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
그것은 손 닿으면 죽어가는 눈송이
동해의 바다가 쉼 없이 파도쳤고
그 움직임에
덩달아 들떠하던 당신도 시간에 기대어간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겹쳐지던 모래들
그 위로
자꾸만 빠져나가는 찰나의 틈을
나는 꼭 쥐고 싶었다.
멈추지 않는 것, 잡히지 않는 것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좋은 낮과
아무 이유 없이 온기를 전해주는 밤에 당신이 있었다
아직 철들지 못한 우리는
하얀 설경에 미소를 감추지 못했지
다가오는 아침이 아쉬운 날에
어느새 뚝뚝 흐르는 것이 돼버리는 눈
그보다 더 흰 살갗을 보고 있자니
둘 중 어느 것도 영원을 말해줄 것 같지 않아
묵묵한 슬픔을 녹여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