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닐 Oct 17. 2019

미숙함의 저녁



바람이 불길래 흔들렸다. 가지가 위태롭고 잎이 날렸다.

그렇기 때문에 어리숙함의 오후도 미숙함의 저녁도 모두 내 것이었다.




불현듯 나의 수많았던 숨들에 대하여 편치 않은 까닭은

그간 나에게 먼저 안겨왔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찰나의 어긋남으로 놓아버린 것은 무엇이었는지

또 어쩌다 보니 영영 잃게 된 것은 누구였고, 무엇이었는지

나는 가늠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두운 심해 속에 눈 한번 뜨지 못한 채 다만

육체만이 허위허위 바빴을 뿐이다


어쩌다  번쯤은  움직임이 고장  시계가 하루에 번은 맞듯이 봐줄만했을 것이고

그 밖의 대부분은 고약하고 미숙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오랜 시간을 어렸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창피한 거울에 쌓인 먼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