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 순위'라고 써놓고 '가장 비싸게 팔린 미술작품'이라고 소제목을 붙였다. 그림의 가격은 시대상황, 평가, 물가, 환율 등의 여러 요소에 따라 변동된다. 고로, '지금도 이 가격인가'라고 묻는다면 명확한 답을 하긴 어렵다. 추측할 수 있는 건, 해당 작품이 진품이고 유명한 컬렉터가 소장을 했다면 후에 지금의 가격보다 더 높게 팔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래는 '누군가 지불하고 산' 그림들 중 가장 비싸게 팔렸던 그림, 1위~5위까지다. 순위 확인에 앞서 배포를 크게 가질 것을 추천한다. 우리가 함께 볼 그림들은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그림이다. 고로 '억'이 아닌 '천억'정도는 기본으로 생각하며 보자.
*해당 순위는 2020.3.14일 기준입니다. 당분간 변동 없을 순위라고 생각하지만, 또 어떤 작품이 우리를 놀라게 할지 모릅니다^^
*한화로 환산한 금액은 각 환율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한화로는 약 어느 정도인지의 범위로만 표기했습니다
5위: 잭슨 폴록(Jackson Pollock), No.17A
→ 2억 달러(한화 약 2133억원~2400억원)
2015년 9월 시타델의 창립자이자 최고 경영자인 케네스 그리핀(Kenneth Griffin)이 데이비드 게펜의 재단으로부터 구입했다. 더 놀라운 건 당시 그는 이 작품뿐만 아니라, 잠시 후 2위로 소개할 작품까지 함께 구입했다는 것이다. 그날의 결정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 목록'에 구매자인 그의 이름이 두 번이나 등장한다.
이 그림의 작가, 잭슨 폴록은 사진과 같이 물감을 흘리고 뿌린다. 매우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그래서 흔히 잭슨 폴록의 그림을 보고 '나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들 한다. 더 나아가 이 그림이 2000억 원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그려도 2천억 원 주나?'라는 이야기도 농담 삼아한다. 음. 아마 주변에 2천억 원을 기꺼이 낼 사람이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아쉽게도 당신이 잭슨 폴록이 아니라면 어려울 것 같다.
잭슨 폴록의 그림 스타일은 의외로 다양하다. 그 역시 처음부터 이렇게 그렸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소식은 그의 그림 가격이 1948년 이후에 드리핑 기법으로 그린 작품들에 한해서만높다는 것이다. 그래도 다른 작품들 역시 기본적으로 '억' 소리는 나올 테지만 말이다.
드리핑 기법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기 전까지 그렸던 그의 작업 스타일이다. 가장 왼쪽의 그림이 페기 구겐하임이 평가했던 그의 초기작이다. 어떤 생각이 드는가. 페기 구겐하임은 미술의 중심지를 파리에서 뉴욕으로 옮긴 인물인데, 이 작품을 보고 '성의가 없다'라고 평가했다. 그렇게 많은 작가들과 교류하며 '안목'이 남들과 다르다는 그녀도 처음부터 잭슨 폴록의 '재능'을 알아보고 컬렉터이자 후원자가 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잭슨 폴록에 열광하는 것일까.
당시의 시대상황과 연관이 있다. 2차 세계대전 후 뉴욕에 거주하는 화가들은 대게 유럽에서 건너온 이들이었다. '그 나라만의 미술사가 없는 나라가 어딨을까'싶지만 당시의 미국은 유럽에서 온 화가들만 보였을 뿐, '자신들만의 고유한 미술 역사'는커녕 '미국 대표작가'도 뚜렷하게 없었다. 그때 다른 화가들과 다르게 화판과 이젤이 아닌 바닥에 내려놓고 그리는 잭슨 폴록이 등장한 것이다. 그림의 의미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물감을 흘리고 뿌리는 그로부터 미국은, 상식의 파괴와 그림에서 나타나는 '자유로움'을 보았다.
그렇다고 한들 그림의 가격이 '2000억 원'이라는 건 정말 높은 금액이다. 페기 구겐하임 역시 당시에 600불만 줘도 많이 준거라고 했듯이 말이다. 그러나 잭슨 폴록의 작품들은 단순하게 '흘리고 뿌리며 누구나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작품'이전에 '미국'을 말해주는 그림이다. 5년 후인 지금도, 그의 미술사적 의의와 가치는 높게 평가되고 있다.
