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0.29. - 할까 말까 고민과 갈등
집 앞에 좋은 공간이 나왔다.
하지만 월세가 100.
그곳을 작업실로 쓰고 싶지만
월세 낼 돈이 턱없이 부족하고
부모님은 돈은 있지만 내가 미술학원하기를 바라신다.
내가 졌다.
나는 예전에 미술학원 선생으로 알바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돈이 필요해서 했을 뿐 그저 최대한 버텨본건데.
학원을 할거였으면
진작에 나만의 학원을 오픈했을 것이다.
그림만 그리고 싶다.
투병생활이 끝나고 집에서 석달간의 요양생활을 했다.
작업실은 있었지만
내가 중환자실에서 의식이 없었던 사이에
내 자리의 주인은 바뀌어서
작업 짐들을 부랴부랴 빼야했다.
철제 수납장에 들어있던 캔버스 수십개,
새로 장만한 큼직한 라지에이터,
기타 물감과 건식재료 도구함들 전부 다.
그 짐들은 결국 큰외삼촌 댁으로 옮겨지고 말았다.
그 덕분에 다행히 짐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아끼던 파란색 침대 겸 소파와
사무실용 등받이 의자는 포기해야했다.
아니 포기보다도 그냥 그렇게 됐다.
퇴원하고나니 이미 그렇게 '되어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나마도 나는
그정도에서 감사해야했다.
그것도 겨우 그렇게라도 된 것이다.
내 작업실 짐들이 바닥에 나앉는 일은 피한 것이었다.
집에 빈 방 하나가 있었는데
방이 좁고 운동기구는 넘쳐나는 남동생이
슬금슬금 들어가서
내 짐을 옆으로 밀어내고 멋대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방 하나가지고 싸우느니 바깥생활을 해본 내가
다시 나가는게 맞겠다 싶었다.
제일 무섭고 걱정되는 것은 공간임대료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