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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in wonderland May 04. 2017

나는 가르침을 받는 자가 아니라 배우는 자이다

특별한 인도네시아 여행

 인도네시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오일&가스 산업에 특화된 헤드헌팅 회사를 다닌 지 1년반이 조금 넘어서 였어요. 가지고 있는 채용과 세일즈 노하우를 써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기 시작했거든요. 이미 돈을 많이 벌고 있는 전문가들을 좋은 회사에 소개 시켜주어 돈을 더 많이 받고 일하게 돕는 것 말고 정말 직업이 필요한 사람들도 도와주고 싶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제가 독특한 계획을 세우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물어봐요. 계기가 뭐였는지, 왜인지. 저는 환경의 영향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음식을 만들려면좋은 재료를 써야 하듯이, 독특한 생각을 하려면 생각의 원천들이 다양한 곳에서 와야합니다. 나와 비슷한  사람만 만나고, 하던 얘기만하고, 듣던 얘기만 듣고,보던 것만보는데, 거기서 새로운 생각이 나오면 그게 기적일거에요. 싱가폴은 다양한 국적과 인종이 섞여살기 때문에, 그 어떤 나라도 마음의 거리감이 크게 안 느껴집니다. 싱가폴에서 벌써 많은 인도네시아 친구들을 알고지냈고, 그 친구들에게서 인도네시아라는 나라에 대해서, 문화에 대해서, 기회와 정부의 부정부패로 인한 사업의 어려움에대해서 많이 듣고 나니, 자연스럽게 제가 일하고 있는 산업과 어떤 연관성을 찾을 수는 없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어요. 


 인도네시아는 약 2.5억명의 인구로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입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는 크게 세 가지 산업으로 먹고 사는 나라라고해요. 석탄,석유가스와 같은 자원이 풍부하고고무, 팜오일 같은 플랜테이션 농업, 마지막으로 제조업인데 중공업보다는 섬유 산업 같은 경공업의 비중이  큰 나라라고 합니다.


한국의 경제 발전 모델이 많은 개발도상국에게 일종의 모범 답안처럼 통해요. 이렇게 빠른 시기에 기부받는 나라에서 기부를 하는 나라가 된 역사가 없으니까요. 대부분의 경제가 그렇게 발전하지만 특히 우리나라가 발전한 과정을 보면 농업에서 시작해서 가발, 섬유 제조 같은 경공업으로 넘어왔고, 그 다음에 자동차, 마지막으로 철강, 조선 같은 중공업으로 넘어 왔습니다. 중공업으로 넘어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사회 인프라에요. 고속도로가 제대로 깔려있고, 항만이 제대로 있어야 부피가 큰 물건들을 빠르게 실어 나르며 수출을 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이해를 기반으로 인도네시아 정부의 10년 계획 자료를 찾아서 읽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인도네시아 정부도 석유나 각종 광물 자원을 채굴 하는 대로 원자재로 파는 것이 아니고 인도네시아에서 가공을 해서 수출하여 더 부가가치를 내고(쉬운 말로 비싸게 팔고) 싶어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 (이 나라가 부정부패로 계획을 잊고 제자리 걸음을 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토목 공사도 많이 하고 플랜트 공사도 많겠구나’ 라는 가정을 갖고 휴가를 내고 인도네시아 비행기 표를 예약했습니다. 그러면 그 당시의 제 전문 영역이었던 오일&가스, 건설쪽의 엔지니어 채용과 관련하여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테니까요.


가볍게 여행가는 마음으로 4가지 질문만 들고 갔어요. 

1. 내가 여기서 살 수 있게는가?

2. 빠른 성장의 가능성이 있는 나라인가?

3. 내가 생각했던 채용과 관련한 부분에 많은 니즈가 있을 것인가? 내가 거기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까?

4. 기타의 흥미로운 business opportunity가 있을까?


외국에서 살기 전에는 여행 갈 때 하나라도 놓치면 비행기 값이 아까울 거라는 생각에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서 해외 여행을 가곤 했었어요. 반면 여행을 많이 다녀본 지금은 여행을 구멍이 숭숭 뚫린 계획으로 출발합니다. 낯선 환경에 갈 때, 완벽한 계획을 세워서 가겠다고 생각하는 건 실수에요. 그렇게 되면 남들 보는 것, 여행지만 보고 오게 될 확률이 높으니까요. 엉성한 계획 대신 큰 목적과 유연성을 탑재하고 갑니다. 그러면 예상치 못한 행운에 충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반응할 수 있어요. 


