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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in wonderland Nov 12. 2015

당신의 이직을 바랍니다

저녁이 없는 삶은 누가 만든걸까요?

<사진은 저의 저녁입니다. 저는 기타를 연주하지는 못하지만 대신 노래를 하지요.>


I am passionate about diversity, being inspired by different way of thinking, and making Korea a better place.


제 링크드인 프로필 summary입니다.

제가 생각했던 한국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이직을 장려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한국에 건전한 이직문화를 전파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많은 이직이 한국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1. 취업 준비생들에게: 많은 졸업생들이 취업에 더 큰 부담감을 느끼는 이유는 첫직업이 내 커리어를 결정한다는 생각때문입니다. 신입사원공채는 사실 일본, 한국 같은 나라들에만 있는 다소 특이한 제도입니다. 첫 직업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은 결코 내 커리어 전반을 결정해서도 안되고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지 않습니다. 첫 직업의 중요성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잘못된 전설 중 하나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잘 아시겠지만, 대학생활과 직장생활은 완전히 다릅니다. 직장에서의 성과는 대학 생활처럼 그냥 열심히 한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고, 자기가 가진 강점들을 꾸준히 활용하며 조금씩 자기가 더 잘하는 영역으로 가면서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일을 빨리 시작하고 더 많은 일을 경험해보는 것이 큰 기업에서 느즈막히 아주 세분화된 영역의 일을 하는것보다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첫 커리어가 내 인생의 커리어를 결정하는게 아니라면, 취업준비생들이 그토록 고통을 받지 않을텐데요.. 걱정마세요. 첫 커리어는 당신의 커리어에서 아주 미미한 부분만을 차지할 것입니다.



2. 현재 직장인들에게: 사실 이게 오늘의 주제입니다.


저녁이 없는 삶은 누가 만든걸까요?


제가 헤드헌팅 커리어를 시작할 무렵, 저의 주 업무는 한국의 회사들에게 외국인 고급인력을 찾아다 주는 일이었습니다. 어떤 회사들이 어떤 이유로 외국인들을 고용할까 알아보던 중에 국내 굴지의 기업에서 외국인 임원들을 뽑아서 혁신을 시도하려 했던 사례에 대한 기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고, 왜 이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는지에 대한 추측들이 내부 직원들의 입을 통해 기사는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뭐 우리가 흔히 추측할 수 있는 내용들이 이유로 제기되었지요. 제가 궁금했던 것은, 외국인 임원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바라봤고 어떻게 평가했냐는 것이었지만 기사는 그들의 의견을 담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저는 우연히 링크드인에서 그 해당 기업에 몸담았던 외국인 프로필을 보게 되었고, 그 사람이 싱가폴에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호기심이 앞섰던 저는 그분에게 기사 내용에 대한 설명을 하고, 실제 현장에서 있었던 당신의 의견이 궁금하다고 만나뵙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분, 하고싶은 말이 아주 많으셨던 모양입니다. 당일 저녁에 답변이 와서 그 주에 만나 저녁을 먹자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분을 만나서 그 프로젝트가 왜 시작되었는지 과정에 대해서 들었습니다. 특히 외국인으로서 한국 문화, 한국 회사들이 발전해 온 역사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깊다는 것에 감명도 받았구요. 그 분이 했던 말중에 인상 깊었던 말이 있습니다.


"한국 회사들은 로열티를 중시합니다. 그렇지만 정작 한국 회사가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는 마치 크리넥스 티슈를 뽑아 쓰고 버리는 것과 같죠. 직원들에게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일을 시키고 그 직원이 그 일을 견뎌내면, 더 많은 일을 시킵니다. 그런데 그 직원이 견뎌내지 못하고 나간다면, 그 직원은 언제가는 어차피 나갔을 충성심이 없는 직원이므로 인재가 아닌거죠."

 

회사에서 직원들을 잃을까 두려워하지 않으면, 회사는 직원들을 존중하지 않습니다. 회사가 진정 직원들을 생각하게 하는 방안은 딱 하나입니다. 정말 우수한 인재들이 필요하고 그들을 잃을까봐 두려워하고 걱정하게 만드는 것.


저는 연봉 협상에 대해서 배우지 못했습니다. 제가 낮은 연봉으로 헤드헌팅 회사에 조인해서 좋은 성과들을 내고 있을때도 저는 연봉 협상을 할 생각을 잘 하지 못했구요. 그런데 프랑스인 동료가 저에게 조언을 해주더군요.


"앨리스. 니가 일을 잘하고, 회사에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면 회사는 너를 좋아할거야. 그렇지만 니가 너의 권리를 요구하고 요청하지 않는다면 회사는 너를 존중하지 않을거야."



사실 저 친구가 저말을 했을 때만해도, 저는 추가적인 연봉협상을 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뒤에 붙인 말이 저를 연봉협상 자리에 앉게 했습니다.


