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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ESI Jan 12. 2022

글쓰기와 공부, 닭이냐 달걀이냐

글쓰기 공부법 및 작법서 추천(3): 공부를 하며 느낀 것

(전편에서 이어집니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글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20대 중반이었다. 그전까지는 '언젠가 쓰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만 할 뿐, 당장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건 일종의 편견 때문이었다. 글을 쓰려면 나이가 좀 들고, 안정적인 직장도 갖고, 돈이 좀 있고, 집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실제로 글을 쓰기 시작하니,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일단 쓰는 게 중요했다. 쓰면 어떻게든 됐다. 돈이 필요하면 쿠팡을 뛰어서라도 돈을 벌었고, 시간이 부족하면 취미생활을 포기하면 됐다. 쓰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환경이 받쳐주지 않아 쓰지 못한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모든 건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부족한 건 내 마음이었다.


 글쓰기 공부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쓰다보면, 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스스로 느낀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공부하게 된다. -물론 그 순서가 중구난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쓰지 않는다면, 자신이 무슨 공부를 해야하는지 알지 못한다.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뭐가 필요한 지도 알 수 없다. 글쓰기를 배운 후 글을 쓴다는 것은 바보같은 말이다. 일단 써야,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


 한 편의 단편 소설을 완성한 뒤, 나는 글쓰기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때 처음으로 작법서를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소름이 돋았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을 때마다 내 작품이 오버랩되었다.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 그 모든 것이 내 작품 안에 있었다. 작법서를 통해 내 작품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떤 부분이 부족했으며, 어떻게 보충해야 하는지를 깨달았다. 작법서는 다양한 책과 영화를 예시로 들며 설명하고 있었지만, 내 작품을 분석하는 것만큼 분명하진 않았다. 만약 내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면, 이렇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 것도 없으면, 무엇이 필요한지도 알 수 없는 법이다.






 글 쓰는 건 두려운 일이다. 딱히 뭐가 필요한 것 같진 않은데, 그렇다고 무작정 쓰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따져보면, 글만큼 시작하기 쉬운 일도 없다. 미술이나 음악처럼 준비물이 필요하지도 않다. 노트북이던 아이패드던 원하는 것을 사용하면 된다. 이 마저도 없다면 종이에 연필로 쓰면 된다. 톨킨은 백지 시험지에 <호빗>을 쓰기 시작했다고 하지 않는가. 모든 것은 이미 준비되어있다. 쓰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왜 우리는 글을 쓰지 못하는 걸까?


 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글쓰기에 너무 큰 환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글은 타고난 사람들이 쓰는 거고, 글쓰기는 돈이 되지 않고, 글로 먹고 사는 건 힘들고, 글을 쓰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그런 환상. 물론 다 맞는 말이다. 나 역시 이러한 생각들에 동의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과장되어 있다는 생각을 한다. 글쓰기도 다른 일과 똑같다. 재능도 필요하겠지만 노력하면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 열심히 하다보면 돈도 벌 수 있고, 개중에는 그걸로 먹고 사는 사람도 있다. 당연히 일정 이상의 시간을 들여야 겠지만,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다른 일을 하는 만큼의 시간만 있으면 된다. 오히려 더 수월할지도 모른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전혀 받지 않으니까.


 결국 처음으로 돌아간다. 우리는 글을 쓰기 위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글을 쓰지 않고 있다. 왜? 글을 쓰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을 갖지 못해서. 나 역시 그 딜레마에 빠졌고, 아마 수 많은 작가들이 그런 시간을 거친 후 쓰게 되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말한 게 아닐까? 그래야 비로소 시작할 수 있으니까.





('글쓰기 공부법 및 작법서 추천' 시리즈는 추후 계속 될 예정입니다.

다음 주에는 다른 주제의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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