대신 한정된 시간에 원하는 것을 많이 보려면, 나라에 대해서 깊게 잘 이해하는 안내자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동티모르 UN 국제회의에서 만났던 안드레아스가 떠올랐습니다. 가끔 제 브런치에 등장했던 안드레아스는 자카르타에 주재하는 오스트리아 외교 대사에요. 동티모르UNDP 회의를 참했을 때 알게되고 언젠가 자카르타에 가면 연락을 드리겠다고 명함을 받아왔는 데, 드디어 때가 온 거에요. 메일을 드려서 자카르타에 가는데 시간을 내 달라고 부탁을 드렸고, 흔쾌히 주말을 통째로 비워주신다는 답변을 받고 자카르타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자카르타의 공항에 내린 순간 공기에서 모험의 향기를 맡았어요. 낯선 땅에는 정말로 공기 속에 그 나라만의 향기가 있는데 그 어떤 나라보다 자카르타에서는 모험의 향기가 났습니다. 그래서 바짝 긴장했어요. 왜냐면 불신의 향이 났기 때문이에요. 공항 밖으로 나가니 50명정도의 택시 기사들이 서로 손님들을 모셔가려고 호객 행위를 하고 있었어요. ‘나에게 얼마나 바가지를 씌울 것인가?’ 분명 2 - 3배의 요금을 청구하거나 딴소리를 할거란말이죠. 주변을 살펴보다가, 택시기사와 관광객들의 실갱이에서 좀 떨어져 있는 곳에 사람들이 길게 서있는 줄을 발견했습니다. 가서 줄 서있는 사람 중 한명에게 물어보니 이 줄은 ‘블루버드’라는 택시를 타려고 서있는 줄이며, 블루버드는 엄격하게 미터기를 사용해서 운행을 하는 택시 회사로 정평이 나있다는 말을 해주었어요. 블루버드 택시를 줄서서 타면서 부패한 나라에서는 가치는 신뢰이며, 그래서 신뢰가 돈이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게 자카르타의 첫인상이었어요.  


다음날 이른 아침, 운전사가 운전하는 안드레아스의 차가 숙소에서 저를 픽업하러 도착했습니다. 저와 안드레아스는 둘다 교육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안드레아스의 소개로 오스트리아 사람이 운영하는 섬유산업 직업 학교에 방문하기 위해서 였어요. 자카르타에서도 꽤 외진 지역에 있는 학교라서 가는 길에 안드레아스는 인도네시아에 대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가는 길에 꽤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네비게이션을 장착하지 않은 차로 먼 길을 가고 있었는데 안드레아스가 “저번에 갔을 때, 이 길로 가지 않았던 것 같은데…”하며 운전사에게 길을 확실하게 아느냐고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운전사는 안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약간 우물쭈물하는 태도에서 낌새를 챈 안드레아스가 차를 옆으로 세우라고 하고 지도를 꺼내 보여주며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 지를 지도에서 짚어보라고 운전사에게 부탁했어요. 그러니까 운전사는 이상한 곳을 짚었고, 그리고 우리가 어디에 있는 지를 짚어보라고 하니, 자랑스럽게 “우리는 여기 있다”고 말하며 특정 위치를 짚었어요. 그러고 나서 보니 우리는 목적지와 정 반대로 가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난거죠. 안드레아스는 이 상황에 대해서 설명해주었습니다. 


“여기에서 있어보면 알겠지만, 여기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면 그 사람들은 절대 ‘I don’t know’ 라는 대답을 하지 않을 거에요.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모른다고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든요. 그 사람들은 잘 모르더라도 엉뚱한 길이라도 가르쳐줄 거에요. 그러니까 내가 방금 지도를 보여주면서 물어봤던 것처럼 질문하는 사람이 질문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그 사이에 한 인도네시아 경찰이 우리 차를 잠깐 불러 세웠습니다. 이것저것 운전사와 얘기를 하더니 이내 곧 갈길 가라는 눈짓을 주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경찰은 굉장히 부패했어요. 그 이유를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경찰이 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경찰 학교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학비가 일반 가정이 충당하기에 많이 비싸거든요. 그러면 여기서 1차 빚을 지게 됩니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경찰이 되기 위해서 또 돈이 필요해요. 그렇게 사회의 저소득층 사람들이 경찰이 되면 빚을 지고 시작하게 되는데, 정작 경찰 월급은 낮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경찰이 되면 부정한 돈을 받아서 빚을 갚게 되는 악순환이 시작되는거에요. 시스템이 부패를 하게 만드는 구조인거죠."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저는 왜 오스트리아 사람이 인도네시아까지 와서 직업 학교를 세웠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니 안드레아스가 설명을 해줬어요. 


