그리고 피부 색까지 연결고리라고는 1도 없는 곳에서 이렇게 즐거울 수 있을까 싶다. 


아- 그 즐거움은 곧 사업을 시작할 초등학교에서 만난 초롱초롱, 재기발랄, 장난꾸러기 아이들을 만나고 나니 배가 된다. 진짜 어느 나라나 아이들이랑 같이 있는게 제일 행복하다. 아이고- 귀여운 녀석들!! 올해 2월에 한국에 00교대에서 학생 20명이 이 학교에서 한 달 간 교육봉사를 하고갔다고 한다.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한국 국기랑 스와질랜드국기랑 그림그려놓은 것도 붙어있고, 폴라로이드 사진들도 벽에 쪼로록-   이 학생들이 얼마나 좋은 인상을 남겼는지… 애들이 날 보더니 코리아에서 왔냐고 물어본다. 그래서 YES!아임프롬코리아! 라고대답해줬더니 깔깔 웃고 난리다. 그 학생들의 영어이름 같은데..이름을 대면서 000 알아? 000 알아? 물어본다. 미안.. 난 그분들은 잘 몰라.. 했더니 살짝 서운해 하는 눈치. 4주간을함께 보냈으니 얼마나 정들었을까... 이야기를 듣자하니 봉사일정 마지막 날 전교생이 노래도 불러주고 다 나와서 인사하고 그렇게 bye bye 를 했단다. 작별 인사하던 그 마음들을 생각하니 코 끝이 찡- 

요즘 보니.. 이런 개발도상국으로 봉사 나오는 대학생들이 아주 준비부터 기똥차게 잘한다. 교육도 잘 받고 오고. (이런 학생들을 길러주시는 부모님, 선생님, 교육기관들 모두 감사…) 해외 나와서도 얼마나 씩씩하게 잘 지내는지. 재능도 있는데 마음까지 따뜻한 개념찬 학생들을 보고 있자면 참 뿌듯하고 이쁘고 멋지고 그들의 젊음이 매우, so very much 부럽고….


교장선생님의 푸근한 환대와 아이들의 즐거운 꺅꺅소리로 마음이 발랑발랑 좋아진다. HIV/AIDS감염률 세계1위, 기대수명 50세이하, 5세 이하 사망률이 1,000명중에 120명, 여성의 인권이라곤 주장할 수도 없는 남성우월적 사회구조를 가진 나라라고 생각하기엔, 그렇게 수치로만 이 국가를 평가하기엔 영 불편하다. 


열흘 동안 방문했던 모든 식당의 음식들도 너무나 맛있었고 (물론 현지 파트너 기관 국장님께서 모두 맛집으로만 리드 해주셨기에…난 잘 모르기에..) 만났던 사람들도 하나같이 유쾌하면서 진지했고, 자연환경도 아름다웠고, 날씨도 기가막혔고, 심지어 맥주의 맛까지 엄지 척- (SiBeBe!)


우리가 출장 오기전 심한 폭우로 여자 학생들이 쓰는 화장실 뒷 마당이 무너진 상황.. 조치가 시급해보인다. 적어도 2m아래로 땅이 꺼진 상태다. 아이들이 손 씻을 수 있는 수도 시설도 없고 화장실 청결상태는 더 말해 무엇하리.. 300명의 학생이 쓰는 화장실이 남녀, 각 4칸짜리 푸세식 변기가 전부. 화장지도 비누도 초경을 시작할지도 모르는 고학년 여아들을 위한 생리대 같은 위생용품도 없다. 하나씩 방법을 찾아가야겠지만…. 

한방에 확- 다 몰아서 해결해주고 싶은 내 개인적인 바램의 크기는 현실적으로 요구되는 쩐의 규모와 비례하여 ...커지고 있다. 지원해주실 분들을 찾기 위해 할 일이 많아진다.

청소년기 때부터 혼전임신이 비율이 높은데다 남자들이 이에 대해 딱히 책임지지 않으려고 한다는 스와질랜드. (결혼을 할 경우엔 신랑쪽에서 상당한 결혼지참금을 부담해야 하기에...) 어디까지가 풍습이고, 전통이고, 개념이고… 최소한의 책임감의 문제지 않은가?!! 아이들 둘, 셋, 넷을 데리고 살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에 빠지게 되는 건 순식간이다. 산모와 아이들의 건강, 경제적 활동 지원, HIV/AIDS 치료, 임신 중에 태아도 수직감염이 되었다면 더욱더! 필요한 치료와 지속적인 관리…너무나 다행인 것은 PEPFAR, USAID, WHO등의 HIV/AIDS지원이 규모있게 들어오는 덕택에 HIV/AIDS 치료, 예방, 교육까지 Process 정립이 잘 되어있는 편이다. 지표들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하니 감사하고 또 사람들의 인식개선도 느리지만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는 것에 마음이 놓인다.


하지만 여전히 5세미만 사망률은 높고 조기 임신으로 인해 청소년때부터 자녀들을 책임져야 하는 엄마들의 삶은 고통스럽고 외롭다.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간단하지 않기에…더 많은 지혜들이, Brain 들이 모이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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