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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piration
by Alice in wonderland May 19. 2017

결혼식과 유럽의 의료보험

지난 주 토요일, 저는 스페인의 작은 마을 라코루냐에서 있었던 남자친구 필립의 형, 알란의 결혼식을 참석했어요.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만을 포함한 30명 정도의 하객만 참석을 했던 작은 웨딩이었습니다. 오후 6시 반에 시청에서 간단한 세레모니와 서약을 했고,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여러번 건배를 하고, 남자친구인 필립의 베스트맨 스피치가 있고나서 한층 여유로워진 사람들이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어요.


그 때, 신부인 롤리와 얘기하다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포토그래퍼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롤리와 알란의 스토리를 듣고 감동을 받았서 그만 눈물이 났다는거에요.



모든 커플들에게는 아름다운 스토리가 있지만, 롤리와 알란은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커플입니다. 때는 6년전으로 돌아가요. 열심히 일하시며 넉넉하지는 않지만 4남매를 잘 키워내신 알란의 아버지는 드디어 은퇴를 앞두고, 부인과 함께 즐겁게 세계여행을 다닐 계획을 준비하고 계셨어요. 부모님 두분 다 체력도 짱짱하시고 아주 건강하셨기에 배낭여행도 전혀 문제가 없을 듯 했대요. 아버지께서 피부암 진단을 받게 되시기 전까지요. 모든 은퇴계획과 여행은 캔슬이 되었어요. 4남매 중 3명의 자식들이 외국에서 일하고 있었고, 아일랜드 본국에 있는 사람은 아들인 알란 밖에 없었어요. 다른 자식들도 자주 아버지를 뵈러 본국으로 돌아갔지만, 당시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전공 공부를 하고 있었던 알란이 어머니와 함께 주로 아버지 곁을 지켰다고해요. 아버지와 정말 가까웠어서,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알란은 오랫동안 학업으로도 회사로도 돌아가지 못했어요. 그렇게 시간이 몇년이 흘렀고, 친구들 모임에 갔다가 알란은 롤리를 만나게 됩니다. 롤리는 아일랜드에서 일하고 있는 스페인 사람이었어요. 알란은 첫 인상에서부터 롤리가 마음에 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은 연인이 되었지요.  


그리고 사귀게 된지 두달 후, 롤리가 유방암 2기를 진단을 받게 됩니다. 롤리는 일찍이 부모님 두분을 다 암으로 잃었기 때문에 상황은 좋지 않아보였습니다. 알란은 공부를 더 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 둔 상태였으니, 수입도 없는 상태였어요. 알란은 그렇게 롤리의 암투병을 함께했습니다. 롤리는 여러번의 방사능치료로 머리카락을 잃었고, 살도 많이 찌게 되었어요. 제가 이 커플을 처음 만났을 때, 롤리는 가장 큰 수술을 앞두고 있을 때 였어요. 저는 어떻게 그들을 대하면 좋을까 고민을 했었는데, 막상 너무 아무일도 없는 것처럼 편하게 행동하는 두사람을 신기해 했던 것이 기억나요. 그랬던 커플이 3년간 투병과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완치 진단을 받고 하게되는 결혼이었거든요. 알란은 6년만에 직업을 찾아서 다시 회사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구요. 힘든 길을 같이 헤쳐나온커플의 결혼이었어요.


  



롤리가 암진단을 받았을 무렵이 한국에 계신 저의 외할머니도 암진단을 받으셨을 때였어요. 아직 일을 하고 계신 엄마가 이모들과 함께 돌아가면서 일과 가정과 할머니 간병까지 병행하며 힘들게 지내시는 것을 보며 이러다 엄마가 먼저 쓰러지는 건 아닐까 걱정하고 있었을 때였어요. 예상치 못했던 암이기에 따로 보험이 없었고, 입원실비, 간병비, 치료비 등에서 많은 지출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나름 안정적인 중산층이었지만, 매달 큰 돈이 빠져나가면서 모두 걱정을 했어요. 비록 한국에 있지는 않지만, 이럴 때를 대비해서 내가 외국에서 돈을 모아놨나보다라며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돈이라도 없었으면 어쩔뻔했나. 저는 언제든 재정적으로 도울 준비를 하고 있었죠. 온 가족에게 재정 비상사태를 알리는 신호탄이었어요.



