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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ESI Feb 23. 2022

작가의 지문(指紋), 문체

 글을 구성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가 필요하다. 개성 있는 캐릭터, 스펙터클한 사건, 긴장감 있는 갈등, 매끄러운 서사. 하지만 역시 아름다운 글은 아름다운 문장에서 시작하지 않나 생각한다. 어떤 문장은 단 한 줄로 모든 것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카뮈는 단 한 문장으로 '이방인'을 표현했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잘 모르겠다.' 잘 만든 한 줄의 문장은 한 권의 책 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처럼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문장에서 드러나는 것, 그것을 문체라고 한다. 문체에는 만연체, 간결체, 우유체 등 많은 종류가 있지만 오늘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진 않을 거다. 나는 작가 지망생이지, 국어학자가 아니니까. -사실 나도 잘 모른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글을 쓰기 전 자신만의 문체를 구성하는 것이 우선이었다고 말한다. 하루키는 영어로 글을 쓰고, 그것을 다시 일본어로 번역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문체를 만들어냈다. -하루키의 취미이자 부업은 영일 번역이다.- 이 때문에 하루키의 문체는 번역투라는 평을 듣곤 한다. 정작 그는 개의치 않은 것 같지만. 하루키는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문장에 관한 자신만의 리듬을 만들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하루키처럼, 책을 읽을 때 특유의 리듬이 느껴지는 작가들이 있다. 아무도 따라 할 수 없는, 그 작가만의 지문(指紋)과 같은 셈이다. 문체를 갖고 있다는 것은 작가로서 어떤 색깔, 특징을 갖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똑같은 언어를 가지고 똑같은 문법에 의거해 문장을 쓴다. 그러나 그 결과물은 각기 다르다. 어떤 문장은 읽자마자 작가가 누군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하다. 누군가 나의 문장을 알아봐 주는 것, 그건 어떤 느낌일까? 그래서 글을 쓰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문체를 갖길 소망하는 것일 테지.








 문체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정유정은 본인이 쓰고 싶은 장르나 좋아하는 장르의 책을 최대한 많이 읽고 분석하라고 말한다.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책이나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다 보면, 어떤 글과 문체를 써야 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드라마 작가 노희경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필사하며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단막극을 쓰면 새로운 방식의 창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말하는 것은 다음과 같이 귀결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이다. 그러니 자신만의 문체를 창조하고 싶다면 기성 작가들의 문체를 모방하고 연구할 것. 너무 간단해 김이 새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간단할수록 정답에 가까운 명제라는 걸.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손으로 쓰는 것이다. 하지만 말처럼 쉽진 않다. 손도 아프고, 시간 내는 것도 쉽지 않다. 절충안도 존재한다. 컴퓨터로 타이핑하는 것이다. 도전하기에 부담도 적고 훨씬 간편하다. 수기(手記)만큼 자세하게 하진 못해도 전체적인 흐름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 또한 문장력을 키우기 위해 며칠 전부터 필사를 하고 있다. 글을 조금 더 잘 쓰고 싶다면 오늘부터 필사를 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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