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NESI Feb 09. 2022

수능 전 날은 수요일 아니야?

남과 다르게 사는 방법 (2)

저번 글에서 '설 연휴가 수요일이었어도 글은 올렸을 것이다. 수요일이니까.'라고 말했다. 사실 이 문장은 내가 한 말은 아니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서 들은 말이다. 저번 주에 이야기한 그 학원 선생님께. 그래서 오늘은 항상성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나는 학원을 고3 수능 때까지 다녔다.

수요일 토요일, 주 2회 수업이었다. 


수능 전 주 토요일이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다음 주에 보자." 

"다음 주 수요일이요? 수능 전 날인데요?"

"수능 전 날은 수요일 아니야? 수요일은 학원 오는 날이잖아."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수요일은 학원 가는 날이었지. 

그날은 수능 전 날이었지만, 동시에 수요일이기도 했다.

그때 깨달았다. 수능 전날에도 학원을 가야 하는구나.





그다음 주 수요일, 그러니까 수능 전날 나는 학원에 갔다. 

마침 수험장으로 배정받은 학교가 집과 학원 사이에 있었다. 

그래서 점심 먹고 수험장에 들려 고사실을 확인하고, 학원으로 갔다. 


오후 2시, 학원은 문을 막 열어 정신없는 참이었다.

내가 나타나자 학원 선생님들이 놀라 뒤집어졌다.


"너 왜 여기 있어? 내일 수능이잖아!"

"선생님이 오라 하셔서요... 수능 전 날도 수요일이라고..."


참고로 나한테 오라고 한 그 선생님도 놀라셨다. 정말 올 줄 몰랐다며. 





선생님은 학원 한쪽에 빈 교실을 마련해주셨다.

나는 그곳에서 헷갈리는 부분, 마지막까지 암기해야 하는 부분을 공부하고, 

다음 날 읽을 요약노트를 정리했다. 

그렇게 서너 시간쯤 공부하고 집에 갔다.


"선생님, 저 이만 집에 갈게요."

"그래, 가라. 너 오늘 학원 왔으니까 내일 시험 잘 볼 거야."


내가 그때 무슨 표정을 지었더라? 아마 황당했던 것 같다. 

수능 전날 학원 왔다고 시험을 잘 봤으면, 다들 학원 다녔게?

긴장하지 말라고 하신 말씀이시겠지.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수능 다음 날, 학교에 갔다. 학교는 초상집 분위기였다. 반 친구 한 명은 교실 중앙에서 엉엉 울었다. 친구들이 너도나도 달래주었다. 하지만 달래주는 친구들의 표정도 썩 좋지 않았다. 어떤 친구는 책상에 엎드려 아무하고도 이야기하지 않았고, 신경이 예민해진 나머지 싸우는 친구들도 있었다. 누구 하나 그 교실에 있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담임 선생님은 하교 종이 치자마자 부리나케 애들을 집으로 보냈다.





 나는 바로 다음 날, 그러니까 그 주 주말에 대학 논술 시험이 있었다. 수능에 집중하느라 한동안 논술 공부를 못했기 때문에 다시 감을 올릴 필요가 있었다. 집에 가 점심을 먹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학교 자습실에 가 혼자 불을 켜고 공부를 했다. 수능이 끝난 자습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저녁이 됐다. 당직 선생님께서 손전등을 들고 돌아다니시다, 나를 보고 깜짝 놀라셨다.


"으악! 너 뭐야? 고3이 왜 여기 있어?"

"내일 논술 시험이라서요... 논술 공부하러 왔는데, 여기 있으면 안 되나요?" 


선생님은 놀라시더니, 괜찮다고 말씀하셨다. 

선생님께서 자습실을 한 바퀴 돌아보신 뒤, 다시 나에게로 오셨다.


"교사 생활하면서 수능 끝난 뒤에도 공부하는 애는 처음 본다. 

내가 봤을 때 너는 대학 갈 것 같아. 너는 뭘 해도 성공할 애야."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내일이 시험이고, 시험 전 날 공부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참고로 선생님 말씀이 맞았다. 나는 주말에 시험 본 학교에 모두 합격했다. 








 가끔씩 그때를 생각한다. 수능 전날 학원에 가고, 수능 다음 날 학교 자습실에 간 나를. 단단히 미쳤던 게 분명하다. 그땐 선생님들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젠 이해한다.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자신의 페이스를 놓지 않고 평소 하던 대로 하던 것. 선생님들은 그런 모습을 눈여겨보셨나 보다.


 내게 어떻게 대학에 갔냐고 물어보는 이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수능 3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3일이 당락을 결정지은 것 같다고. 선생님 말씀이 맞았다. 성공은 다른 게 없었다. 하루 이틀의 차이가 판도를 뒤집는 것이었다.


 살아보니 사는 게 참 쉬운 게 아니다. 매 순간 내가 잘하고 있는지, 내가 가는 길이 맞는 건지 수십 번을 고민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수능 3일을 생각한다. 내가 들었던 말을 떠올린다. 

 '나는 성공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야.'

 수능 전날 학원에 가고, 수능 다음 날 자습실에서 공부를 했으니까. 그 기억이 있는 한, 나는 절대 실패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설 특집] 인생을 바꾸는 명절 연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