이런 일을 겪고 났으니, 저는 알란과 롤리는 어떻게 치료비와 수술비를 마련했는지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필립에게 물어봤습니다.


앨리스: "롤리의 치료비나 수술비는 어떻게 하고 있어? 보험이 따로 있나? 유럽은 좀 더 싼가?"

필립: "전액 정부가 지원해줘."

앨리스: "다?"

필립: "응 다. 약값도 수술비도 진료비도 모두. 특히 수술이나 암같은 큰 병처럼 사람들에게 재정적으로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종류의 것들은 더욱 더. 아일랜드는 영국의 의료보험제도(NHS, National Healthcare System)와 비슷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 무료는 아니야. 납세자들로부터 받은 돈이니까."


막연히 '유럽은 복지가 좋다', '학비가 공짜거나 아주 작다' 등의 말만 들어온 저에게 실제 삶으로 다가온 이 이슈는 꽤 충격적이었어요. 그래서 영국의 의료보험제도인 NHS에 대해서 찾아봤습니다.




NHS가 뭐죠?


NHS는 진정 의료를 사회의 책임으로 만든 몇 안되는 예시중에 하나입니다. 모든 진료에 대한 비용은 단 하나의 주체에게 청구가 됩니다 - 영국 정부- 그리고 이 돈은 납세자들이 세금을 통해 납부합니다. 모든 진료와 치료는 환자들에게 무료이며 (물론 세금을 통해서), 대부분의 약 또한 무료입니다. NHS는 세계 2차대전이 끝날무렵인 1948년에 시행된 제도로, 전쟁 당시에 있었던 자원봉사를 하는 방식의 병원들을 대체하고 정부가 전후 복구를 위한 대책으로 국민의 건강과 재활을 책임지겠다며 나온 것이에요. NHS는 영국에서만 170만명을 고용하고, 한해 약 186조원을 쓴다고 합니다.



<<NHS의 3대 원칙은 첫째, 모든 이의 필요에 응한다. 둘째, 치료 시점을 기준으로 무상으로 제공한다. 셋째, 환자의 지급 능력이 아니라, 의료적 피룡에 따라 제공한다. 따라서 영국 땅에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이라면 가난하거나 돈이 없어서, 병원 앞에서 좌절하거나 마땅한 치료를 못 받는 일은 없다는 뜻이다.


공공성을 강조한 NHS의 성과는 세계에서 가장 시장화한 미국 의료제도와도 종종 함께 저울대에 오르는데, 간단한 수치만 살펴봐도 영국의 성과는 미국을 압도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의 자료를 보면, 영국인이 한해 의료비에 3405달러를 쓰는 동안 미국인은 8508달러를 지출한다. 미국인의 의료비는 영국인의 2배를 훌쩍 넘는다. 그러나 정작 영국인의 평균 수명은 81.1살로, 미국인의 78.7 살을 앞지른다. 미국은 국내 총생산(GDP)의 17.7%에 이르는 막대한 부를 의료 비용으로 쏟아붓고도, 훨씬 적은 돈을 쓰는 영국 (9.4%)보다 성과가 저조했다.>>* 인용




유럽이 미국과 비교해서 의료복지시스템 중 아주 잘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가 약값 협상이라고 합니다. 유럽 시장에서 약을 팔기 위해서는 유럽 정부들과 약값 협상을 한대요. 영국처럼 정부가 약값을 지불하는 주체가 단일 주체가 되면 어마어마한 가격협상 경쟁력을 갖게되고, 그래서 영국정부는 싼값에 약을 살 수 있기 때문에 돈을 아낄 수 있다는 거에요. 그래서 필립이는 그런 부분에서 미국 정부를 비판하곤 합니다. 어마어마한 협상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국적 기업을 압박하지 않아 미국에서의 약값이 훨씬 비싸 그것이 결국 국민들에게 부담으로 전가되니까요. 오바마케어도 이런 부분을 비판받았는데, 비싼 약값을 유지하면 결국 세금으로 그 약값을 지불해야하니까, 애초에 가격을 낮추는 협상을 먼저 했어야 한다는 거였어요.


