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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닐 May 25. 2019

창피한 거울에 쌓인 먼지

나를 들여다본다는 것



매일 꿈 속에서 헤매기만 하는 나는, 어쩌면 나를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나는 완전하다, 세 번 혼잣말로 되뇌며 살아가다 보면
어느 날의 나는 그 자가 세뇌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조금도 남김없이 

문득 걸음을 멈춰 생각해보니 오늘에까지 이르렀다. 이제 많은 시선들은 나에게 그때와는 다른 어떤 모습을 기대한다. 나는 대단히 변한 적도 없는데, 충분히 단단해지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참 이상한 노릇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당당했던 시절의 그 아이는 누구의 과거인가. 부딪히고 부딪힐수록 나는 나의 치부를 더 마주할 뿐이었고 요란한 천막들을 내걷어보니 그 짝이 볼품없어 매 순간 부끄러워하는 지경에 다다른, 나는 그러나 그 천막들을 다시 뒤집어쓰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그것들은 여태 비바람, 모래, 햇살 들이 사실 겁이 나 그들로부터 나를 보호하고자 지어놓은 방패, 막이었나 싶다. 실은 '그들'이 아닌, 그들을 감당치 못할 '내'가 두려웠던 게 맞을 거다. 그토록 내가 불안했던 나는, 그러면서 세상의 많은 부분들을 멀리 두고 쉬이여기며 의기양양한 척해댔겠지, 


나는 그 어떤 날에도 나를 의심의 여지없이 완전하고 떳떳하게 여기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 가진 10만큼의 비겁함은 아주 느린 속도로, 1에 가까워질 거라는 것도 나는 안다. 

나는 부단히도 집착하고 경계하며 거울의 먼지를 닦고, 닦아내고 단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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