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牛)를 찾는 마음으로 나를 찾으리
우리의 첫 번째 사찰기행 목적지는 송광사다. 전라남도 순천시 조계산 기슭에 위치해 있다. 우리가 송광사를 찾았던 때는 4월 말, 봄의 절정이라 햇빛을 받은 이파리들은 연초록 아우성이고, 초파일을 맞이하는 색색 가지 연등이 임도에서부터 시선을 잡아끌었다. 도입부로 치자면 이보다 완벽할 수는 없다. 절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마음은 극락이다.
송광사는 큰 절이다. 법보사찰인 합천 해인사, 불보사찰인 양산 통도사와 더불어 한국 불교의 ‘삼보사찰’ 중 하나로 승보사찰로 불린다고 한다. 절의 규모도 크고 보유한 국가유산도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처음부터 십우도(十牛圖)였다. 우리는 절을 찾을 때 딱 한 가지만 보기로 했다. 사찰마다 여러 가지 유물이며 보물이며 자랑거리가 있겠지만 우리는 시그니처 한 가지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이번 송광사에서는 그게 십우도였다.
송광사 십우도는 불교의 선에서 마음의 본성을 찾는 것을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하여 도해한 그림이다. 선의 수행단계를 소와 동자에 비유하여 수행단계를 10단계로 하고 있어 십우도(十牛圖)라고도 하고 소를 찾는다(尋)는 의미로 심우도라고도 한다.
열 장의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렇다.
불교에서 소는 인간의 본성을 상징하는 중요한 존재다. 선불교에서는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어가는 과정을 소를 찾는 과정에 비유되는데 우리 일반인의 시각으로 보자면 마음을 찾고 따르는 과정 같다. 대략 정리해 보면, ①마음은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데 일단 찾아가 보자 하고 나섰다. ②뭔가 오감으로 느껴지는 흔적은 있는데 실체가 보이지 않다가 ③소의 머리만 발견하듯 마음이 보이기 시작한다. ④그렇지만 고삐를 쥐고 당겨도 끌고 갈 수 없듯이 내가 내 마음의 주인이 아니다. ⑤소를 길들이는 마음으로 마음을 놓으니 오히려 거친 소가 길들여진다. ⑥이제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⑦집에 오니 소는 온 데 간 데 없다. ⑧하지만 마음을 찾겠다는 의지가 없어지니, ⑨소도 자신도 모두 사라진 상태가 된다. ⑩사라짐 또한 사라진다. 구도자가 세상 속으로 들어가듯 나도 세상에 조화되며 살아간다.
심우도의 백미는 마지막 단계인 ‘입전수수(入廛垂手)’다. 깨달음을 얻은 수행자가 다시 세상 속으로 들어가 평범하게 살게 되는 거 같은데 아마도 깨달음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되거나 혹은 그 깨달음을 주변과 나누는 삶인 것 같다.
당연히도 겹쳐 보이는 건 내모습니다. 끊임없이 목표를 설정하고 달려가지만 때때로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잊어버린다. 뭔가 찾겠다고 나서면 안 보여서 킹 받고, 포기하듯 멈추면 그제야 슬몃 보여서 또 킹 받고...... 심우도의 소 찾기 과정은 산다는 게 이렇게 혼란스럽지만 그 속에서도 나 자신의 본질을 찾고 내면의 평화를 얻 여정이라는 건가 보다.
초파일을 앞둔 송광사에서 바람소리, 연등이 흔들리는 소리, 흙마당을 걷는 발자국 소리에서도 위안을 얻는다.
"그러니까 나에게도 소를 찾는 과정이 자신을 찾고, 삶의 균형을 이루며, 궁극적으로 세상과 조화를 이루게 되는 것이어야 할 것 같다"라고 이다까씨에게 말했더니 "얼른 내려가서 산채 비빔밥이나 먹자"며, "역시 절 앞에서 먹는 산채가 최고"라고 했다.
산채비빔밥을 비비는 손길이 바쁜 걸 보니 오늘 템플트립은 잘 마무리된 듯. 자, 다음은 어느 절의 어느 부처님을 만나러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