4위: 폴 고갱(Paul Gauguin),언제 결혼하니?
→ 2억 1천만 달러(한화 약 2246억원~2500억원)
2015년 2월, 카타르 왕족이 구매한 작품이다. 1892년 제작된 작품으로 '인간 본성'에 집중해서 작업을 했던 폴 고갱의 작품이다. 그는 후에 타히티로 건너갔는데, 그곳에서 강렬한 햇빛과 순수한 사람들을 만나며 원시미술을 작품에 녹여낸다. 강한 원색과 인물의 표정, 그리고 저 뒤에 푸른색과 분홍색을 입은 두 사람(남녀로 추정)까지 보는 재미가 쏠쏠한 작품이다.
증권가에서 일하며 '주말 수업'으로 그림을 시작한 그는, 후기 인상주의라는 한 사조에서 절대 뺄 수 없는 인물이다. 생전에 그는 지금과 같은 명예를 누리진 못했기에, 생활고로 힘들었던 기록이 있다. 그러나 그림에 대한 열정은 그 누구보다 가득했다.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 판화, 도예 등 다방면에서 작품을 남겼으며, 피카소와마티스와 같은 젊은 작가들에게영향을 미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고갱'하면, 아직까지 '고흐의 친구'로 더 유명하지만.
그의 그림을 구입한 곳이 '카타르'왕족이라는 것도 새삼 재밌다. 카타르 왕족은 한번 구입하면 다시 내놓지 않기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생전에 고갱의 '언제 결혼하니'를 눈앞에서 볼 기회는 거의 희박하다.
3위: 세잔(Paul Cezanne),카드놀이하는 사람들
→ 2억 7400만 달러(한화 약 2800억원~3000억원)
2011년4월카타르 왕족이 그리스 해운 재벌로부터 작품을 구입했다. 이 작품은 '카드놀이하는 사람들' 5점 중 한 작품으로, 개인이 구입한 유일한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카타르 왕족이 구매했기 때문에 후에 미술시장이나 전시회에서 다시 만날 기회는 낮다)
세잔은 카드놀이하는 두 인물은 부각하고 주변을 단순화 함으로써 주제와 구성을 단순하게 표현했다. 그림을 통해 숨겨진 의미를 얘기했던 당시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회화의 구성 그 자체를 작품에 담아내고자 한 것이다. 그는 이 작품을 제작할 당시, 모델들을 불러와서 자세를 취하게 한 후 작품을 구성했다. 이 시리즈의 연작 이후 세잔은 더 이상 카드놀이를 하는 인물들을 그리지 않았다.
"나의 유일한 스승, 세잔은 우리 모두에게 있어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 -파블로 피카소
폴 세잔을 19세기 후반의 '후기 인상주의'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는 피카소가 스승이라고 칭했듯 '입체파의 선구자'로도 봐야 한다. 그의 작품은 후대의 미술가들에게 입체파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특히 세잔은 '사물의 본질적인 구조와 형상'에 주목했다. 모든 형태를 원기둥과 구, 원뿔로 해석했으며 이는 작품을 통해서 볼 수 있다.
그의 대표 작품으로는 '사과와 오렌지가 있는 정물', '목욕하는 사람', '붉은 조끼를 입은 소년', '석고상이 있는 정물'등 이 있다. 야수파와 입체파에 영향을 준 그는 오늘날 '현대미술의 아버지', '근대회화의 아버지'라고 불리고 있다.
2위: 빌럼 데 쿠닝(willem de kooning),인터체인지
→ 3억 달러(한화 약 3200억원~3600억원)
2015년 9월 낙찰된 이 작품은, 앞서 언급했듯 5위를 했던 잭슨 폴록의 그림과 함께 시타델의 창립자이자 최고 경영자인 케네스 그리핀(Kenneth Griffin)이 데이비드 게펜의 재단으로부터 구입했다.
빌럼 데 쿠닝(=윌렘 드 쿠닝)은 잭슨 폴록과 대등한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작가로, 잭슨 폴록과 동시대의 유명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비전공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다. 그 자체의 예술성이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당대 최고의 스타로 급부상했던 잭슨 폴록의 영향으로 생각된다.