“많은 사람들이 제조업 강국인 독일의 직업 학교에 대한 우수성은 잘 알고 있어요. 여담이지만 그 커리큘럼을 벤치 마킹한 것이 한국의 공업 고등학교에요. 그런데 한 가지 들고 가지 못한 것은 공업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들이 직장에 들어가고 난 이후 회사에서 진급과 보상에 대한 부분, 즉 사회적 합의 부분이지요. 그건 사회적 이해와 문화와 관련하는데 거기까지 제도와 문화를 마련하지 않고 교육 커리큘럼만 가져간다면 성공하기 어려운데 말이에요. 아무튼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숨은 제조업 강국이 오스트리아에요. BMW와 벤츠는 독일에서 만들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많은 부품들은 오스트리아의 회사들에서 만들어집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한 우물만 파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강소기업들이 많아요. 그 강소기업들의 기반에는 오스트리아의 직업 학교가 있습니다. 우리가 만나러 가는 섬유 직업학교 디렉터인 한스는 그 커리큘럼을 가져와서 인도네시아에서 학교를 만든 거에요.”     


그렇게 이런 저런 인도네시아와 오스트리아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섬유학교에 도착했습니다. 디렉터인 한스가 직접 마중을 나와 학교의 운영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는 것을 들으며 짧은 견학을 했어요. 

                              

<왼쪽이 섬유 직업 학교의 디렉터인 한스,그리고 오른쪽이 오스트리아 대사인 안드레아스에요. 한스는 내가 한국에서 왔다는 것을 듣더니 한국의 세아상역 같은 빅 플레이어들을 포함하여 한국 회사들이 인도네시아의 섬유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이 학교에서는 200명의 학생이 같이 생활하고 먹고, 교육을 받고 있대요. 학교는 음식, 기숙사, 교육, 그리고 학생들의 건강 검진까지 모두 무료로 제공합니다. 섬유 업계에서 꼭 필요로 하는 기술인데 인도네시아의 일반 대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내용을 2년에 걸쳐 가르쳐 바로 산업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로 만듭니다. 그래서 이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을 바로 스카웃이 되어 현업에 투입된대요. 그래서 200명 학생을 뽑는 데에 1500 - 2000명이 지원할 정도로 이 학교는 인기가 높습니다. 많은 지원자들 가운데 학생을 뽑는 기준이 뭐냐고 물어보니 학생의 집안 소득을 중요시한다고 답했어요 . 이 학교는 한 가정이 한 달 소득 10만원 미만으로 생활하는 가난한 집의 아이들을 우선으로 뽑는데,  가난이 동기부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해요. 가난한 집에서 온 아이들은 교육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정말 열심히 해서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해낸다고요. 


 학교를 운영하는 데에 필요한 예산은 회사들의 기부로 충당합니다. 인도네시아의 법으로 모든 회사는 CSR (Corporate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공공기관 및 NGO에 일정 금액을 매년 후원을 해야 해요.  학교는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후원을 하는 회사들에게만 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가진 인재인 졸업생을 고용할 수 있는 우선권을 줍니다. 학교는 학생과 기업을 이어주고, 학생은 첫 번째로 선택한 그 직장에 반드시 2년은 근무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학교가 2년 간 지원해준 장학금을 반납해야 한대요. 처음에는 학생들이 꼭 근무 해야 하는 2년 동안 회사가 부당한 대우를 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점차 회사들이 이 학교 졸업생들이 가지고 가는 기술과 지식이 귀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직원들을 회사에 잡아두기 위해 처우를 많이 개선했다고 합니다. 


