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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ESI Mar 23. 2022

당신의 글에 부족한 한 가지

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

 책과 글은 분명 다르다. 서랍 속에 숨겨두고 혼자만 펼쳐보는 일기도, 구독자가 5명인 브런치 작가-누군지 밝히지 않겠다-의 글도, 베스트셀러 작가의 책도 모두 글이다. 하지만 그중 책은 단 한 권이다. 글자로 쓰여진 것은 모두 글이지만 그중에는 책과 책이 아닌 것이 존재한다.


 책에는 독자가 있다.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 그 글은 비로소 책으로 완성된다. 내 방 서랍 속 비밀 일기도, 안네 프랑크의 일기도, 모두 일기이지만 전자는 글이고 후자는 책이다. 안네 프랑크의 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 감명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방 서랍의 일기는 작가도 독자도 한 사람 뿐이다.


 글과 책의 차이가 독자의 유무라고 단언하기에는 무언가 석연치 않다. 구독자가 5명인 브런치 작가에게도 독자가 있지만 그의 글은 책이 아니지 않나. 기억을 더듬어 보자. 글을 읽을 때와 책을 읽을 때는 분명 느끼는 바가 다르다. 도대체 둘 사이에 무엇이 있는 걸까? 오늘은 이와 관련하여 나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국어 선생님께서 분에 차 교실에 들어 오셨다. 이유인즉, 며칠 전 책을 읽었는데 그 책이 마음에 안들었다는 것이다. 선생님께서 그렇게 흥분하신건 처음이었다. 선생님은 수업이 중요한 게 아니라며 그 책이 얼마나 별로인지에 대해 성토하셨다.


 그 책은 모 수감자가 쓴 자극적인 에세이였다. 그는 저를 둘러싼 수많은 가십들에 대해 노골적으로 털어 놓았고, 대한민국 출판계는 발칵 뒤집어졌다. 신문이며 방송이며 너나할 것없이 그 에세이에 대해 이야기했고, 책은 여러 사람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어찌나 말이 많던지,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저리 호들갑을 떠나 궁금해 그 책을 읽어보셨단다. 반응은 뭐, 보다시피.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물으셨다.

 “얘들아 책에 꼭 필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니?”

 가엾은 중학생들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눈만 멀뚱멀뚱 떴다.


 대답을 기대한 건 아닌지 선생님께선 이어 말하셨다. 책은 독자에게 무언가 전해주어야 한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책은 독자에게 무언가를 전해야 해. 그게 재미든, 감동이든, 교훈이든, 무엇이든 간에. 독자가 책을 읽고 무언가를 느끼고 깨달아야 한다고. 아무것도 전달하지 못한 책은 책으로서 기능하지 못한 것이라며 열변을 토하셨다.


 “너희가 나중에 책을 쓴다면, 꼭 무언가 하나 이상을 전달하는 책을 쓰길 바란다.”


 그 말씀을 끝으로 선생님은 수업을 시작했다. 나는 교과서 한 구석에 그 말을 적어놓았다.

 책은 무언가 하나 이상을 전달해야 한다.


 그 문장이 잊혀지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세상에는 수 많은 글이 있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무언가를 얻어가게 하는 글은 많지 않다. 그것을 해낸 글만이 책으로 출간되는 영광을 얻는다. 독자는 책을 읽기 전 기대에 부푼다. '이 책은 내게 무엇을 가져다 줄까?' 그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또는 그 이상의 것을 제공하는 책을 우리는 명서라 부른다.


 세상에는 수많은 글이 있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무언가를 얻어가게 하는 글은 많지 않다. 그것을 해낸 글만이 책으로 출간되는 영광을 얻는다. 그 영광의 빛을 쬐기 위해 수많은 -예비-작가들은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어떤 책을 전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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