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과정은 지리멸렬하다. 일주일을 꼬박 매달려야 한 편의 글을 쓸 수 있다. 일주일이면 다행이게, 한 달을 바라봐도 안 나올 때도 있다. 그렇게 꾸역꾸역 쓴다고 좋은 작품이 나오진 않는다. 일주일동안 고작 이거 하나 썼나라는 생각에 자괴감이 든다. 그렇게 쓴 글이 반응이 좋냐면 그것도 아니다. 누가 읽어주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나말고는 아무도 안 읽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 혼자서 공개 일기장을 쓰는 것 같다.
글을 쓰며 간절하게 외쳐본다.
"여기 제 글이 있어요! 제발 누가 좀 읽어주세요!"
나 몰래 다같이 약속이라도 한 게 분명하다.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내 글을 읽지 않는다.
다들 그런 로망이 있지 않나? 신비주의 작가, 뭐 그런거. 아무도 나에 대해 모르는 채로, 혼자 조용히 글을 쓰고 싶단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 타의에 의한 신비주의 작가가 되어버렸다. 근데 이제 글도 알지 못하는. 이건 꿈이 이뤄진 건지 아닌지 알 수 없을 노릇이다.
글쓰는 과정은 불공평하다. 당연히 작가에게 불공평하다는 말이다. 나는 평생 문학만 바라보고 살 수 있는데 그이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불행하게도 나말고도 문학에게 목메는 작가가 많아, 그는 나같은 건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그의 눈길 한자락이라도 받고 싶어 내 모든 걸 바쳐 애걸복걸하는 것이다. "제발 나 좀 바라봐 줘!" 세상에 이렇게 불공평할 수가. 사랑이 아무리 불공평하다지만, 이건 좀 너무했다는 생각을 해본다.
한평생 글만 바라보고 짝사랑하는 삶. 나만 애달파 한다는 게 억울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프로짝사랑러라서, 내 삶을 온통 문학을 바라보는 데 쓰고 싶다. 외사랑하는 데에는 이골이 났기 때문에 남은 삶도 이렇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바보같은 사랑이랬나. 글만 바라보는 천치가 되고 싶다. -그래도 이왕이면 돈 많은 천치가 되고 싶긴 하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