  어느새 시간이 두 시간을 훌쩍 지났고 한스는 점심을 같이 먹자고 제안했어요. 그리고 점심시간 2시간은 흥미로운 대화의 연속이었습니다. 지혜로운 어른들의 대화와 토론을 경청하는 건 정말 신나는 일이에요! 한스와 안드레아스는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정치와 민주주의, 교육, 종교에 대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왜 특정 나라들은 국민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진짜 교육을 하고 싶지 않아 하는지 (권력 유지가 쉬우니까요!), 그리고 종교 교육이 잘 시행되었을 때, 예를 들면 터키의 코란 스쿨에서처럼 종교와 법률을 같이 가르치면서  체계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생각하는 법을 가르칠 수 있는가 하면, 무작정 외우는 것만 가르치는 것은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의 본연의 목적이 아닌 복종하는 국민을 길러내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 포퓰리즘으로 10년을 잃어버리게 된 태국의 정치, 이민자들의 사회 통합이슈 등을 공유했습니다. 


  에너지와 식량에 대한 얘기도 했는데, 식량이 워낙 중요한 문제라서 EU가 만들어질 때  식량자급자족과 먹거리 안전에 대한 높은 기준이 제일 중요한 조건 중 하나였고 가장 많은 투자가 이루어진 부문중 하나라고요. 현재 유럽은 자급자족을 이루었지만, 생산효율성이 너무 좋아져서 이를 다른 나라 특히 경제가 좋지 않은 아시아, 아프리카의 나라로 헐값에 수출하기에 이른겁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싸고 질도 좋은 유럽의 농산물을 찾게 되면서 그 나라의 농업 경제가 망가졌고, 이제 싼 값에 유럽의 식량을 마구잡이로 받아들인 나라들이 식량자급자족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는 것이었어요. 유네스코의 식량 담당자에 말에 따르면, 60년 전에 그 절반, 100년 전에는 고작 1 billion밖에 안되었지만, 현재 7 billion이나 되는 지구 상의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그걸 따라잡지 못하는 식량의 생산량은 인류를 큰 위기에 봉착하게 만들 거라는 얘기도 했습니다. 늘 그렇듯 준비 된 나라들은 괜찮을 것이고 준비되지 않은 나라들은 피해를 입을 거에요. 단기간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서 식량 자급 자족을 지켜내지 못한 나라의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지요. 


  그 이후로 2년이 지나고 저는 안드레아스의 소개로 자카르타가 아닌 족자카르타에 있는 농업과 농업과 관련된 창업을 가르치는 직업 학교를 한 군데 더 방문했어요. 그 학교에 재정적인 도움을 주려고 당시 근무중이던 링크드인에서 직원이 후원하는 NGO와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를 가져오면 천만원을 지원해주는 프로젝트 (LinkedIn For Good이란 프로젝트)에 지원했지만, 상금을 받지는 못했어요. 


결국 저는 인도네시아에 남아서 뭔가를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도 계속 헛다리를 짚어볼 계획입니다. 왜냐하면 인생은 장기전이니까요. 필드 트립 갔다 왔다고 바로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고 그 경험들이 쌓여서 미래에 내가 할 일을 그리는데 중요한 하나의 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일상적인 일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의도적으로 해야 해요. 더 낯선 곳에 나를 데려가고, 낯선 사람과 대화하고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갖는게 필요해요. 그게 미래의 내 가능성을 더 넓혀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그게 한정된 시간을 재밌고 신나게 채우는 일이기 때문에요. 여담이지만 시간을 채운다고 한 것이 중요합니다. 시간을 쓴다고 말하는 표현을 싫어해요. 영어의 상투적 표현 중 하나로 If you have time to spend, (혹시 시간 좀 있으면) 가 있는데, 이런 식으로 물어오는 사람들에게는 답변을 하기 싫어요. Because I don’t have time to waste/spend. 왜냐면 우리에게 남아돌아서 버릴 시간은 없거든요. 시간은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니고, 채우라고 있는 것입니다. 한정된 시간을 소중한 경험으로 채워야 해요. 시간을 쓰고 흘려 보내다 보면 남는 것은 어차피 죽음뿐이니까요.   


그래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갔던 2013년 7월, 제 일기장에는 이렇게 써있습니다.

‘나는 가르침을 받는 자가 아니라 배우는 자이다. 진짜 중요하고 비싼 지식이나 지혜는 돈을 주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이 주는 폭풍 속에 얻어 맞아 가며 몸에 새기거나, 다른 사람에게서 필사적으로 가져와야 하는 것이다. 떠 먹여 주는 지식, 지혜의 가치는 그 정도이다.’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고, 결과로 나오지 않아도 괜찮아요. 항상 본업 외에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Lookout 하는 건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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