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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의 일기
by Alice in wonderland Jan 12. 2017

정말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가?

얼마 전에 전 링크드인 동료가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렸다. 해쉬태그 #링크드인라이프 #아침식사

그 순간 마침 나도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댓글로 내 아침식사 사진을 달아주었다. 해쉬태그 마이라이프.

링크드인의 쩌는 아침 식사와 점심 식사가 그리운가? 사실 맛은 그닥 그립지 않은데, 그게 공짜였던 것은 그립다. 아침과 점심식사로 돈을 아끼면 한달이면 50만원은 족히 아낄텐데. 내가 회사를 나가고 세탁물 배달 서비스도 업데이트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오늘 아침, 링크드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감자가 나에게 말했다.


"베이비, 내가 어제 사내주식 어카운트를 확인해보니까 XXX가 있더라?"


내가 링크드인에 들어갔을 때, 스톡옵션을 꽤 많이 받고 들어간 반면, 감자는 많이 받지 않았었는데, 회사다니면서 꾸준히 월급의 X%를 투자한게 꽤 큰 수익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그냥 회사가 성장하면서 넣어놓은 돈도 같이 컸다.


그리고 같이 회사를 걸어가는 길에 감자는 한방 더 날렸다.


"아, 그리고 이번 쿼터에 한 개 어카운트 빼고 다 클로즈해서 여유로운 3개월이 될거 같아. 물론 추가적으로 더 계약을 만들 수는 있는데, 그것도 뭐가 들어올지는 거의 다 알고 있어서..."


물론 링크드인에 다니는 모두가 감자처럼 잘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감자는 유독 잘하고 있긴 한데, 얘는 무슨 요령이 좋은것인지 정말 여유롭게 모든 것을 해치우는 것처럼 보인다는 게 문제다. 12월 중순에 고향인 아일랜드로 돌아가서 이번 주에 싱가폴로 돌아온 감자는 지난 3주간을 휴가 + Work From Home (자택근무)를 했고, 벌써 1월부터 3월까지의 주요 업무를 마친것이다. 감자는 일의 분배를 잘하고 균형을 잘 잡지만 분명 천재는 아니다. 3년 넘게 근무하면서 요령이 생길대로 생긴게 분명하다. 얜 적어도 1월부터 3월까지는 이제 회사에 아침, 점심먹고 요가, 필라테스 하러가면 되는거다. 다음 쿼터는 어떨지 모르지만 이번 쿼터에 그의 일은 끝났다.


반면 나는 4월에 있을 큰 발표를 대비하여 아주 바쁜 나날들이 기다리고 있다. 매번 업무가 같은게 없다. 매번 새롭고 어렵고 다른 챌린지들이 온다.



아침에 회사에 와서 생각을 했다.


노력은 정말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까?


링크드인을 그만두었을 때, 'Easy come, Easy go (쉽게 들어온 것은 쉽게 나간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나는 내가 이미 가진 역량을 사용해서 편하게 돈을 벌었고, 새로운 것을 크게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근데 소비재 제조업 회사로 옮겨온 지금 나는 분명히 많은 것을 배우고 있고, 도전을 받고 있다. 상황은 좋지 않고, 우리는 그걸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리고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번 뉴욕 휴가를 가서 한바탕 쇼핑을 하고 돈을 흥청망청쓰고 통장을 여러번 들여다보며 생각을 했다.


'Hard come, Easy go'  

아 뭐야, 버는 건 열라 힘들었는데, 남는게 없어...


다행인 건 그래도 내가 소비재의 브랜딩과 마케팅으로 옮겨왔을 때 이런 어려움을 어느정도 예상을 했고, 얻고자 한 바가 확실하게 왔다는 것이다. 이런 목적성이 없었다면 초반에 모든게 너무 어려울 때 상황을 버티고 있어야 할 필요성을 못느꼈을 것이다. 나는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라는 격언을 믿지 않는다. 세상에 쉽고도 돈도 꽤 잘주는 직장과 직업들이 많다. 그리고 커리어를 잘 짜가는 사람들은 그런 곳에서 있다가 곧잘 더 나은 곳으로 점프를 해서 잘 나간다. 그런데 그 쉽고도 돈을 잘 주는 직장들은 1) 나라 (country) 2) 산업과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다.


Good work = Result 거기에 + 책상에 오래 앉아있기 + 일찍 출근해서 늦게 퇴근하기 + 절대적인 시간 + 일하는 자세


등으로 생각하는 나라들이 있다. 예컨데 일본과 한국... 이런 나라들에서는 쉽고 돈많이 주는 일이 있기 어렵다. 돈을 많이 주는 대신 성과 뿐만 아니라 절대적인 시간의 헌신도 요하기 때문이다.


Good work = Result


상대적으로 이렇게 보는 나라들이 있다. 그런데서는 쉽고 돈 많이 주는 일을 가끔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산업, 산업, 산업.


산업이 크지 않으면 회사가 크지 않고, 회사가 성장하지 않으면 직원들이 몸둘곳이 없다. 그리고 산업이 힘든 곳은 한 회사가 힘든게 아니라 그 산업 안에 있는 대부분의 회사가 힘들기 때문에 이직을 해서 광명을 찾기도 녹녹치 않다. 이 회사나 경쟁사나 그 밥에 그 나물인 상황이라 어차피 남의 회사를 가도 알던 사람도 없고, 힘든건 마찬가지니 내가 있는 이 회사에서 고통을 참아내야한다. 그리고 회사가 위기를 극복하려고 발버둥을 칠 때, 말로는 혁신을 외치지만 뭐 하나를 하기도 조심스럽고 부담스럽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여해서 움직이려고 한다. 곧 직원들이 신중에 신중을 기여해서 일해야하고, 그러면 일이 짜쳐지고, 서로 인상 찌푸리게 되는 일 많아지고 싸이클의 반복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니 산업을 선택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전 남친에 미련이 남아 찌질대는 여자 마냥 썼지만, 그래도 내 결정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생각을 하지 않고 무조건 열심히 하는 노력은 날 배신하지만, 나름 상황을 보고 신중히 생각한 후 목적성을 가지고 하는 노력은 날 배신하지 않기 때문에. 일하기에 결코 쉬운 회사는 아니지만, 배우는 것이 많기에 지루하지는 않다. 원래 한 3개월 되면 업무들이 파악되고 나태해지기 쉬운 일들이 많은데, 여긴 아직 신선하다.


인간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다. 난놈은 진짜 천재적인 애들이고, 그런 사람들 제외하면 누구나 나름의 독특하고 특별한 존재다. 그런 사람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갑자기 가치가 훅 달라지는 건, 어떤 사람이 유달리 미친듯이 노력을 더 많이해서가 아니라 right place, right time의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내가 일을 엄청 많~이 하는데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면, 그건 내 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내가 있는 그곳이 right place가 아닌 것이다. 앉아서 곰곰히 생각해보라. 내가 완전히 머리를 굴려서 선택적으로 그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면, 하루라도 빨리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 현명하다. 괜히 쓸데없는 노력과 시간을 낭비할 필요없다. 다만 어느정도 확신이 있는 곳에 있다면 그때부터 노력을 몰빵하는 거다.


변화를 만들기 위해 내가 노력을 하고 있는가?

내가 열라 노력하면 이 조직에 혹은 특정 사람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가?

아니면 모두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이곳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나도 노력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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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직업출간작가
《당신의 이직을 바랍니다》의 저자 앨리스입니다. eBook 나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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