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p 2. 여수 향일암

고행과 참배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찾아보자

by 김벼룩

부처님오신날도 지나고 여름의 초입으로 들어섰다. 초파일 전에 석가모니불을 모신 송광사를 다녀왔으니 이번에는 관세음보살을 모신 곳을 가보기로 했다. 무엇보다 이다까씨가 요즘 심란한 일이 있다 하여 기도발이 좋다는 곳으로 정했다.

두 번째 목적지는 여수 향일암. 전남 여수 돌산도에 있는 암자로 우리나라 4대 관음기도 도량 중 하나라고 한다. 신라 때 원효대사가 수행하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원효대사 기도발(불경한 표현을 용서하소서)이 좋아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러 가는 곳이라 하여 낙점되었다.


돌산도는 섬이지만 육지와 다리로 이어져 있어서 행로와 풍광이 남다르다. 끊길 듯 다시 이어지는 연륙교를 몇 개 건너서 섬 둘레를 돌아 돌아가야만 닿을 수 있는 곳. 하지만 다도해의 독특한 바다 절경과 섬 모서리를 돌 때마다 짠 나타나는 새로운 풍경에 지루할 틈 없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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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일암 가는 길, 첫 번째 관문은 계단이다. 해안 절벽 끝에 있는 암자라서 가파른 오르막 계단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오르는 계단 중간중간 익살스럽고 아기자기한 불상들이 있어 그리 힘들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원효대사나 다른 수행스님들처럼 결기를 지니지는 못한 우리들에게 ‘힘내라, 조금만 더 올라가면 된다’하는 격려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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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일암 가는 길의 두 번째 관문은 해탈문이다. 비좁은 절벽 사이 틈을 지나가야 향일암에 닿을 수 있다. 그동안 잘 먹여 키운 내 어깨가 살짝 면구스러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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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을 오르고 바위굴을 지나 드디어 고대하던 해수관음보살을 만났다. 이다까씨가 얼른 보시를 한다. 나는 소원성취 굿즈를 하나 샀다. 부처님 마음을 이런 걸로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참배는 정성스레 했다.

IMG_1314.JPG 향일암 해수관음보살


대웅전 댓돌 아래 가득한 신발들을 보니 사람들은 부처님께 구하는 게 참 많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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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끝에는 원효대사가 수행 정진했다는 좌선대가 있다. 향일암은 선덕여왕 13년(644년) 원효대사가 바다의 비릿함도 없고, 겨울이면 아름다운 동백이 피고, 사시사철 숲이 울창하여 한겨울의 거센 바람도 막아줄 수 있는 데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지나가셨다는 세존도가 바라보여 기도처로 정했다는 전설이 있는 만큼 기도와 수행의 아이콘이다. 지금은 바위 위로는 오르지 못하게 출입금지 푯말이 있는데 우리가 갔을 때도 역시나 좌선대 위에 올라 사진 찍는 아저씨들을 볼 수 있었다. 좌선이고 수행이고 다 필요 없고 나의 브이(V) 포즈가 중요하다는 그들의 안하무인은 무시하자. 관세음보살과 원효대사님이 알아서 하시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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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은? 당연히 여수 돌게장이다. 돌게장 정식을 주문했는데 겹겹이 쌓인다는 전라도식 밥상이 아니어서 처음엔 조금 실망했다. 하지만 괜히 밥도둑님이 아니시더이다, 다른 반찬은 고스란히 남겼다. 디저트는 여수특 딸기모찌로 마무리. 돌아오는 길에는 꼼꼼히 포장된 간장게장 한 통이 손에 들려 있었다. 식구들아 도둑님 영접할 준비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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