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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ESI Jan 12. 2022

작가가 말하는 '작가'라는 직업

글쓰기 공부법 및 작법서 추천(2) 작가 에세이

(전 편에서 이어집니다.)


 나는 경험자의 조언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작법서보다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를 중점으로 읽었다. -작법서는 대부분 시나리오 전문가가 쓴 게 많다.- 하지만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고, 사람마다 좋다고 생각하는 책이 다른 법이니 직접 읽고 판단하길 바란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글 공부를 하는 사람들과 함께 읽으면 좋은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역시 아직 공부하는 입장에 불과하니 '이런 책도 있구나'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글을 쓰는 모든 사람의 바이블,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이다. 네이버에서 '지식인의 서재'라는 연재물이 있다. 유명 지식인들의 인생 책을 소개하는 글인데 가장 자주 거론되는 책이 <유혹하는 글쓰기>이다. 글쓰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책이기도 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읽는 걸 보면 엄청난 비법이 숨겨져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작법'에 관한 내용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킹 본인도 작법서가 아니라 자전적 에세이라고 못 박아 두었고. -킹은 작법서를 쓰는 데에 회의적이라고 말한다.-


글을 쓸 때는 문을 닫을 것, 글을 고칠 때는 문을 열어둘 것. (69쪽)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는 킹의 자전적 내용을 담고 있고 후반부는 그의 창작론을 다룬다. 킹은 책에서 글 쓰는 방법보다 '글을 쓸 때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주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보니 뻔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글 쓰다 막힐 때면 귀신같이 이 책이 생각난다.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이 책을 읽으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결국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교훈과 함께. 돌고 돌아 결국 이 책을 들게 되는 걸 보면 이 분야의 바이블임에는 틀림없다.






황홀한 글감옥, 조정래

 조정래 작가의 에세이는 두 권이 있다. <황홀한 글감옥>와 <홀로 쓰고, 함께 살다>. 독자들에게 받은 질문에 대해 답하는 문답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두 권 다 좋은 책이지만, <황홀한 글감옥>가 글쓰기에 관한 내용이 더 많으니 작가 지망생에게는 이 책을 추천한다.


'징그럽고 끔찍하다'라고 할 수밖에 없는 그런 노력을 바치지 않고, 하는 일이 잘 안 된다고 푸념하고 불평하고 재능 탓만 해야 되겠습니까. (96쪽)


 조정래의 글쓰기 스타일은 매우 모범적이고 철저하다. 글을 쓰는 그의 자세는 구도자의 모습과 비견할만 하다. 하루 종일 글을 쓰는 건 물론이요, 그의 모든 삶은 글쓰기에 최적화되어있다. 모든 작가들이 그런 삶을 살고 있겠지만 글을 대하는 조정래의 태도는 더욱이 엄숙하다. 책에서 작가는 어떻게 세 편의 대하소설을 썼는지 그 과정을 세밀하게 서술한다. 그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해야 글을 쓸 수 있는 거구나'라는 두려움마저 엄습한다.  


 조정래는 작품에 관해 따로 메모하지 않는다고 한다. 취재 노트는 존재하지만, 시놉시스나 설정을 별도로 필기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동안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정리하기 때문에 굳이 적을 필요가 없다고. 일례로 '태백산맥'을 쓸 때는 인물들의 이름을 적은 A4 용지 2장이 전부였다고 한다. 참고로 '태백산맥'에는 100명이 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의 엄청난 기억력과 기획력이 탄식이 나올 뿐이다.


 이렇게 작품을 쓰는 과정에 대해 아주 심도 있게 다루고 있으니 꼭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작법뿐만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한 태도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으니, 삶에 열정이 사라졌거나 동기부여가 필요한 사람들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정유정 지승호

 지승호 작가가 정유정 작가를 인터뷰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대화체로 진행되어 읽기 편안하다. 어린 시절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 순간, 오랜 무명 시절, 글을 쓰는 과정과 작품 비하인드까지 알차게 담겨 있다. 작가 지망생이 아니더라도 정유정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스스로 물었다. 나는 작가가 되고 싶은가, 글을 쓰고 싶은가. 여기에서 '작가'란, 직업에 대한 질문이고, '글'은 자유의지에 대한 질문이다. 설령 작가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후회하지 않겠냐는 질문. 내 대답은 한결같이 후자였다. (32쪽)


 정유정에게 글쓰기는 너무 뜨겁지만 차마 뱉어낼 수 없는 '열정'이다. 6년의 무명 기간을 이겨내고, 포기하고 싶었던 수많은 순간들을 이겨내게 만드는. 그녀의 열정은 치밀한 글쓰기로 승화한다. 정유정의 글쓰기는 건축과 닮아있다. 도면부터 지반공사, 철골까지 아주 촘촘하게 설계한다. 자세한 자료조사를 기반으로 치밀하게 서사를 쌓아올린다. 그 치밀한 설계가 완벽하게 끼워 맞으면, 독자의 손에 시체가 얹어있는 듯한 생생함을 그려낸다. 그래서 정유정의 작품은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평을 듣곤 한다.