네덜란드 출신의 그는 거친 터치와 화법을 통해 여성을 형상화했는데, 여인을 연작으로 담으면서 세계 미술사에 당당하게 그의 이름을 올렸다. 이후 그는 분홍과 노랑 등 특유의 화사한 색감으로 자유분방한 느낌을 표현했다.
쿠닝의 주요 작품으로는 '여인과 아이', '해변의 여인' 등이 있으며, 아래 1위의 작품이 등장하기 전까진 '인터체인지'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의 1위에 등극했었다.
1위: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살바토르 문디(구세주)
→ 4억 5030만 달러(한화 약 4800억원~5300억원)
1위는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살바토르 문디(구세주)'이다. 2017년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4억 원-수수료 포함 4억 5천만 달러-에 낙찰된 이 작품은 사우디 왕자 모하메드 빈 살만이 구입했다.
살바토르 문디는 1505년 경에 제작된 작품으로 추정되며. 예수 그리스도를 그린 유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위작'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한때 다빈치의 제자들이 그린 것으로 판단되어 1958년 영국 소더비 경매에서 45파운드- 한화로 약 6만 8천 원에 낙찰되기도 했으니까. 2005년 '진품'이라는 재평가를 통해 1만 달러에 판매가 된 후, 2013년 러시아의 재벌이자 컬렉터인 드미트리 리볼로블레프가 1억 2천7백만 달러(한화로 약 1천4백억 원)로 이 작품을 사들인다. 그 후 2017년에 사우디 왕자인 그에게 낙찰되면서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1위'에 등극하게 되었다. (낙찰 당시 소유주가 밝혀지지 않기도 했다)
한화로 약 6만 8천 원이었던 작품이, 약 5000억 원이 된 것도 참 대단한 스토리인데 이 작품의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본래 이 작품은 루브르 아부다비에 전시가 될 예정이었으나, 전시가 아무런 이유 없이 연기된 것이다. 현재까지도 작품의 전시 관련 공식 입장은 없으며, 작품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이야기까지 떠돌고 있다.
그렇다면 여담으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대표작인 '모나리자'는 얼마일까.
루브르 관람객 80%의 방문 이유가 모나리자 때문이라고 하는데, 루브르와 파리를 넘어 프랑스의 얼굴인 이 작품은 아직까지 시장에 나온 적이 없기 때문에 정확하게 '책정된'가격은 없다. 전문가마다 다양한 의견을 낼 뿐인데, 주로 약 2조 5천억 원~40조 원으로 언급되고 조가 아닌 '경'의 단위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따라서 모나리자가 시장에 나온다면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의 순위가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통일된 의견으로는, 프랑스가 망해도 이 작품은 절대 팔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다시, 살바토르 문디로 돌아가면 이 작품의 또 다른 논란이 있다. 바로 위작이 아닌 진품이라 한들, '진정 진품으로 볼 수 있을까'에 대한 부분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렸다고 해도, 이미 발견 당시 훼손과 누군가에 의한 덧칠이 심했기 때문이다. 사진의 왼쪽은 1904년의 살바토르 문디로 추정되는데, 지금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현재의 살바토르 문디는 박락되고 덧칠되었던 모습을 최대한의 '원본'의 모습으로 복원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이의 손길을 거쳐 복원된 이 작품을 '다빈치'의 작품으로 볼 수 있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도 다양한 의견이 있다.
이렇게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이 미술품 가격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물론 2020년 어느 작품이 다시 그 기록을 세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이 외에도 5위권 밖에 있는 작가들로는 마크 로스코/ 구스타프 클림트/ 렘브란트/ 파블로 피카소/ 모딜리아니 등이 있다. 비록 5위권 내에 들지는 못했지만, 이 작품들이 다시 시장에 나온다면 기록은 또다시 변동될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가격이 높은 그림이 좋은 그림이다'라는 것은 아니다. 가격이라는 부분은 그 작품을 사고 싶어 하는 컬렉터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언제라도 변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그 작품의 진정한 의의는 오늘날의 우리가 그 값을 지불함에도 갖기 어려운 '가치'에 있다. 그 가치가 무엇인지, 시대와 작가 그리고 작품을 함께 고려하며 생각해보길 추천한다. 어느새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