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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ESI Jan 05. 2022

작가는 공부해서 될 수 있는 건가요?

글쓰기 공부법 및 작법서 추천(1)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좋아, 그럼 이제 뭘 해야 하는 거지? 일단 작품을 써야 할 것 같았다. 뭐가 있어야 어디 내밀기라도 하지. '그래, 작품을 쓰자.' 원대한 꿈을 품고 모니터를 마주했다. 막상 쓰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뭔가 쓰고 싶긴 한데, 무엇을 쓰고 싶은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걸 어떡하지? 다시 공무원 시험에 도전해야 하나? (나는 독서실에서 공부하다 첫 작품을 썼다. '그 대학원생은 왜 교수를 죽였을까') 스티븐 킹은 말했다. 영감이 오길 기다리지 말고, 영감이 언제 찾아가면 되는지 알려주라고. 나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책상 앞에 꼬박꼬박 앉았다. 말 그대로 '앉아 있었다'. 하지만 영감님은 내게 오지 않으셨다. 맙소사, 우리 집 주소를 안 알려드렸잖아?


 그렇게 몇 달을 허비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지만,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라도 써야 하는데. 어떻게 써야 하는 거지? 그때 깨달았다. 나, 글 쓰는 법을 하나도 모르는구나.








 그때 처음으로 '배워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민망한 이야기지만, 나는 그전까지 '작가가 되기 위해서 무언가를 배울 필요는 없다'라고 생각했다. 나뿐만이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라고 나는 믿고 싶다.) 작가라는 건 천부적인 거 아닌가? 가르쳐서 혹은 배워서 얻을 수 있는 능력이 아니지 않나? 살면서 수많은 글짓기 상을 받았지만, 단 한 번도 글 쓰는 걸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어렸을 때 글짓기 공부방을 다니거나 고3 때 논술 학원을 다닌 적이 있긴 하지만, 전자는 사실상 책 읽고 활동하는 곳이었고 후자는 대학 입시 논술을 쓰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대입 논술은 사실상 답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틀을 외워서 그대로 쓰기만 하면 됐다. 내 머릿속에서 글쓰기 공부란 대입 논술 같은 거였다. 정해진 틀대로 쓰는 것. 그걸 배워야 한다는 생각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당장 글을 써야 했고, 쓸 줄 모르니 배워야 했다. 그래서 나는 난생처음으로 글 쓰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글쓰기는 어떻게 배우는 거지? 새로운 다짐이 무색하게,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물어볼 곳도 없고, 정말 막막했다. 무작정 네이버와 구글, 유튜브에 검색을 했다. "글 잘 쓰는 법", "초고 쓰기", "시나리오 쓰는 법." 놀랍게도 검색하면 다 나온다. 심지어 도움이 된다. 그렇다, 21세기에는 인터넷만 있으면 누구나 준전문가가 될 수 있다. (월드와이드웹 만세!) 나 같은 얼간이가 생각보다 많았는지, 글 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하나도 쓸 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글들이 있었다. 물론 별 의미 없는 글도 있었지만. 금을 캐는 광부처럼, 나는 조그만 팁이라도 찾기 위해 이리저리 기웃거렸다.


 인터넷 세상은 정말 광활했다. 캐도 캐도 끝이 없었다. 그 종류도 다양했다. '글은 이렇게 써야 합니다'라고 직접적으로 설명해주는 영상이 있는가 하면, 작가 지망생이 참고하면 좋을 사이트를 소개해주거나, 괜찮은 작법서를 알려주는 글도 있었다. 작법서라니! 고백하자면, 나는 작법서라는 게 존재한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이 세상에 별의별 책이 다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글 쓰는 법을 알려주는 책도 존재할 줄이야. '누가 책으로 쓰는 법을 배워?'라며 비웃었지만, 그 '누가'가 바로 나였다. 생각해보면 유튜브로 영상 만드는 법도 배우고, 블로그로 포스팅 쓰는 법도 배우는데, 책으로  쓰는 법을 배우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은가. 전문성도 있고. 생각해보니 꽤 괜찮은 방법이었다. 그때부터 인터넷에서 추천하는 작법서를 한 권씩 읽기 시작했다.








 지금도 나는 작법서를 읽으며 공부하고 있다. 앞서 휘황찬란하게 글을 써놓았지만, 사실 나도 아직 공부하는 입장에 불과하다. 공부하면서 글쓰기는 정형적인 것이 아니라는 걸 다시금 느꼈다. 왜, 상투적인 말도 있지 않은가. '세상에는 작가의 수만큼이나 글 쓰는 방법이 존재한다.' 작법서마다 권하는 방식이 다 달랐다. 작법서뿐만 아니라, 작가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아는 바론, 정유정 작가는 '내 책에서는 파리 한 마리조차 그냥 날아다닐 수 없다'라고 말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쓰다 보면 복선이 알아서 생긴다.'라고 말했다. 작가들도 제각기 다르니, 작법서는 오죽하랴. '여기에 나와 있는 내용을 절대 맹신하지 말고 참고하는 용도로만 읽으세요.'라고 말하는 책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왜 작법서를 공부하는 걸까? 작법서를 공부한다는 건 정답을 배운다기보다는 '다른 유형의 글쓰기 방법을 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학의 정석처럼 '이게 정답이야!'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이런 방식도 있구나. 나한테는 어떤 방식이 더 잘 맞을까?' 하며 내게 맞는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또 작법서마다 다 다른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분명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존재한다. 모든 작가와 작법서가 입을 모아 말하는 어떤 것. 나는 그것을 배웠다. 앞으로 내가 읽은 작법서와 그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에 대해 소개해보려 한다. 책을 쓰고 싶어 하는 어느 얼간이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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