'독창적'인 이야기를 쓰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지레 포기할 일도 아니다. 끈질기게 노력하고 애쓰다 보면, 어느새 '그 작가만이 가능한 소설'을 쓸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믿어야 계속 쓸 수 있을 테니까. (70쪽)


 한편, 정유정은 '필기'에 관해 조정래와 다른 스탠스를 취한다. 조정래는 머리에 다 들어있으니 굳이 쓸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정유정은 무조건 손으로 쓰라고 말한다. 그녀는 이 부분에 대해 강경하게 이야기하는데, 타자로 쳐서도 안되고 손으로 직접 쓰면서 몸에 새겨야 한다는 주의이다. -자신이 이렇게 글을 쓴다는 거지, 꼭 이렇게 하라고 말하진 않는다.- 집필할 때마다 각 작품에 관한 노트를 만든다는 그녀는, 책에 등장하는 가상의 마을 지도를 직접 그릴 정도로 열정적이다.


 정유정 작가의 글쓰기에 대해 더 궁금한 사람은 네이버 오늘의 질문 초대석에서 작가가 직접 답하였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연이어 무거운 책을 소개했으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소개하겠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이다. 제목은 딱딱하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다. 앞서 소개한 두 작가가 글쓰기를 '숙명'으로 묘사한 것에 반해, 하루키는 '살다보니 도달한 것' 쯤으로 이야기한다. 하루키가 글을 쓰게 된 계기도 재미있는데, 야구장에서 응원팀이 홈런치는 걸 보고 문득 생각나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쓴 작품이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그래도 쓰고 싶다, 쓰지 않고서는 못 견디겠다,라는 사람이 소설을 씁니다. 그리고 또한 지속적으로 소설을 씁니다. (29쪽)


 이렇게 말하면 타고난 천재처럼 느껴지겠지만, -당연하지만- 하루키 역시 글쓰기를 위한 삶을 산다. 그가 번역을 하고, 달리기를 하고, 해외로 나가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글을 쓰기 위해서. 그의 모든 행위는 궁극적으로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움직인다.


 하루키는 스티븐 킹, -아래에서 소개할- 장강명과 바슷한 말을 했다. 이왕이면 각 책을 대표할 수 있는 문장 중 각기 다른 것을 고르려고 했는데, 결국 다섯 권의 책이 말하는 바가 일맥상통한다. 스스로 고독해질 것, 고독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강렬한 의지를 가질 것, 그리고 어떻게든 써낼 것. 작가도, 작법서도, 글을 쓰는 방법에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하지만, 무언가를 이뤄낸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있기 마련이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밀실 안에서 이루어지는 한없이 개인적인 일입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하루키의 자전적 내용 뿐만이 아니라 소설을 쓰면서 느낀 점, 일본 문단과 해외 문단에 대한 하루키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내용이 많이 담겨져 있으니, 소설가라는 직업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걸 권한다.






책 한번 써봅시다, 장강명

 말 그대로 '책 한번 써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위에서 소개한, 삶을 걸고 치열하게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질려 '나는 역시 글을 못 쓸 것 같아....' 하며 좌절했다면 이 책을 읽자. 전업 작가로 살진 못하더라도, 책 한 권쯤은 낼 수 있을지 모르니까.


써야 하는 사람은 써야 한다. (60쪽)


 장강명 작가는 책을 '출간'하는 과정과 방법에 대해 솔직하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위에 소개한 책들이 자전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인데 반해 <책 한번 써봅시다>는 현실적이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많이 담겨있다. 한국 작가가 쓴 만큼 한국 출판업계에 관한 이야기도 자세하게 풀어놓았다. 책을 출간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면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해 장강명 작가가 예스 24에서 연재한 칼럼이 있다. '장강명의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소설가'라는 직업에 관한 환상과 현실, 그 간극에 대해 재미있게 풀어놓았다. <책 한번 써봅시다>를 읽고 이 칼럼을 읽는다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다섯 권의 작가 에세이를 추천했다. 에세이를 읽다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사실상 이것들이 책의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이 읽고 많이 써라.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일단 써라.

 글은 결국 혼자 써야 한다.


 자, 이제 여러분은 5권의 책을 읽은 셈이다. -하하하- 책을 읽으면서 궁금한 점이 생겼다. 왜 작가들은 이렇게 기본적인 이야기를 반복해서 말하는 걸까? 가장 기본적인 만큼 가장 중요해서 그런 걸 수도 있고, 어쩌면 이것외에는 할 말이 없어서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이 세 가지를 하는 게 정말 어려워서 이토록 강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편에서는 이에 관한 나의 생각을 풀어보도록 하겠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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