물론 리서치를 하면서 이런 영국의 의료보장제도의 단점도 눈에 들어왔어요. 가장 큰 것이 waiting time, 즉 기다리는 시간이었어요. 일단 아프면 GP (General pratictioner, 주치의)라고 불리는 각 동네마다 있는 동네의원을 찾습니다. 그리고 전문의를 봐야한다면 이 주치의의 추천에 따라 약속을 잡고 가야하는데, 그 약속을 잡는게 짧게는 몇주에서 길게는 몇달이 넘게 걸릴 수 있다는 거에요.


앨리스: "나 NHS에 대해서 읽고 있는데, 진료를 받기 위해서 엄청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는데?"


필립: "응. 전문의를 보기위해서는 그래야해. 아일랜드도 마찬가지야. 불행히도 정부가 지난 10년간 NHS에 버젯을 계속 줄여 왔기 때문이야. 공공서비스를 민영화 시키는 전형적인 테크닉이지. 잘 돌아가고 있는 공공서비스에 예산을 모자라게 주면, 인구는 계속 늘어가는데, 스태프를 고용할 여력이나 마땅히 써야할 돈을 못쓰게 되고 그러면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겠지. 그러면 그걸 핑계로 '그것봐! 공공서비스는 안된다니까? 사람들이 나태해져서 안돼.'라며 민영화를 할 구실로 만들어버리지. 물론 예산만을 탓할 수는 없어. 관료화나, 비효율성, 실제 일하는 스태프보다 너무 많은 시니어 매니지먼트만 있다는거 이 모든 것들이 다 문제이긴 해."


앨리스: "그렇군. 만약 환자가 엄청 아프고 고통스러운 상태에 있으면?"


필립: "먼저 온 사람이 먼저 진료 받는게 아니고, 병의 중대성에 따르는거야. 너의 병이 심각도 높지 않으면, 뒤로 밀릴 수 있어."


앨리스: "10년 전에 펀딩이 충분히 될때는 안기다려도 됐어?"


필립: "아니. 그래도 전문의를 보려면 몇주는 기다려야 했어. 긴급한 병이 아니라면 말야. 앨리스, 들어봐. 당연히 이건 절대 완벽하진 않은 시스템이야. 그런데 다른 대안은 가난한 사람들이 의료를 못받는 거야. 그래서 내 생각에 이건 아주 간단한 선택이야. 의료와 관련된 영역에는 사기업의 이해관계가 들어오면 안돼. 돈과 수익이 관련되면, 탐욕에 의해서 상황이 좌우지 될거거든. 교육에서도 마찬가지고."

 



저는 한국의 의료보험이 정말 좋다고 생각해요. 전문의를 보기위해 몇주전에 약속을 잡고 기다려야 한다면 굉장히 짜증날 것 같긴해요. 반면 한국에서는 빠르게 전문의들을 볼 수 있고, 싱가폴, 미국같은 나라에 비해서 정말 저렴한 가격에 진료를 받을 수도 있구요. 그렇지만 그건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어느정도 있으며, 사보험도 있고, 큰 병에 아직 걸리지 않았을 때 이야기 인것 같아요. 내가 열심히 돈 벌었으니, 더 좋은 병실에서, 최상의 치료를 받고 싶다라는 것이 개인적인 욕심이라면, 사실 정말 좋은 사회는 내가 부자이건 아니건, 중한 정도에 따라 치료를 받는게 맞지 않을까 해요. 모든 생명은 동등하게 중요하니까요. 무상급식조차 많은 논란이 되었는데, 아마 무상의료는 아직 비현실적이겠죠? 그렇지만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쪽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유럽에서 온 친구가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한적이 있어요.


"앨리스, 만약에 너가 신이고, 너가 인간으로 태어나서 살 세상을 디자인한다고 생각해봐. 그런데 너는 사회 시스템만 디자인 할 수 있고, 니가 어떤 형태로 어떤 소득수준의 집에서 태어날지는 결정할 수 없어. 너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날 수도 있고, 똑똑하게 태어날 수도, 멍청하게 태어날 수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날 수도 있고, 부잣집에서 태어날 수도 있어. 그렇다면, 넌 어떻게 세상을 디자인 할래? 니 마음속의 그 답이 유럽의 사회복지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야."







인용된 자료

* '민영화의 나라' 영국, 의료민영화 시행않는 이유 있다 http://m.hani.co.kr/arti/international/europe/62683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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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직을 바랍니다》의 저자 앨리스입니다. eBook 나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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