"너는 나중에 리더가 되고 싶다고 하지 않았니? 니가 리더가 되려면, 너의 뒤에 있는 사람들의 권리를 니가 대변해줘야 하는거야. 너는 너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너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권리를 찾고 지켜야해."


회사가 합리적으로 직원들을 대해주지 않는다면, 박차고 나가야 합니다. 더럽고 치사해서라도 나가야 회사가 직원들을 잡기 위해 변할텐데 저도 한국 사정을 잘 아는지라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아서 안타깝습니다.


예전에 저의 멘토였던 분과 한국 회사, 외국 회사의 차이에 대해서 얘기한적이 있는데 그 분의 기가막힌 비유를 들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빵 공장으로 예를 들어보자. 한국 회사들은 일종의 장인이 있는 빵공장이야. 이 장인의 어깨너머로 빵만드는걸 배우는거지. 3년은 물을 길어와야 하고, 4년차쯤되면 '오 너 반죽 좀 해도 되겠구나' 하는거고, 9년차 되면 빵 굽는걸 시작해. 그렇게 어깨너머로 배우고 나면 20년쯤 되면 소보로빵 만드는거 하나를 다 니가 할 수 있게 되는거야. 외국 회사는 그 프로세스가 분화가 되어 있는거지. 반죽하는 사람들은 반죽만해. 빵 굽는 사람들은 굽기만해. 한국 회사들은 조직이 일을 하는 구조고, 그 조직을 알아야 일을 잘 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 그래서 한국 회사들을 다니면 이직이 쉽지가 않아. 내가 배운 이 장인의 빵 스타일이 다른 회사 갔을 때는 전혀 안맞는 경우가 있거든."


제 아무리 장인정신으로 똘똘 뭉쳐있는 빵공장이라도 직원들이 자꾸 떠나서 운영이 어려우면, 빵공장도 구조를 바꾸든 조직을 바꾸든 뭔가 할겁니다.

아 그러고보니 또 생각나는데, 한류 열풍을 맞아 싱가폴에 한국 미용실들이 많이 생기고 있어요. 저도 머리 만큼은 한국이 잘하고 싸서 항상 한국으로 머리를 하러갑니다. 그런데 여기 싱가폴에서 한국 미용실이 장사가 무지 잘되는데도 문을 닫는 경우가 있어요. 왠줄 아세요? 직원들이 안나오거든요. 한국에서 하시던대로 원장님들이 직원들을 대하면, 여기는 직원들이 잠적합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꾹 참고 열심히 일해주는 직원이 있다면, 그 직원은 돋보이게 될거고 미용실이 커지면서 같이 월급도 올라가고 그 직원이 성공시대에 나오게 되고 뭐 그런 일이 생길수도 있죠. 그래서 사람들이 하나 둘 그렇게 꾹 참고 열심히 일을 하면 여기의 저녁도 없어지겠죠.


헤드헌터로 있으면서 외국에 있는 전문가들만 한국으로 옮기지 말고, 한국의 전문가들도 외국으로 옮겨보자는 생각을 갖고 몇번 시도를 한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크게 두가지 정도의 이유로 잘 안되더군요.


1) 전문성 문제: 한국에서 경력이 오래되면 General manager가 됩니다. 그렇지만 외국 회사들이 대개 찾는 것은 specialist입니다. 조직을 관리할 사람보다는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을 찾는데 한국에서는 전문성을 edge있게 키우면서 승진하기가 쉽지 않은듯 했습니다.


2) 문화 문제: 한 조직에 오래 몸담고 있는 직원을 한국 회사는 사랑합니다. 그렇지만 외국 회사들은 꺼려합니다. (여기서 오래라고 함은 거의 20년가까이 한 회사에서만 근무했던 분들을 말합니다.) 조직에 융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죠.


오히려 언어에 대한 문제는 생각보다 큰 이슈가 아니었습니다. 어차피 비즈니스 언어라는게 특정 산업에서 사용하는 용어, 맥락에서 대부분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세계적으로 은퇴한 많은 엔지니어, 전문가들이 컨설턴트처럼 활동합니다. 산업의 성숙도 차이를 이용하기 위해 주로 나라들을 옮겨 다니면서 컨설팅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은퇴할 분들이 걱정입니다. 100세까지 사는데 60세도 안되서 은퇴하면, 자기 전문성으로 먹고 살만큼 준비가 되어 있는 분들이 얼마나 될까요?


못견디겠다 싶으면, 여기에 미래가 없다, 내가 충분히 배우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시면, 참지마세요. 

왜냐면 참아도 거기에는 미래가 없으니까요. 그럴 바에는 불확실한 가능성을 선택하세요.

저는 이직을 장려합니다. 미래는 모르니 결국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는 adaptability(적응력) 아닐까요? 


PS. 아, 그런데 만약 현재 일하면서 만족하신다면, 행복하시다면, 따봉입니다.




왜냐하면, 원하는 그 삶을 살기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노력이 아니고, 선택이라는 것을 배웠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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