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라는 회사가 얼마나 무섭냐면, 사람의 노동력을 극대화시키는데 아주 특화되어있다. 쿠팡에는 하루 3번 국민체조 시간이 있다. 근무 시작 전, 오전 근무 중, 오후 근무 중. 국민체조를 10여 년만에 해본 것 같다. 처음 갔을 때,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국민체조를 하는 것을 보곤 경악했다. '이게 지금 뭐 하는 거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어가며 앞사람을 열심히 곁눈질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정말 몸이 달라졌다. 무게추를 단 것처럼 축 늘어지던 팔다리가 날아갈 것 같이 가벼운 게 아닌가! 그제야 왜 열심히 국민체조를 따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역시 '국민'이 들어가면, 뭐가 달라도 다른 것이다.
수많은 아르바이트 중 단연 쿠팡을 꼽는 이유는 바로 점심식사이다. 이곳의 점심은 맛있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식판에 밥과 국, 네 가지 반찬을 담아 먹는데 요게 참 맛나다. 식단은 주로 고탄수 고단백 고지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맛없을 수가 없다는 거지. 일하고 먹는 밥은 뭘 먹어도 꿀맛이거늘, 이렇게 밥이 잘 나오면 안 먹으래야 안 먹을 수가 없다. 당연하지만, 이렇게 밥을 주는 이유는 많이 먹고 열심히 일하라는 뜻이다. 그 기대에 저버리지 않기 위해, 고봉밥을 쌓아 양껏 배를 채워본다.
든든하게 배를 채웠으니 다시 장갑을 끼고 일을 시작한다. 오후 근무 시간은 5시간 30분으로 훨씬 길다. 서너 시쯤 되면 몸이 찌뿌둥해지고, 피곤해진다. 그러면 이때 귀신같이 휴식시간-이자 세 번째 국민체조 시간-을 갖는다. 이 때는 휴식시간이 이전보다 조금 더 길게 주어진다. 창고 한 켜에 믹스커피와 코코아 등이 마련되어 있어, 간단한 간식을 먹을 수 있다. 그러면 각자 따뜻한 음료를 한 잔씩 들고 여기저기 걸터앉는다. 몸이 축 늘어지고 기운이 없을 때 믹스커피 한 잔을 때리면(?) 정신이 번쩍 든다. 벼락이라도 맞은 것 마냥 눈이 번쩍 떠지면서 알 수 없는 에너지가 샘솟는다. 이래서 다들 믹스커피를 마시는 거구나! 믹스커피 한 잔에 얼마나 많은 당이 있는지 새삼 실감한다. 그 커피 한 잔이 뭐라고, 2시간을 더 일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오지 않을 것 같았던 6시 30분이 오면, 하던 일을 모두 멈춘다. 그리고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 버스에 올라 또더시 눈을 붙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쿠팡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이제 막 수능을 쳤을 것 같은 어린 학생부터 여행 경비를 모으러 온 대학생, 예술가처럼 보이는 패션 센스가 뛰어난 청년, 어느 가정의 가장일 듯한 아저씨, 생활비를 벌러 나온 아주머니. 일부러 모으려고 해도 모으기 힘들 것 같은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같이 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끼고 물건을 옮긴다. 저 사람들은 어떤 연유로 이곳에 와 돈을 벌고 있는 것일까. 바쁜 와중에도 쓸데없는 상상을 하며 웃음을 지어본다. 그게 무슨 이유든, 다들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쿠팡을 하면서 배운 것이 하나 있다. '살려고 하면 어떻게든 살아진다.' 솔직히 나는 내 삶이 망했다고 생각했다. 쿠팡을 가게 된 것도 반쯤 충동적이었다. 돈이 급했는데 할 수 있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초라한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서 서느니 차라리 나를 지우고 싶었다. 도망치는 마음으로 쿠팡에 갔다. 하지만 그곳에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알고 있던 것과 전혀 다른 세계를 마주친 기분이었다. 무엇이든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삶은 어떻게든 이어지는구나. 물건을 옮기며 생각했다. '글을 계속 써야겠다.' 설령 글로 큰돈을 벌진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살아질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